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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라이딩? No! 천천히 책 읽기다

매일 학교와 학원으로 라이딩하는 엄마의 생각일기

by 맑은눈빛연어

다시 라이딩이 시작됐다. 아침 6시 반부터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등교하는 아들은 갈비탕, 고지혈증 남편에겐 채소과일샐러드. 두 사람이 식사하는 동안 나는 꼼꼼히 간단한 기초화장을 한다. 7시 40분, 아이와 함께 집을 나선다.


8시에 출근하는 남편은 요즘 아침 설거지를 담당한다. 작년 7월, 나는 설거지를 하다 손가락이 배어 힘줄파열 봉합 수술을 했다. 치료와 수술, 재활까지 4개월이 걸렸다. 2박 3일 입원 수술까지 하고 나오니 17년간 주방 근처에는 얼씬도 안 하던 남편은 등하교 라이딩하는 나를 위해 출근 전 아침 설거지를 스스로 하기 시작했다.


국제중에 다니는 아이는 새 학년 OT로 오늘 등교했다. 차에서 내리는 아이에게 "잘 다녀와~파이팅. 오후에 만나!"를 외쳐본다. 아이가 사라지는 순간, 함께 듣던 클래식 FM 채널은 나만의 채널로 다이얼이 바뀐다. 오늘 아침은 <10억짜리 독서법>의 저자 손승욱 님의 인생책 이야기다. 집으로 오는 길, 미세먼지와 얼룩으로 더러워진 차를 단골 세차장에 오픈런했다.


차가 깨끗하게 목욕하는 동안 손승욱 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주었던 인생책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를 오랜만에 만났다.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졌다.


첫 직장이었던 잡지사 초년 기자시절. 그때 그시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구본형 선생님을 만나고 있었다. 내 인생의 스승이셨던 그분이 하늘나라로 가셨다. 작년이 그분의 10주기였다.



한없이 선하지만, 맑고 또렷한 눈빛의 구본형 선생님. 물끄러미 사진을 보니 아침의 분주함은 서서히 연기처럼 사라지고 있었다. 책을 펼치는 순간, 나의 시간은 라이딩하던 자동차에서 내려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엄마라는 역할에 요구하는 책임과 의무를 떠나 오로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매일 이렇게 떠난다.


밖으로 향했던 시선은 천천히 '나'를 향해 초점이 맞춰진다. 그 시선은 나를 이모저모 관찰하며 풍성하고 변화무쌍한 내면 속으로 산책을 떠난다.


갓 내린 커피를 천천히 마시며 책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이 시간을 매일 경험하며 내 인생은 라이딩이 아니라 산책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니, 달리지 말고 오늘도 천천히 걷자. '진짜 나'를 만날 수 있는 곳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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