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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Mar 10. 2024

(18) 뱅크시: 거리에서 시작된 예술 혁명

[색채 너머로(Beyond the Colors)] (18) 뱅크시: 거리에서 시작된 예술 혁명


미술관의 정적인 벽과 달리, 거리는 역동적인 에너지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 거리의 벽은 마치 살아 숨쉬는 듯, 도시의 이야기와 메시지를 담아낸다. 거리 예술, 특히 그래피티 아트는 이러한 거리의 생명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르다. 한때는 불법의 영역에 있었던 그래피티가 이제는 하나의 예술 장르로 당당히 인정받고 있다. 마치 지저분한 돌멩이가 갈고 닦여 반짝이는 보석이 되는 것처럼, 그래피티 아트는 거리를 캔버스 삼아 새로운 예술의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그래피티 아트의 매력은 그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미술관이나 갤러리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문턱이 높은 공간이다. 하지만 거리 예술은 그런 장벽을 단숨에 무너뜨린다. 출근길에, 하굣길에, 산책길에 우리는 어느새 예술과 마주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그래피티 아트가 가진 힘이다. 거리를 캔버스로, 우리의 일상을 예술로 물들이는 것. 미국의 저명한 미술 평론가 제리 살츠(Jerry Saltz)는 "미술관은 백화점처럼, 거리 예술은 야시장처럼 활기차고 생동감 넘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그래피티 아트는 예술을 좀 더 친근하고 일상적인 것으로 만들어준다.


거리 예술이 가진 또 다른 힘은 바로 메시지 전달력이다. 정치인의 연설보다, 시위대의 구호보다 더 큰 울림을 주는 것이 바로 거리 예술이다. 영국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Banksy)는 이러한 거리 예술의 메시지 전달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의 작품은 전쟁, 빈곤, 환경 문제 등 우리 시대의 아픔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뱅크시의 그래피티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질문이자 외침이다. 독일의 철학자 테오도어 아도르노(Theodor Adorno)는 "예술은 고통에 언어를 부여한다"고 말했다. 뱅크시의 작품은 바로 이 시대의 고통에 힘있는 언어를 부여하는 예술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그래피티 아트를 바라보는 시선이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여전히 많은 이들은 그래피티를 불법적인 행위, 도시 미관을 해치는 요소로 여긴다. 하지만 이는 그래피티 아트를 바라보는 편견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프랑스의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는 "도시의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의 관점에서 보면, 그래피티는 단순히 벽에 그려진 그림이 아니라, 도시와 시민들 간의 대화이자 소통의 한 방식인 것이다.


그래피티 아트는 미술관과 거리를 잇는 다리와 같은 존재다. 그것은 고급 예술과 서민적 감성을 연결하고, 개인의 표현과 사회적 메시지를 잇는다. 그래피티 아트는 우리에게 예술이 무엇이며, 예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한다. 영국의 미술사학자 앤드류 그레이엄 딕슨(Andrew Graham-Dixon)은 "예술은 세상을 향한 창문이자, 동시에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말했다. 그래피티 아트는 바로 그런 창문이자 거울이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도시, 이 사회를 향한 예술가들의 외침이자, 우리 자신을 비추는 반짝이는 조각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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