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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정 Oct 29. 2023

그들의 표현방식

부모님은 나한테 돈 줄 일이 생기면 굳이 굳이 현금을 뽑아서 직접 준다. 어차피 다시 입금해야 하는데 왜 계좌이체 놔두고 일을 번거롭게 만드냐고 툴툴댔는데, 이젠 이해한다.


돈은 물리적으로 만질 수 있게 줘야 받는 기분이 좋은 법이란다. 부모님은 ‘월급봉투’ 받던 세대였으니 월급날 두둑한 봉투 받아 퇴근하던 그 넉넉한 느낌을 기억하고 있는 거다. 실은 이렇게 줘야 자식 얼굴 한 번이라도 더 본다는 게 가장 큰 이유지만.


오늘은 11월에 스위스 여행 간다니까 경비에 보태라며 현금을 뽑아 사무실 근처로 온 아빠. 자기는 가까운 일본 여행, 해외 한 번 나간 적이 없으면서 내가 어디 나간다고만 하면 자기가 가는 것처럼 좋아한다.


“우리 딸이 그렇게 씩씩하게 견문을 넓히러 간다니까 내가 다 좋아서, 마음이 막 들떠서 뽑아왔어.”


그렇게 한 시간 전에 ATM에서 뽑아 온 돈을 받아서 다시 ATM에 넣었다. 이젠 그게 그들만의 표현방식인 걸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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