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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경 Mar 17. 2016

김창주라는 남자(1939.5.2~) 12

거친 파도 속의 후로후시 온천 ( 일본 아오모리 여행기 6 )

 고집스러운 호롱불 온천의 고풍을 뒤로 하고 도착한 곳은 후로후시 온천이다. 40여 년 전 해안선을 끼고 해변 노천탕을 개발해 지어진 곳으로 현대식 숙박시설을 갖춘 대형 온천이었다. 깊이 200m 에서 올라오는 온천수는 떯은 맛이 나는 황토 온천과 일반 온천수 두 종류로 이 또한 성인병 치료에 효험이 있다고 했다. 

 동해바다 수평선을 바라보노라니 큰 화물선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우리나라 남해안을 거쳐 올라오는 이 배는 그대로 가면 아마 알래스카나 캐나다 등으로 가는 배인지 모른다. 하얀 파도가 해안 바위에 부딪쳐 새하얀 물결을 하늘로 날리는 곳, 정취 있는 풍경이었다.

 저녁식사를 마치자마자 해변 온천으로 향했다. 맨몸에 유카타만 걸치고 해안으로 나가니 바다를 바라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자연 속에 펼쳐진, 아무런 구분도 통제도 없는 자연 노천탕이었다. 부끄러움도 어색함도 없이 황토물에 뛰어들면 그만인 곳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 바위를 깨뜨릴 듯 몰아치는 파도, 그 속에 노니는 철새들을 바라보노라니 무아지경에 빠졌다. 노란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온천에 몸을 담그며 나의 어리석은 마음도 함께 감싸 안았다. 해는 저무는데 철새들은 무엇을 찾고 있는지 자유롭게 날개 짓하고 있었다. 

 따뜻한 온천수가 몸을 감싸고, 얼굴에는 시원한 바닷바람이 다녀가고, 귀로는 철썩 이는 파도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아무 근심 걱정이 없었다. 그저 시간 가는 것이 아까울 따름이었다. 숙소로 돌아와 실내 온천을 하면서도 바다 저 끝으로 사라져 가는 낙조를 볼 수 있어 좋았다. 지금 내가 보는 이 낙조를 함경도 어디쯤 있는 이들도 함께 보겠지 생각하니 기분이 새로웠다. 

 방에 돌아오니 깨끗한 이부자리가 정갈하게 깔려 있다. 이 좋은 곳, 이런 값진 순간에 아무리 참아도 자꾸 떠오르는 아쉬움을 나는 이 악물며 자제해야 했다. 저녁식사는 바닷가 호텔이라 그런지 어느 곳보다도 수산물이 많았고 전복도 큰 것 하나씩 상에 올랐다. 어머니가 전복 따는 해녀이셨기에 나에겐 더없이 귀하고 애잔한 음식이었다. 

 온천을 후회 없이 즐기고자 하는 욕심에 저녁식사를 마치고 다시 해변 온천으로 내려갔다. 적막한 어둠 속에서 온천을 했다. 날도 저물었고 눈이 어두워 위험할 수도 있는데, 왜 나는 굳이 혼자 또 그곳에 갔을까. 나를 움직이는 그리움의 무게에 내 몸은 뜨거운 온천 속으로 끝없이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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