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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준원 Jun 23. 2022

오늘치 텍스트

늘 한정수량

재료가 다 떨어지면 그날 장사를 접는 식당처럼, 손과 입을 통해 나올 수 있는 언어적 활동들의 총량이 제한되어 있다는 걸 느낄 때가 잦아졌다. 어렵게 에둘러 말했지만, 쉽게 말하자면 말도 잘 안 나오고 나오는 말도 멍청하다. 글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진 않다. 그래서 쾌적한 창작 활동을 하기 위해, 스스로 이 언어활동의 총량을 미리 파악할 필요성을 느꼈다. 먼저 언어적 멍청함이 드러나는 순간을 찾기 위해 꽤 오랜 시간 글을 써 보았다. 9시부터 6시까지 콘텐츠 자판기로써의 역할을 끝내고 저녁을 먹고 난 이후 자판 앞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렇다 나는 출간 초고를 아직도 집필하는 중이다. 많관부♥) 식후 텁텁함을 지우기 위해 선물 받은 위스키에 홍차를 섞어 마신다. 저녁으로 열무비빔밥을 먹었는데, 후식은 위스 티라니... 난데없는 화합의 시간을 맞았다. 갑자기 무슨 위스티(위스키+티)냐 궁금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얼마 전 영국인들이 이렇게 마신다는 걸 어디서 들은 적이 있다, 니들이 이런 걸 마시니까... 브렉쉬..ㅅ.... 앗... 등장했다 나의 멍청함이 드러나는 구간. 아마도 오늘치 텍스트 용량을 초과한 것 같다. 머리는 무겁고, 생각은 나지 않는다. 글을 얼마나 썼나 보면, 하루 3시간?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이을 초과하는 업무 외 텍스트 노동에 대해서는 지양할 것을 나와 내가 충분한 내적 논의 후 내적합의에 도달했다. 이렇게나 상호 간 협조적이라면 세계평화가 영 요원 할리가 없을 텐데... 아쉬움이 곧 한정수량을 초과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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