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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원 Sep 09. 2016

더불어 사는 세상


고가도로 아래 사거리 정차구간, 기본 10분은 기다려야 한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데 차 운전석의 문이 빼꼼 열리더니 아래로 쓰레기가 하나씩 내린다. 살다 보면 별별 사람이 다 있으니 그러려니~  어떤 이가 “아, 거리가 너무 깨끗하면 청소부가 굶어 죽!” 하던 말이 떠올라 피식 웃는다. 앞차와의 간격은 꽁무니가 닿을 정도라서 굳이 눈여겨보지 않아도 눈에 보이는 걸 어쩌랴. 앞차의 운전자는 자신의 차를 이 구간에서 대청소를 할 셈인가 보다. 얄미워 사진을 찍어둘까? 하다가 아서라~발동하던 오지랖을 접고 어서 파란불이 켜지기만 간절히 바랬다.      


세 번째 멈춤, 아마도 곧 좌회전을 하리라 설레기까지 하던 걸... 그때 그가 씹던 껌을 도로에 휙 뱉고서 고가도로 아래 상주하는 장사하는 사람을 큰소리로 부른다. 그곳에는 종일 레일을 위아래로 뱅뱅 도는 장난감 차가 있고 휴대폰 거치대가 있고 예쁜 장미가 그려진 칼이 있고 햇볕에 그을리지 않을 망사 모자를 판다. 앞차는 외제차인 듯했다. 그가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아마도 그의 아이에게 줄 장난감 자동차를 받아 들고 만원을 내미는 게 보인다.  그가 뱉어낸 껌은 도로에 찰싹 달라붙어 까만 껌딱지가 되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그는 알기나 할까?



해년마다 여름휴가철이면 해운대 해수욕장을 비롯해 전국 곳곳 해수욕장은 쓰레기 하치장을 방불케 하는 장면이 심심찮게 나오고 야구장이나 각종 행사장의 뒷모습 역시 오물에 얼룩진 거리를 내보내곤 한다. 그곳의 사람들은 혹시 자신들이 청소부를 먹여 살린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막 걷기 시작하는 아기도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갖다 버릴 줄 안다.



수년간 보육현장에서 근무하던 시절이 있었다. 선생님들은 아기가 걸음마를 떼고 이제 막 걷기 시작할 때부터 자신의 쓰레기는 스스로 버리도록 하는 연습을 시킨다. 서너 살 아기들은 용케도 그 말을 알아듣고 자기의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갖다 버릴 줄 안다. 사람과 친숙한 반려동물은 20년을 키워도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못하지만 사람의 아이는 서너 살이 되면 걷기 시작하고 말을 배우고 일곱 살이 되면 글을 읽고 쓰며 셈을 하기도 한다. 그러니 사람을 일컬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 부모가 달리는 자동차에서 껌과 쓰레기를 공중 부양시키는 걸 본 아이가 먼 훗날 자신의 부모를 공중 부양시키지 않는다는 보장이... (ㅋㅋ 이건 아무래도 좀 너무 과함 ^^;;)     



제발이지 나의 친구님은 아무 데나 껌 뱉지 말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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