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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준원 Jun 23. 2022

지하철에서 친구를 만난다면

큰일이다. 분명 눈이 마주친 나의 옛 벗은 내 이름을 아는 눈치였다. 인수분해 공식처럼 잊힌 내 친구의 이름을 기억해보려 애썼지만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지하철이 붐벼서, 서로 옴짝달싹 못하는 것이 이렇게 고마울 줄이야... 자연스럽게 폰을 들어 페북과 인스타를 켰다. 그래, 어디인가에는 친구의 이름이 있을 것이다. 막연한 기대였다. 이름을 모르는데, 어떻게 검색을 할 수 있겠는가?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면 얼굴도 기억하지 않았어야 했다. '오랜만이야 이게 얼마만이냐 정말!'같은 상투적인 멘트도 이름이 기억나야 할 수 있는 말이라는 걸,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개수보다 많은 나이가 돼서야 알았다. 음... 생각나는 이름들이 머릿속에 퍼즐 조각처럼 뿌려졌다. 그 사이 지하철 문이 열리고 닫히길 여러 번, 이내 그가 먼저 지하철에서 내렸다. 손가락으로 수화기 모양을 만들며 연락할게 라며 입을 벙긋거린다. 그래, 연락을 기다리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유난히 고요한 폰을 만지작 거렸으나 아무런 진동도 오지 않았다. 우리는 친구였을까, 친구가 고팠던 둘이 우연히 서로를 알아본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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