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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caron Jan 21. 2016

[운동기] 인바디 십망, 몸무게 십망, 눈바디를 믿어

#8 : 마지막편 - 운동, 평생 함께 할 친구

http://instagram.com/mint_choco_macaron

드디어 허접했던 운동기, 내 경험과 지식이 바닥이 나버렸다.... ㅎㅎㅎ

오늘이 마지막 편이다. 그냥 뻘글. ㅎㅎ

이번 편을 쓰던 그 당시는 배란기에서 준비기로 넘어가서 아주 신체상태가 똥망이던 때였다.

준비기가 되면 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워져서 운동을 하면 아주 죽을 맛인데

이때는 평소에 잘 되던 자세도 버티기가 안되고 진짜 너무 힘들고 진이 빠져서

거의 기어다니다시피 골골대며 30분 겨우 하고 그냥 침대에서 뻗는다.

그래도 자면서 회복이 되는지 자고 일어나니까 꿀잠을 자서 그런가 몸이 개운하더라.

경험상 이렇게 한 번 바닥을 치면 다음날은 운동이 잘 됐었다.

몸이 잠과 쉼을 필요로 했었던 거고 그걸 내가 주니까 몸이 다음날은 좋은 컨디션으로 보답을 해오는 건가보다.

이제는 몸이란 존재가 <살쪄서 미워 죽겠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 상부상조하면서 협력하는 파트너와 같은 존재가 된 느낌? :) 



 

내가 운동기를 썼던 이유는 단순했다.


돈 없어서 PT 못 받는다, 기구가 없어서 운동 못한다는 건 핑계고

집에서 맨손운동만 해도 꾸준히 하면 효과가 난다


이걸 증명하고 싶었다.




2014년 여름, 충동적으로 파리행 티켓을 사서 여름휴가 1주일을 배낭 하나 메고 혼자 파리에 갔다 왔었다.

프랑스가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말을 익히 들어서 여행 전에 인터넷에서 불어 강좌를 찾아

불어 알파벳 표부터 하나 둘 외웠었다.

그 때 느꼈던 게 하나 있었다.

불어는 영어보다 혼자 독학할 수 있는 자료가 극히 적었었다.

그래서 이 책이 좋다, 나쁘다 선택하고 솎아낼 것도 없이 그냥 있는 기초자료를 공부할 수 밖에 없었다.


요즘 서점에 나가 건강 코너만 봐도 별별 다이어트 서적, 운동 서적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지?

우리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고 이 정보들은 때로는 부합되기도, 충돌하기도 한다.

운동을 하면 건강하게 살이 빠지는 건 진리이자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 운동을 해야 한다,

저 책에서는 이 운동은 효과가 없고 저 운동이 효과가 있으니 이걸 해라 말해.

다이어트라고 검색하면 엄청난 양의 다이어트 후기들이 나오잖아.

그렇게 자료를 몇 개 뒤지다 보면 도무지 헷갈리고 정보들끼리 앞뒤가 맞지 않아

그냥 생긴대로 살지 뭐, 하고 포기하게 됐었어. 적어도 나는 그랬었다. 

근데, 사람이라는 큰 틀은 같을 지 모르지만 조금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100명의 사람이 있는 무리에는 100가지 몸이 있어.

즉, 운동이든 다이어트든 누구에게나 적합한 절대적인 마스터키와 같은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야.

나와 있는 운동/다이어트 서적을 봐봐. 저자의 경험에 빗대어 쓴 책들이다.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조차 사실 완전히 자신의 경험에서 자유로와져서

객관적인 방법을 설계하는 건 난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최근 전반적으로 다이어트와 운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시류에 편승하여 다이어트에 성공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담과 노하우를 책으로 내기 시작했고,

책을 낸 사람들이 효과를 보게 된 방법이 다 다르니까 그 수만큼의 다양한 책들이 나왔던 것 뿐이지

그 책에 나온 방법들이 백프로 나에게 알맞은 방법이고 어떤 효과를 체험하게 해줄지는 아무도 장담 못해.

전에는 교과서 같은 책들만 있었는데 이제는 동아전과, 표준전과 같은 참고서들도 나오게 된 거지.

(참고로 난 동아전과 추종자였음)

그 사람에게는 마스터키였을 방법을지 모르지만

그 방법이 나에게도 똑같은 효과를 줄 수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어.

다른 이의 후기를 맹신하지마.   


위에 불어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볼게.

부모님 세대에는 영어책은 성문영문법이 전부나 다름없던 시절이었어.

지금은 정말 다양한 영어서적이 있잖아. 근데 우리는 왜 아직도 영어가 어려운 걸까?

선택의 폭이 너무 넓어지면서 오히려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결정장애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레 나는 추측해본다.

불어는 선택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너무 심플한 선택지 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냥 기초자료 인쇄해서 혼자 공부하고 외웠어.

다만 기본 자료를 가지고 내가 공부하기 쉽게 스스로 공부방법을 만들어 나갔을 뿐이었어.

책 고르느라 고민하는 시간에 뻔하고 단순한 기초부터 일단 시작해서 공부를 진행하니 점점 재미가 붙더라. 


운동도 그랬어. 처음에는 <완벽한> 방법을 찾아내서 운동을 시작하고 다이어트를 진행하려고 했어.

근데 그딴 방법 없더라.

시중 어떤 책도, 인터넷 상 어떤 글도 나에게 완벽하게 들어맞는 방법이 수록되어 있지는 않았어.

그래서 내 운동기에는 이야기의 신뢰도를 높이고

내가 좌충우돌 하며 결과를 얻게 된 과정을 묘사하기 위해 경험담을 넣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기본 원리를 언급하고자 애착을 갖고 글을 쓰면서 나름 많이 노력을 했었어.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기, 꾸준히 움직이기, 이왕 먹는 건 짜지 않고 달지 않은 심심한 간으로 하기 등등

너무나 당연하고 식상한 진리들을 어떻게 <나의 것으로 소화시켰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어.

구체적인 운동방법에 대해서는 나보다 훨씬 자세하고 전문적으로 설명해주는 글들이 많은데

굳이 전문가도 아닌 내가 방법론적인 걸 기술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거든.   

내 운동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횟수가 줄어든 것 뿐이지 아직도 비정기적으로 운동하기 싫다는 슬럼프를 겪고

영혼 털리게 운동했는데도 몸이 찌뿌둥해서 좌절할 때도 있고

약속이 공교롭게 겹쳐서 하루 종일 삼시세끼를 임금님 수라상처럼 먹어서 죄책감에 우울해질 때도 있어.

식욕에서 자유롭고 싶다고 그렇게 몸부림을 쳤는데도 아직까지는 적당히 먹는 걸 넘어서서

조금이라도 포만감이 과하게 느껴지면, 운동했던 것 다 수포로 돌아가나? 나 다시 돼지 되나?

하면서 우울증이 급 몰려오기도 해.

같은 운동을 했는데도 몸에 자극이 안와서 이제 내 몸이 운동에 반응이 없나 불안감에 빠지기도 하고

몇개월 동안 해왔던 운동 자세가 잘못되었다는 걸 반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알게 된 적도 있고..

사진에서나 자세 잘 잡아서 벌키하게 나오지 실제로 나 보면 체구도 작고 그냥 작은 느낌이야.

사진에서처럼 와 존나 서양언니 안 그래 ㅋㅋㅋ 그냥 작아.

그럼 난 사진과 내 현실은 왜 이지랄로 차이가 나지 하고 좌절하는 게 일상이다.

이렇게 매일매일 좌충우돌하면서 살아가고 있어.

지금도 완벽하지 않고 앞으로도 내 운동은 처음과 비교하여 매일매일 더 많이 달라지겠지. 

하지만 이젠 적어도 처음 운동할 때처럼 운동이 너무 하기 싫어서 3시간 동안 컴퓨터하고 게임하고

이불 뒤집어 쓰고 울기도 하고 그러진 않아.

운동 초반 2개월은 살이 징글맞게도 빠지지 않는데 후달리는 체력으로 운동만 빡세게 해서

온 몸이 골병든 것처럼 삐걱거리고 아파서 살 빼려고 운동했다가 몸 병신 되겠다 불안해하기도 했는데

이젠 효과가 내 몸으로 보이는 걸 보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운동해.




얼마 전 원씽(One Thing : 단 하나)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습관이 들 때까지는 온전히 그 하나에만 집중해서 노력할 때

습관이 체득될 때까지 66일이 걸린다는 대목이 나오더라.

맞는 말인 것 같아. 내 운동도 2개월 지나고부터 효과가 났으니까.

더 멋진 건, 2개월 후부터는 효과도 팍팍 날 뿐만 아니라

이 습관을 지속시키는 데 드는 에너지는 처음 습관을 체득시킬 때 들었던 에너지의 1/10도 안된다는 거야.

그럼 그 9/10의 에너지를 나의 또다른 원씽에 투자하면 난 점점 많은 <양질의 것을> 가진 사람이 되어 있겠지?   

그러니 해.

잔말 말고 해, 당신.

완벽하게 시작하려고 하면 관두껑 덮을 때까지 아무 일도 삶에 일어나지 않아.

불완전한 게 나야. 중간에 좌절하고 엇나갈 수도 있어. 불완전한 너를 인정하고 일단 해.

그리고 자꾸 쉬운 길,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마스터키 같은 길을 찾느라 허송세월 보내지 마.

그런 길, 방법, 없어. 있으면 나 좀 알려줘 ㅠㅠ

내가 볼 때 완벽해 보이는 그 사람도 스스로 자신을 바라볼 때는 한없이 불완전해.

난 슬럼프 빠질 때 내 몸이 세상에서 제일 엉망인 것처럼 보인다.

힙도 쳐지고 피부도 쳐지고 어제보다 더 늙은 것 같고...

근데 남들은 그렇게까지 안 봐. 몰라. 진짜야 이건!!

가장 핵심, 기본을 찾아서 이걸 어떻게 나만의 방법으로 녹여내어 내 것을 만들지를 고민하면 돼.  

비록 불완전하지만, 요즘 나의 오늘은 그래서 어제보다 행복하고, 그리고 나의 내일은 오늘보다 행복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아.        


거기 당신.!

울고 있는 내 친동생을 꼭 안고 다독이는 마음으로 쓴다.

시발 그놈의 살이 뭐라고 먹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자기 자신을 학대하고 미워하고 절망감에 빠지는,

근본적인 마음이 썩어 들어가는데 사이즈, 몸무게,

마름, 마름, 마름만 얻으면 내 인생의 이 괴로움이 끝날 거라고

절박하게 매달리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는데 마음이 너무 아파서 난 가슴으로 울었었다.

나 초절식 단기 다이어트 성공 후기 같은 류의 급 다이어트 글들 많이 읽어봤다.

근데 부러웠을까? 아니, 부러운 마음보다는 우려가 됐다.

적지 않은 글이 나 단기간에 몇 키로 뺐어!

내용을 보면 상상도 못할 초절식 식단,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운동량 등등 극단적인 방법으로 채워져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것보다 내가 더 걱정이 됐던 건 나도 이렇게 해보겠다고 댓글을 달았던 사람들이었다...

단기간에 극단적인 방법으로 뺀 살은 부메랑처럼 나에게 돌아오게 된다,

던졌을 때보다 더 강력한 힘을 동반해서 말이야.

단기간에 살을 빼는 행위는 미래의 찔 살을 사채를 당겨 끌어쓰는 것과 같아.

지금 당장은 마르게 되고 44 사이즈가 들어가고 개미허리가 되지만,

항상 불안하지. 조금만 먹어도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버릴테니까, 아주 순식간에.

잠시 천국을 경험하고 다시 예전보다 더 깊고 어두운 뚱뚱함에 지옥에 빠져버리는 기분을

요요를 경험했던 사람들은 잘 알 거야.

차라리 그 시절을 몰랐다면 그냥 그런 줄 알고 살텐데, 시발 그 날씬함이 주는 달콤함이 너무 치명적이었어서

요요를 겪고 시궁창으로 굴러 떨어진 내 현재가 더 좆같이 느껴지고. 하..

솔직히 다이어트 성공했다고 글 쓴 사람들이 지금도 그 상태를 계속 꾸준히 유지하고 있기를 정말 간절히 바라. 그랬으면 좋겠어.

근데 내 주변에서 극단적인 방법으로 단기간에 감량<만> 성공했던 사람 중에는

유지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에

.... 이 부분은 대답을 안 할게.  


내 글에 책임을 지고 싶었다.

19개월간 스스로를 실험체 삼아 검증을 하고 감량을 해서 나름 안정적인 유지기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고

나름 여러 방면으로 내 몸을 연구하고 알아보면서 나만의 방법을 논리적으로 구축하며 운동을 해왔었으니까

그 결과 이 쯤 되면 나란 사람이 내 글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최소한의 준비는 되었다 싶어

기다리다가 운동기를 쓴 거다.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 지옥에서, 몸무게 지옥에서, <마름>의 지옥에서 허덕이고 울고 있더라.

사회에서 외모로 주는 스트레스, 잘못된 정보의 노출로 소중한 본인을 몸무게 하나로 평가절하시키고,

자존감이 짓밟혀 구겨져버린 아픔이 여기저기서 느껴지더라.


나 몇 키로처럼 보여? 물어볼 필요 없어. 왜 남의 시선에 자신을 가둬 바보들아 ㅠㅠ

당신, 그러지 말자. 나 정말 마음이 너무 아파.

나 그렇게 20대를 보내왔어. 그 찬란하고 예쁜 20대를 나를 학대하면서 보내왔단 말이야.

이 글을 읽은 당신만큼은 제발, 제발 그렇게 살지 말아줘.

그 아름다운 시기를 극대화시켜서 아름다움을 누리고 여자로써의 빛나는 순간들을 최대한으로 누려줘.   

살 찐 거 잘못 아니야. 죄 아니야.

세상이 각박해지고 자꾸 외로움이 느껴지고 공허해지는데 그걸 채워줄 대상이 없어 먹은 게 뭐가 잘못이야?

살 쪘다고 남친에게 차였어? 그건 그 새끼가 씹쌔끼인 거야.

마른 친구가 넌 왜 이렇게 살 쪘냐고 웃으면서 말해? 그건 그 씨발년이 빙썅년인거야.

왜 그 사람들의 인격장애가 너의 탓이 되어야 해? 넌 너일 뿐이야. 네가 소중하다는 사실은 변함없어.

다만, 시발 사회가 그렇게 외모로 판단하니까, 그 빌어먹을 외모로 감히 나의 가치를 평가하니까

소중한 내가 소중하게 대접받을 수 있도록 우리를 가꾸자는 거야.

그게 내 운동기 작성의 이유야!!!!

지금 내가 후졌으니까 예쁜 사람이 되자가 아니야.

당신은 원래 사랑스럽고 소중해.

근데 그 사랑스럽고 소중한 게 그렇게 대접받을 수 있도록 포장지를 예쁘게 바꿔보자는 이야기야.

알겠지?

내가 존나 오지랍이 태평양이라 존나 두서없이 주절주절 적긴 했는데

당신이 친동생 같고 살로 상처받고 있는 게 너무 화도 나고 마음이 아파서 ㅠㅠㅠ 그래서 그랬어.  


내가 지금까지 적은 이야기들이 혹시 당신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거나

너무 날카롭게 이야기해서 상처를 준 부분이 있다면

내가 말주변이 없어서 단어선택을 잘못 한 거니까 내가 미안해! 상처받지 말아줘.

다만 정말정말 당신을 걱정하고 응원하는 내 진심만 알아준다면 그걸로 족해.   


이제 이 긴 글을 드디어 마무리하는구나.

이 글이 당신이 건강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는 작은 첫걸음을 떼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난 그걸로 만족해.당신의 아름다운 인생이 평생 지속되길, 얼굴 한 번 보지 못했지만 항상 기도하고 응원할게.



두서 없는 야매 운동기, 이 곳에서 마무리합니다. 그 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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