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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네 시 Nov 06. 2015

플레이리스트#4

습관 by. 몽니

  '그대의 50번째 생일날,

그대는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의 긴 여행을 떠났다.


그대가 남긴 두 명의 아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원망스럽고도 원망스럽다고.

두 아들이 성인이 되면,

그대와 나 단 둘이 행복하게 살아가자던 약속을 어째서 그대는 지키지 않았는지.

그리고 어째서 그대는 그대의 생일날 나를 떠나,

그대를 온전히 기릴 날을

일 년에 한 번 밖에 남기지 않았는지.


3591.

그대가 남긴 몇 안 되는 그대의 분신.

마치 사마귀 같이 악착같다고 친구들이 지어준 그대의 별명,

사마구에서 따온,

고작 네 자리뿐인 숫자.

그대와 그대의 가족 모두가 휴대폰 뒷자리에 간직하고 있는 그 숫자.

그 숫자가 아직도 남아 그대를 기억케 하기에 그대를 원망하기에는 아직 너무 그립다.


새로운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 포털 사이트 화면을 바라보며 습관 같이 그대가 남긴 그 숫자를 적어본다.

하지만 휴대폰 번호가 아닌,

다른 비밀번호를 써넣으라는 메시지만이 돌아온다.  

나의 일상에 좀처럼 더 많은 그대를 새겨 넣기가 쉽지 않아  또다시 그대가 원망스럽다.


원망스러운 그대여,

나는 사마구라 불리던 그대처럼,

여기 남아 악착같이 살아갈 테니,

그대 또한 습관 같이 나의 삶에 기억되기를.'




그대를 사랑하는 그대의 둘째 아들이

그대가 사랑하는 그대의 아내를 위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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