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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경 Mar 17. 2016

김창주라는 남자(1939.5.2~) 13

집에는 음식 냄새가 가득했다 ( 일본 아오모리 여행기 7 )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7박 8일 동안 여행했으나 조금도 피로하지 않았다. 일주일 동안 함께 웃고 울었던 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공항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데, 참았던 담배 한 대 피고픈 생각 간절했다. 앞서가는 딸은 뭐가 급한지 집에 가까울수록 빨라졌다. ‘가방이 무거워 그런가?’ 의아해하며 집에 들어서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일주일 이상 비어 있던 집에 온기가 있고 음식 냄새가 가득했다. 


“아니 이게 뭐야?”
 캄캄한 집안에 불이 켜지더니 방 안에서 대전에 사는 큰 딸 가족이 나왔다.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등장했다. 이미 윤경이는 알고 있는 듯했다. 자연스럽게 “어제가 아빠 생일이잖아” 하며 웃었다. 

 따뜻한 음식 가득한 식탁에 둘러앉아 노래 불렀다. 감격스럽고 고마워 숨이 막힐 듯했다. 이렇게 세심하게 아빠를 생각하는 딸들, 남들처럼 호화롭게 기르지도 못했는데... 아무리 좋은 씨앗도 뿌려진 땅이 나쁘면 잘 자랄 수 없다는 말이 생각났다. 정말 좋은 땅에 뿌려진 싹들이었구나. 또다시 가 버린 그녀가 생각났다. 말문이 막혀 얼른 소주 한 병을 꺼내 건배했다. 감사의 건배였다. 어느 곳에서 어떻게 살든 서로 배려하며 협조 속에 살아가는 우리 딸들이 대견스러웠다. 

 막내는 언제 준비했는지 가방 속에서 언니에게 줄 선물들을 끝도 없이 꺼내 놓는다. 친정엄마도 아니면서 언니들 올 때마다 뭘 더 쥐어 주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막내딸. 요리와 집 꾸미기를 좋아하는 언니를 위해 말차가루와 예쁜 그릇, 그리고 일본 전통 인형들을 꺼내놓는 것을 보고 입이 벌어졌다. 감사의 선물로 받은 호롱불 자석까지 챙겨 언니 손에 쥐어주는 것을 보고 놀랐다. 내가 해야 할 일, 엄마가 챙겨야 할 일을 대신 알뜰히 챙기고 있었다.

 내일 출근해야 하기에 늦은 밤 큰 딸 가족은 대전으로 떠나고, 다시 둘만 남았다.

 “ 고맙다. 너무 좋은 여행이었다.” 했더니, “형편이 되고 할 수 있으니까 하는 거지. 재미나게 살자, 아빠." 했다

 잠자리에 누웠으나 눈이 감기지 않았다. 이런저런 장면들이 스쳐갔다.

‘이런 좋은 딸들을 두고 나 혼자 이게 뭐야. 왜 나는 당신을 끝까지 붙잡지 않고 놔 버렸을까. 내가 몰인정한 놈임에 틀림없어! 용서해 줘요, 노선자...’ 탄식의 눈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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