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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Mar 10. 2024

(26) 요시토모 나라: 일본 네오팝의 앙증맞은 반항아

[색채 너머로(Beyond the Colors)] (26) 요시토모 나라: 일본 네오팝의 앙증맞은 반항아


요시토모 나라는 일본 현대미술계의 록스타다. 그의 그림은 마치 귀엽고 순수한 어린아이 같지만, 그 이면에는 날카로운 메시지가 숨어있다. 커다란 눈망울, 과장된 머리, 앳된 얼굴. 나라의 캐릭터들은 일본 만화의 미학과 서구 팝아트의 감성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듯하다. 하지만 이 귀여운 아이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그들은 현대 일본 사회의 단면을 투영하는 거울이자, 세상의 부조리에 대한 작가의 목소리다.


나라의 작품은 어른들의 위선과 사회의 불합리함에 대한 일종의 반항이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어른들의 세계는 위선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는데, 나라의 그림은 바로 이 위선을 꼬집는다. 순수해 보이는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그 이면에는 현대인의 고독과 상실감이 도사리고 있다. 나라의 캐릭터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우리를 응시하며 묻는다. "이게 정말 우리가 바라던 세상인가요?"


나라의 작품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반영하는 듯하다. 90년대 경제 불황 이후, 많은 젊은이들이 희망을 잃고 방황했다. 사회학자 미야자키 히로키는 이를 '내적 에미그레이션'이라 명명했다. 몸은 일본에 있지만, 마음은 어딘가 먼 곳으로 떠난 것 같은 상태. 나라의 캐릭터들도 이런 정서를 대변한다. 무표정한 얼굴, 허공을 응시하는 눈빛. 그들은 이 사회에 온전히 속해있지 않은 듯, 어딘가 동떨어져 있다.


하지만 나라의 그림은 비판만 하지 않는다. 그 속에는 치유와 위로도 담겨 있다. 인형 같은 캐릭터들은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상기시키며, 상처받은 우리 내면의 아이를 위로한다. 나라는 "예술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줘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작품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용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용기를 전한다.


나라의 작품은 일본의 전통미학과 현대 팝아트가 만나 탄생한 독특한 화학작용이다. 선과 색면의 단순함 속에 일본화의 정제된 아름다움이 숨어있다. 하지만 그 위에 덧입혀진 대담한 색채와 그래픽적 요소는 현대 팝아트의 역동성을 담고 있다. 이 절묘한 조화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작가의 예술관을 반영한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 나라는 원래 만화가를 꿈꿨다고 한다. 그의 작품에서 만화적 요소가 두드러지는 이유다. 또한 그는 미술대학을 다니다 중퇴했는데, 역설적으로 이것이 그만의 독특한 화풍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지 모른다. 한편으로 나라는 유명 DJ로 활동하기도 했다. 클럽 문화와 테크노 음악에서 받은 영감이 그의 작품 속 현대적 감각으로 스며들어 있다.


요시토모 나라의 예술은 한 개인의 작품을 넘어, 현대 일본 사회의 초상화다. 그의 그림은 귀엽고 앙증맞지만, 그 귀여움 속에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것은 우리 시대의 상실과 고독,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희망과 치유의 메시지다. 나라의 캐릭터들은 세상을 향해 말한다. "넌 혼자가 아니야. 우리 모두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어." 바로 그 속삭임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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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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