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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재형 Apr 17. 2021

뒤틀린 욕망, 속절없는 실망

세월호 7주기를 방에서 혼자 조용히 보냈다. 아침에는 페북에 올라온 문재인 대통령의 세월호 게시물을 보고 그 기만(...)에 분노했다가, 오후에는 세월호 공식 행사 유튜브 라이브를 보며 울었다가, 또 좋아하는 가수의 좋아하는 세월호 추모곡이 업로드되어 기뻤다가.. 마음만큼은 요란했다. 저녁에는 줌으로 독서모임을 했고 이번 책은 롤랑바르트의 <애도일기>였다. 책을 핑계로 각자가 겪은 가까운 사람과 먼 사람을 잃은 경험과 감정을 나눴다. 나는 친구들에게 예고(?)한대로 유희열의 <엄마의 바다> 피아노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늦은 저녁을 먹고 인스타 피드를 수없이 올려가며 좋아요를 누르다보니 자정이 지났다. 그리고 오늘을 마치기 전에 꼭 기록해두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 이렇게 앉았다.

나는 오늘 인스타를 어느 때보다 더 유심히 봤다. 이 사람이 무엇을 올리고, 누가 무엇을 올리지 않는지. 무슨 말을 하고, 무슨 말을 하지 않는지. 정확히 말하면 평소 활발하게 인스타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오늘 하루만큼이라도 세월호를 글이나 이미지로 언급하는지에 관해서. 반가움과 서운함이 교차했다. 나도 안다. 이 마음의 분류가 얼마나 오만하고 경솔한 태도인지.

어떤 사람을 생각한다. 애도와 분노를 온라인에 드러내고 전시하는 일에 질려버린 사람, 자신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섣불리 의견을 표명하지 않고 마음으로 슬퍼하는 사람, 숨죽여 울거나 비밀로 가득한 일기장에 조용히 글을 쓰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느라, 피곤으로 가득한 일상의 무거운 짐들을 처리하느라, 세상 돌아가는 일보다는 무너진 내면을 돌보야 할 시기라서, 롤랑바르트 <애도일기>의 한 구절처럼 “누구나 자기만이 알고 있는 아픔의 리듬”이 있어서, 그래서 다들 오늘 하루 각자의 사정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세월호에 근본적으로 전혀 관심이 없거나 적대적일 가능성? 당연히 있겠지만 염두에 두고 싶지 않았다. 온라인으로나마 나와 연을 맺고 있는 사람이라면)   

머리로는 상상했지만 마음의 한계는 명확했다. 나는 인정한다. 마음을 표현하는 성향과 상황이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타인을 함부로 재단하고 판단하는 어리석음이 내 안에 있다. 좁쌀만한 발언과 행동을 근거로 같잖은 우월감을 과시하려는 뒤틀린 욕망이 내 안에 있다. 못된 마음인 것을 알면서도, 이 마음을 부정하려고 할수록 더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 나는 어떤 사람들에 대해 서운하고 서운했다. 내가 알 수 없는 그들의 속사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 없어서, 속절없는 실망이 마음 한켠에 놓이는 것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진행된다. 나도 어쩔 수 없다. 마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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