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딸의 이야기
어머니가 떠나신 뒤 부쩍 외로워하는 아버지와 함께 주말여행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두어 달에 한 번 꼴이지만
여행을 통해 얻는 사색과 감흥의 깊이는 저보다 아버지가 훨씬 더 큼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2015년을 새해 벽두에 여행을 떠나면서
올해부터는 여행을 다녀오실 때마다 여행기를 한번 써 보시는 게 어떻겠느냐 했더니,
아버지는 바로 다음날로 시 한 편을 완성하셨습니다.
“새해엔 이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라는 제목의 시였는데,
시 속에 그려진 이의 모습은 현실적인 딸의 눈에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 느껴졌습니다.
“아빠, 이런 사람은 현실엔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지?” 웃으며 한 마디 했더니,
바로 다음 날로 새로 원고를 작성해 보여주셨습니다.
“어제 쓰셨던 초안은 어디 있느냐” 물었더니, “찢어버렸다” 하셨습니다.
아뿔싸! 78세 순정남의 사모곡이 그렇게 사라져 버렸습니다.
아버지가 새로 쓰신 글을 읽어보니 시 속의 담긴 그 이는 바로 우리 어머니였습니다.
먼저 하늘나라로 간 아내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인데,
어리석은 딸이 그 마음을 읽지도 못하고, 참으로 경솔했습니다.
너무나 순수하고 아름다운 아버지의 사랑 시가 그저 아깝고 그리울 따름입니다.
“엄마, 비록 원고는 사라졌지만 엄마는 들으셨지요?”
아버지의 애절한 마음이 부디 하늘나라에 닿았기를 바라며,
너무나 현실적이고 어리석은 막내딸이 아빠의 여행기를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