노랑잠수함의 그려보는 북리뷰
트렌드 코리아 2025 - 2025 대한민국 소비트렌드 전망
김난도,전미영,최지혜,권정윤,한다혜,이혜원,이준영,이향은,추예린,전다현 (지은이)미래의창
2024-09-25
얼마 남지 않은 새해의 준비를 무엇으로 할까?
나는 매년 10월이 지나면 가장 먼저 몰스킨 다이어리를 한 권 주문한다. 딸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11년, 나는 딸에게 매일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워드로 쓰고, 다이어리에 옮겨 적고, 블로그에도 올린다. 그러니 매년 연말이 되면 새해를 맞이하는 첫 번째가 다이어리를 구입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짙은 녹색 표지의 하드커버 데일리 다이어리를 구입했고, 2025년 1월 1일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연말쯤에 읽는 책이 이 책, 트렌드 코리아다.
언제부터 읽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한동안 안 읽기도 했다. 아직도 이 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 요소도 분명 있다. 그런데 모든 것이 완벽하게 내 맘에 드는 책을 만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내가 쓴 책도 내 맘에 들지는 않을 거다.
작년까지 몇 년간은 이 책을 주로 전자책으로 읽었다. 23, 24년판 코리아 트렌드가 꽤 큰 자극을 주었고, 올해는 종이책을 구입했다.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요소 중 하나는 이거다.
올해의 제시어로 SNAKE SENSE를 제시했다. 뱀의 해를 상징하고, 알파벳 각각에 의미를 부여한 표현이다. 첫 번째 제시어를 한글로는 ‘옴니보어’라고 표기했는데, 정작 영어 표현은 이렇게 되어 있다. ‘Savoring a Bit of Everything : Omnivores’ 이런 식이면 뭔가 좀 너무 나간 것 아닌가 싶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전에도 한 번 말한 적 있지만 여전히 너무나도 거슬린다.
일단 이 책에서 제시하는 키워드는 이렇다.
Savoring a Bit of Everything: Omnivores 옴니보어
Nothing Out of the Ordinary: Very Ordinary Day #아보하
All About the Toppings 토핑경제
Keeping It Human: Face Tech 페이스테크
Embracing Harmlessness 무해력
Shifting Gradation of Korean Culture 그라데이션K
Experiencing the Physical: the Appeal of Materiality 물성매력
Need for Climate Sensitivity 기후감수성
Strategy of Coevolution 공진화 전략
Everyone Has Their Own Strengths: One-Point-Up 원포인트업
키워드 자체에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책의 곳곳에 AI에 관한 언급도 꽤 눈에 띈다.
언젠가부터 나는 우리 사는 사회가, 세상이 너무 무기력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걸 시대의 변화와 흐름이라고 말한다.
자기계발의 방향도 그렇고, 일상에서 큰 변화보다는 안정적인 흐름을 원하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어릴 적 늘 들었던 “꿈은 크게 가져라. 설령 실패하더라도 그때까지의 경험만으로도 충분하니까!”라는 이야기는 지금 세상에는 절대 통용될 수 없는 유물일 뿐일 것 같다.
역사를 바꾸고, 원대한 목표를 갖는 따위의 이야기들은 사회 구성원이 아닌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그런 세상이 된 것이다.
이제는 그렇게 세상을 바꾸고 역사의 물줄기를 꺾는 행위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게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요즘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읽고 있는데, 그 시절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사상과 나라의 운명, 민족의 자존심 따위에 대해 고민하고 사회를 바꾸는 데 일조하려는 고민을 하는 모습을 많이 담고 있다. 식민지를 막 벗어났고, 사회는 삐걱 거리고 나라는 제대로 서지 못했고, 국민들의 궁핍함은 처절한 그런 세상이니 어떻게든 바꾸려 해야 하고, 그런 것들이 좋은 결과를 가져와야만 하는 시대적 필요성이 있었다는 말이다.
지금은 어떤가?
그런 범사회적, 공동체적 의제를 개개인이 모두 고민하는 것이 맞지 않는 세상이 아닐까 싶다. 아마 그러다가는 나 스스로 서지도 못하고 넘어지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철저하게 내가 잘 서고 하루하루 잘 넘길 수 있는 그런 목표만으로 살아가는 사회가 된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탄핵까지 엄청난 격랑의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 속에 우리들은 여의도로 달려갔고, 촛불 대신 응원봉을 들었고, 처절한 운동가 대신 K팝 가요로 탄핵을 외치고 우리 사회를 지켰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세상이 되었다고 해도, 내 힘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우리는 이렇게 뭉친다.
이 책의 전반적인 흐름과 조금 다른 12월이 아닐까 싶었지만, 분명 그럴 것이다. 이 혼란이 끝나면 우리는 또 시침 뚝 떼고,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의 자리에서 여전히 유튜브를 보고 댓글을 달며 그렇게 무해한 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5P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지키다’ 또는 ‘바꾸다’.
6P
그렇다면 지키는 것과 바꾸는 것,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할까? 양쪽 모두 세상을 사는 소중한 덕목이므로 어느 쪽이 낫다기보다는 일장일단이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하지만 굳이 대답을 해보자면, 아날로그 시대에는 ‘지키다’가, 디지털 시대에는 ‘바꾸다’가 중요하다.
과거 우리가 들어왔던, “한 우물을 파라”,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같은 수많은 금언이 아날로그 경제에서는 잘 지키는 것이 경쟁력이었음을 보여준다.
8P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소중한 것들이 많겠지만, 불가피하게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면, ‘바꾸다’를 선택해야 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게 됐다.
9P
NH투자증권 백찬규 연구위원의 전망에 의하면, 2025년은 크게 성장하지도 그렇다고 크게 하락하지도 않는, 지금의 불황 심리가 지루하게 유지되는 ‘밋밋한’ 한 해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14P
한 마디로 감각기관을 총동원해 환경 변화를 감지하고 먹이를 찾아내는 능력이 뱀의 비범함이다.
17P
“진정한 고귀함은 남보다 잘 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보다 나아지는 것”이라고 했다. 거창할 필요 없다. 오늘 하루 어제보다 조금 괜찮았던 작은 ‘원포인트’가 있었다면 그걸로 의미있다. 늦지 않았다. 뒤처지지도 않았다. 산을 옮기고 싶거든 호미질을 시작하라.
27P
주로 시간 절약을 위해 콘텐츠 요약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30P
시간의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은 일터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2024년은 AI의 등장으로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한층 활발했다. 일하는 방식은 빠르게 변화했고 사람들은 이에 적응하기 위해 바빴다.
38P
2023년 9월 매경미디어그룹이 주최하는 제24회 세계지식포럼에서 아닌디아 고즈 Anindya Ghose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AI가 인간에 비해 암묵적 지식이 떨어진다고 평가하며 현재는 인간의 판단 능력이 AI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지적해 주목을 받았다. 암묵적 지식이란 경험과 학습을 통해 쌓인 지혜로, 인간이 가진 복합적인 판단 능력을 말한다.
57P
최근 한국 소셜미디어의 가장 중요한 열쇳말은 육각형 인간이다. 자극을 찾고, 평온을 추구하고, 또 더 완벽한 나를 자랑하면서, 대한민국은 그렇게 정체의 시간을 버텨나갔다.
65P
소리 없이 책을 소개하는 인플루언서도 있다. ‘스테파니 @stephreadsalot’는 틱톡의 독서 커뮤니티에서 ‘침묵의 책 리뷰 .Silent Book Review’를 가장 먼저 시작했다. 마음에 드는 책을 경우에는 환한 표정을,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을 경우에는 찡그린 표정을 짓는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침묵 콘텐츠가 일반적인 콘텐츠보다 조회 수가 훨씬 높다는 사실이다.
66P
집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냥 썩겠다는 극단적인 경향도 관찰됐다. ‘침대에서 썩는다’는 뜻의 ‘베드로팅 Bed-rotting’은 최근 틱톡에서 1,500만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 단어인데, 말 그대로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기, 침대에서 넷플릭스 보기, 침대에서 야식 먹기 등이 해당된다. ‘의도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뜻하는 네덜란드어인 ‘닉센 niksen’이라는 말도 ‘휘게’, ‘라곰’에 이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71P
이처럼 지갑 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소비자들이 “현재의 행복을 위해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는 ‘YOLO You Only Live Once’족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것 하나만 있으면 된다”는 ‘YONO You Only Need One’족이 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78P
리퀴드폴리탄 : 직역하면 액체 liquid 도시 politan 라는 뜻으로, 지역만이 가진 독특한 문화적 자본으로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다양한 사람들의 시너지가 흘러넘치는 도시의 유연한 변화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리퀴드폴리탄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규모로 ‘짓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주체들을 ‘잇는’것으로써, 다양성을 포용하고 끊임없이 가능성을 실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 트렌드 코리아 2024 pp344~371
100P
최종 선정된 2024년 10대 트렌드 상품 리스트를 종합해보면,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2024년의 몇 가지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시간 가성비를 추구한다. 불필요한 시간을 최소화해 압축적으로 시간을 사용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장거리 여행보다는 근거리 여행으로 이동 시간을 최소화하며, 짧은 숏폼 콘텐츠에 열광하는 것이다. AI 기능을 일상 곳곳에 접목해 검색이나 타이핑 등 번거로운 과정 없이 질문 하나로 모든 작업을 단순화하고자 했다.
둘째, 삶의 우선순위가 재미와 즐거움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셋째, 불황형 소비가 부각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일상 속 ‘쉼’이 강조되고 있다.
113P
숏폼으로 음악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음악을 향유하는 방법이 듣고 보는 것에서 ‘하는’ 것으로 변화함에 따라, 숏폼 음원이 새로운 대세로 떠올랐다.
132P
개인의 취향이 ‘30대’, ‘여성’, ‘직장인’ 과 같은 집단적 특성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오늘날의 일상이다.
옴니보어omnivore란 사전적으로는 잡식성雜食性이라는 의미지만, 파생적으로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는다‘는 뜻도 함께 가지고 있다. 사회학에서 옴니보어 개념은 특정 문화에 얽매이지 않는 폭넓은 문화 취향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148P
배움의 시기와 노동의 시기를 구분짓는 것이 아니라, 10대에도 창업을 하고 중년에도 학습을 하는 옴니보어 라이프스타일이 자연스럽게 필요해진 것이다.
149P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개인의 능력도 커진다는 의미다. 배우고자 마음만 먹으면 연령, 성별, 직업, 지위의 경계르 넘나들면서 배울 수 있다.
152P
포괄적인 인구학적 기준의 세그먼트 대신 소비자가 남긴 흔적을 통해 타깃을 찾는 개별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옴니보어 시장에서 타깃 접근은 좁고 날카로워야 한다. 단단한 얼음을 깨는 것은 커다란 해머가 아니라 끝이 뾰족한 바늘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바늘 끝에 해당할까? 바로 ’CoG’ 소비자를 찾아야 한다. CoG Center of Gravity는 무게중심을 의미하며, 독일의 군사 전략가 클라우제비츠Clausewitz가 제안한 군사 용어다. 적의 전투 능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는 힘의 중심을 가리킨다.
153P
창업가 지나 펠 Gina Pell은 새로운 시대의 인간상을 ‘퍼레니얼Perennial’이라고 표현했다. 퍼레니얼은 다년생 식물, 즉 한 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면 생이 끝나는 게 아니라 계절이 바뀌면 다시 싹을 틔우는 식물을 Ent한다. 오늘날의 인류는 다년생 식물처럼 노년과 청년을 구분짓지 않고 끊임없이 일하고 배우며 상호작용하는, 세대에 갇히지 않는 ‘탈세대 인류’라는 의미다.
156P
”너무 행복한 것도 원하지 않아요. 여행을 가거나 하면 행복하긴 한데,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하잖아요. 행복한 다음에는 다시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는 것이 당연하죠. 아프거나, 회사에 일이 생길 수도 있고, 가족 간에 다툼이 있을 수도 있고, 행복한 다음에는 이런 일들이 더 힘들게 느껴진달까. 그래서 내일도 특별한 일 없이 그냥 딱 오늘만 같으면 좋겠어요.“ - 20대 직장인 여성 소비트랜드분석센터 소비자 인터뷰 발화 중에서
157P
평범한 ‘보통의 하루’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159P
이제 나만의 작은 행복조차 남과 비교하고 과시하고 경쟁하는 아이템이 됐다. 한마디로 우리는 행복에 지쳐갔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누가 더 행복한가 하는 경쟁 속에서 행복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에 피로해진 것이다.
160P
나의 행복을 남들로부터 평가받기도 싫고,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행복하고자 애를 쓰는 것도 싫다. 그저 원하는 것은 ‘무탈하고 안온한 하루’다. “오늘 어떻게 보냈어?” 라는 친구의 질문에 “특별한 일 없이 그저 그런 하루였어”라고 대답하는 내가, 잘못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위로를 듣고 싶다.
162P
<퍼펙트 데이즈>에서 배우 야쿠쇼 코지가 화장실을 청소했다면, 우리나라에서는 배우 최강희가 집을 청소한다. 그는 연예인으로만 살아온 탓에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은행 업무도 잘 못 보고, 혼자서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어서 커다란 좌절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이 좌절에서 벗어나 자존감을 찾게 해준 것은 집안 청소였다. 최강희 배우는 청소를 하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정도가 아니라, 전문 가사도우미 수준으로 집 청소를 잘 한다.
최강희 배우의 사례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그의 자존감을 되찾아 준 것이 오지탐험 같은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집을 청소하는 평범한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화장실 청소든 집 정리든,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일상의 루틴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166P
도서 시장에서는 ‘필사’가 인기다. 좋은 문장을 손으로 옮겨 적으며 그 의미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책들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고 있다. 어휘력을 높여주는 필사책에서부터 자신의 마음을 한줄로 표현하거나 명언을 옮겨 적는 필사책까지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169P
2024년 초에는 그 어떠한 상황도 웃으며 받아들이는 ‘원영적 사고’가 화제가 됐다. 한 방송 인터뷰에서 아이들 그룹 아이브의 장원영 씨가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나에게 좋은 일”이라며 긍정적으로 대답한 것에서 시작된, 어려운 상황을 ‘오히려 좋아’의 느낌으로 해석하는 초월적 긍정적 사고다.
171P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센터장 최인철 교수에 의하면 인간은 우연히 일어나는 좋은 일에서 행복을 더 많이 느낀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행복의 행幸자는 ‘우연히 일어나는 일’이라는 뜻이다. 치밀하게 계획하기보다는, 뜻하지 않게 생긴 좋은 일은 우리를 기쁘게 한다. 단조로운 아주 보통의 하루에도 뜻밖에 생겨나는 즐거운 일은 있다. 그런 것을 우리는 우연히 생긴 좋은 일, ‘행운’이라고 부른다. 행복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작은 행운에 기뻐하며 하루를 사는 동력으로 삼는다.
173P
물론 운세를 본다고 해서 특별하고 좋은 일이 생기는 건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작은 행운을 찾으며,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오늘 하루를 성실히 살아간다.
176P
#아보하 는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것 같지 않다는 젊은 세대의 좌절을 반영한다. 인간은 미래를 꿈꾸기 어려워질 때 현재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제니퍼 모스Jennifer Moss는 이렇게 말한다.
“행복을 좆을 때, 우리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의미있는 작업에 몰두할 때, 더 높은 목표를 좇을 때, 주변 사람들을 도울 때, 그래서 더 이상 행복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을 때, 우리는 행복합니다.”
181P
토핑경제의 첫 번째 유형은 토핑을 활용해 무엇이든 일단 꾸미고 보는, 일명 ‘꾸꾸꾸’ 트랜드다. 한때 꾸미지 않은 듯 꾸민, 이른 바 ‘꾸안꾸’가 유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한껏 꾸미고 꾸미고 또 꾸미는 ‘꾸꾸꾸’가 대세다.
186P
이처럼 토핑경제의 두 번째 유형은 모두를 위한 ‘최고의 상품’보다 자신에게 딱 맞는 ‘최적의 상품’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이다.
196P
다음으로 주목할 요인은 소비자들의 변화다. 소비는 소속과 차별 사의 팽팽한 줄다리기다. 남들이 가진 것이라면 나도 가져야 하는 ‘소속감’과 동시에, 남과는 다른 ‘차별화’에 대한 갈망이라는 이중적인 딜레마를 항상 느낀다.
201P
당신의 상품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고객이 토핑을 더해줄 때까지는.
204P
이제 소비자들은 로봇의 완성도를 얼마나 정교한 인공지능을 탑재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사람과 유사한 느낌을 주는가로 판단한다.
206P
영어의 face는 얼굴과 표정을 모두 의미하며, ‘페이스테그’ 역시 얼굴과 표정을 포괄한다.
219P
특히 한국인에게 표정은 더욱 중요하다. 한국은 암묵적인 메시지와 비언어적 단서에 크게 의존하는 이른바 ‘고맥락 사회’다. 고맥락 소통을 하기 위해서 단지 언어로 표현되는 메시지만 들어서는 안 되고 해당 메시지에 부수적으로 포함되는 어조나 표정을 통해 그 미묘한 뉘앙스 차이를 파악해야 한다. 즉, 대화를 할 때 귀에 들리는 대로만 이해하면 안 되고 ‘분위기 파악’을 잘해야 하는 사회라는 이야기다. 나아가 우리 사회는 ‘관계’를 중시하는 집단주의적 문화를 갖고 있다. 구성원 간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감정을 파악하는 것이 기본인데, 이를 위해 표정을 해석하는 일은 필수적이다.
220P
어포던스란 미국의 생태심리학자인 제임스 깁슨 James J. Gibson에 의해 1977년에 처음 소개되었는데, 그는 “사물이 마치 말을 걸어오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이나, 형태조형에 단서가 되는 중요한 개념”이라고 이를 정의했다.
229P
귀여운 것들을 향한 수요가 나이를 불문하고 심상치 않다.
무해한 존재들의 공통점은 해로움이 없고, 그래서 나에게 자극이나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며, 굳이 반대하거나 비판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무해한 것들이 왜 인기일까? 요즘 세상살이가 너무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유례없는 불경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기엔 현실이 너무 혹독하다.
242P
진화심리학에서는 부모의 양육을 더 필요로 하는 종일수록 새끼의 생김새가 귀엽다고 주장한다. 귀여운 외모를 갖추면 어른들의 보살핌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진화했다는 것이다.
243P
부산외국어대학교 권유리아 교수는 ‘귀여움’에 강자가 약자에게 느끼는 ‘권력 감정’의 측면이 깃들어 있다고 지적한다. 즉 미니어처처럼 작고 귀여운 대상을 볼 때는 “우월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행복감을 느끼”게 되고, 그 애정은 “이들은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안도감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작고 귀여운 것에 대한 사랑스런 감장의 근저에는 바로 그것이 내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안도감이 자리하고 있다.
245P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열광하는 무언가는, 역설적으로 그 공동체에서 가장 결핍된 요소를 보여준다. 지금 한국 사회가 무해력에 빠져 있다는 사실은 어쩌면 우리 공동체가 그만큼 상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요즘 젊은 세대는 스스로를 ‘긁힌 세대’라고 부르며, 뭔가 자존심이 상했을 때 “긁혔다”라고 표현하곤 한다. 긁히면 상처가 난다. 어쩌면 긁힌 상처를 아물게 해줄 무해한 무언가, 또는 긁어도 상처를 내지 않고 삶의 가려움을 가라앉혀줄 그 무언가가 필요한 시대인지도 모른다.
249P
가히 무해함 전성시대다. 무해함을 이토록 강조한다는 사실은, 어쩌면 그만큼 우리를 해치려는 것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무해력은 단지 귀여운 디자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살아남는 생존의 비결이 됐다.
253P
그라데이션K 트렌드는 한국이 다인종, 다문화 국가로 변모하고, 세계와 폭넓게 교류하며 경제적 문화적 영향을 주고 받으며 K로 대변되는 한국적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경향성을 지칭한다.
과거 “한국은 단일민족이 단일국가를 형성한 세계의 몇 안 되는 나라”라는 고정관념 내지는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한국은 ‘다문화 국가’다. OECD는 외국인 비중이 총 인구의 5%를 넘는 국가를 다문화 국가로 분류하는데, 한국의 국내 합법 체류 외국인은 어느새 250만명을 돌파해 전체 인구의 5%에 이른다.
255P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의 이주배경학생(다문화학생)의 비율은 무려 97.4%다. 100명의 학생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단 3명만이 전통적인 의미의 한국인인 것이다.
261P
한국 문화가 몽골인의 생활에 깊숙이 파고들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상품의 수출을 넘어, 한국 문화를 ‘이식’한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이처럼 한국의 문화가 세계의 문화가 되고, 반대로 세계의 문화가 한국의 문화가 되면서 K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그라데이션K의 두 번째 유형인 ‘문화 그라데이션’이다.
264P
이처럼 한국 프로그램의 포맷이 외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K-포맷 비즈니스’라는 용어까지 나올 정도다.
283P
물성매력은 디지털과 AI로 대표되는 현대사회에서 ‘물리적 실체’를 갈망하는 본질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향후 디지털, 가상, 언택트 경제가 발달할수록 그 반작용으로 물성매력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286P
콘텐츠를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청각, 촉각, 미각으로 확장한 사례다.
303P
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신용카드로 팁을 계산하는 사람들이 현금으로 내는 사람보다 13% 이상 더 많은 액수를 지불했다. 또한 물건을 살 때도, 구매를 결정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현금을 사용할 때보다 신용카드를 이용할 때 훨씬 더 짧은 것으로 조사됐다. 돈의 물성이 느껴지지 않을 때, 지출을 훨씬 쉽고 빨리 그리고 더 많이 하게 되는 것이다.
306P
2024년 7월 21일, 세계기상기구WMO는 지구 역사상 가장 뜨거운 날이 찾아왔다고 밝혔다. 지구 지표면의 평균기온은 17.09℃로 1940년 기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해당 보도가 나온 지 24시간이 채 되지 않아 이를 넘어선 17.15℃가 관측됐다. 단 하루 만에 더위 신기록이 경신되는 믿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고, 결국 2024년 7월 22일이 ‘지구 관측 역사상 가장 뜨거운 날’로 다시 기록됐다. 이처럼 십 년에 한 번 경험할까 말까 했던 역대급의 기상이변을 매년, 아니 매일 경험하는 요즘이다.
308P
“이제 지구 온난화 시대는 끝났다. 지구는 끓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2023년 7월, UN은 지구온난화 시대의 종말을 선언하고, ‘끓는 지구’의 서막을 알렸다.
310P
이상기후로 인해 우리나라 기상청의 날시 예측이 번번이 빗나가는 탓에 기상 망명을 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사람들이 급변하는 날씨에 그만큼 불안감과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예측하기 어려운 극한의 기상 상황은 좀 더 정확한 날시 앱을 찾아 유랑하게 만들고, 이는 우리가 기후 급변의 시대에 살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한다.
333P
‘공진화’란 생태계 안에서 여러 개의 종種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함께 진화하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다. 공진화는 좁게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부터 넓게는 진화의 과정에서 서로 다른 종들 사아에 일어나는 형질 변화 등의 생물 현상을 가리킨다. 이와 같은 변화는 비즈니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에 본사는 여러 기업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진화하는 트렌드를 ‘공진화 전략’이라고 명명한다.
337P
여러 기업이 소망했지만 이루지 못했던 자족적 생태계를 애플이 강력한 제품력과 소비자 충성도를 앞세워 가장 성공적으로 구축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애플의 이러한 폐쇄적 원칙이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356P
요즘의 자기계발 코드는 다르다.
첫째, 성공의 기준이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둘째, 실천 가능한 한 가지에 집중한다.
마지막으로 일상의 노력을 기록하고 그것을 주변 사람과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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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포인트업이란, ‘지금 도달 가능한 한 가지 목표를 세워 실천함으로써, 나다움을 잃지 않는 자기계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말한다. 이제까지의 자기계발 담론이 ‘도약’이라는 양적 변화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원포인트업은 현재에 충실하며 한 가지씩 바꿔가는 느린 진화를 추구함으로써 질적 변화에 방점을 찍는다. 식물처럼 그 자리에 있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끊임없이 햇볕을 쬐고 양분을 흡수하며 성장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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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포인트업의 다음 요소는 작은 성취를 꾸준히 쌓아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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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틴은 삶을 매일 새롭게 하고 활력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트렌드 코리아 2022 ‘바른생활 루틴이’, 본서 ‘전망편 - #아보하’ 참고). 나만의 루틴이 있다는 것은 멈춰있지 않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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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받더라도 아카데미나 학원에 등록해 장기간에 걸친 시간과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는 정규 교육과정보다는, 꼭 필요한 작은 기술 하나를 빠른 시간 내에 익힐 수 있는 재능 거래 플랫폼을 이용한다. 해당 분야의 고수, 즉 선배나 ‘앞선 사람’으로부터 내 니즈에 맞는 작은 스킬을 빠르게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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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고 공유하는 행위는 마치 거울을 보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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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원포인트업은 #아보하 시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자기계발 코드인지도 모른다. 이런 시기에는 ‘벅찬 감동’이나 ‘놀라운 성장’보다는 ‘안심’이 최우선 가치다. 내가 멈춰있지 않다는 데서 오는 마음의 안정감이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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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포인트업은 지금 현재 상태에 1퍼센트의 변화를 모색하는 일이다. 1퍼센트는 작은 숫자지만 꾸준히 1퍼센트의 노력을 쌓아간다면 그 결과물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1을 365제곱하면 그냥 1이지만, 1에 1퍼센트를 더한 1.01을 365제곱하면 37.8이다. 아주 작은 노력이더라도 꾸준히 계속한다면, 그 결과는 천지 차이인 것이다. 실천 가능한 나만의 밸류업을 지금 바로 시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