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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Mar 10. 2024

(16) 잭슨 폴록: 캔버스를 해방시킨

[색채 너머로(Beyond the Colors)] (16) 잭슨 폴록: 캔버스를 해방시킨 액션 페인팅의 혁명가


잭슨 폴록, 20세기 미술계의 반항아(enfant terrible). 그는 전통이라는 우리에 갇힌 예술을 해방시켰다. 붓을 던지고, 페인트를 뿌리고, 캔버스 위를 춤추듯 움직였다. 폴록의 '액션 페인팅'은 예술의 혁명이었다. 마치 재즈 음악처럼, 즉흥적이면서도 자유로웠다.


폴록의 작품 'No. 5, 1948'은 미술 시장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2006년, 무려 1억 4천만 달러에 팔렸다. 천문학적인 가격이지만, 그의 예술적 가치를 증명하는 셈이다. 미술사학자 클레멘트 그린버그는 "폴록은 미술을 평면에서 해방시켰다"고 평했다. 캔버스는 더 이상 그림의 배경이 아니라, 예술 그 자체가 된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폴록을 찬양하는 건 아니다. 어떤 이들은 그의 작품을 보고 "내 3살 딸도 이런 그림은 그린다"고 비아냥거린다. 미술평론가 해롤드 로젠버그는 이에 대해 "폴록의 그림은 보는 게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우리는 폴록의 그림 앞에서 예술의 본질을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폴록에게는 '잭 더 드리퍼'라는 별명이 있다. 마치 잭 더 리퍼를 연상시키지만, 폴록은 캔버스를 살해한 게 아니다. 그는 캔버스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예술은 내면의 생명력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폴록의 그림은 생명력이 넘쳐흐른다. 


폴록은 우연의 예술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의 작업은 치밀한 계산의 산물이다. 그는 페인트의 농도, 흐르는 속도, 캔버스와의 거리 등을 철저히 조절했다. 카오스 속에서 질서를 찾아낸 것이다. 이는 니체가 말한 "Dancing Star"를 연상시킨다. 혼돈 속에서도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내는 예술가의 모습이다.


폴록은 예술의 경계에 도전장을 내민 인물이다. 그는 예술의 정의를 확장시켰다. 더 이상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행하는' 것이 된 것이다. 미술이론가 할 포스터는 "폴록 이후 미술은 재현의 문제에서 행위의 문제로 전환되었다"고 분석했다. 폴록은 예술을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바꾼 혁명가였던 셈이다.


사실 폴록은 평생 자신의 예술과 싸웠다. 술, 우울증, 사고사. 그의 삶은 그림처럼 찢겨 있었다. 하지만 그 고뇌야말로 폴록 예술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는 "고통에서 나오지 않은 예술은 없다"고 말했다. 폴록은 자신의 아픔을 예술의 언어로 승화시킨 것이다.


폴록의 그림 앞에 서면, 우리는 숨이 멎는 듯한 경이로움을 느낀다. 그 찰나의 순간, 예술은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자유로워지라, 너 자신이 되라." 이것이 폴록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인생이라는 캔버스 위에, 우리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라고. 폴록은 예술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길을 열어준 선구자였다. 그의 작품은 오늘도 우리에게 영감을 준다. 예술의 한계는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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