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잡힌 내 인생에도 힘이 조금 빠지길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자꾸만 그 사람과 나의 공통점을 찾게 된다.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 어떤 음악을 듣는지,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지 아니면 햇살이 쨍하게 내리쬐는 날을 좋아하는지, 어릴 적 어떤 만화책을 좋아했는지 등등. 그런 사소한 모든 것들.
김하나 작가를 알게 되었을 때 그런 마음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녀와 나는 교집합이 정말 많았다. 고향이 같았고(심지어 동네까지), 그래서 당연히 유년시절을 보낸 장소가 일치했다. 같은 대학을 졸업했으니, 이십 대 초반을 떠돈 공간도 겹쳤을 것이다. 또 글을 통해 내가 알게 된 그녀는 아마도 나만큼 애주가다.
책을 읽으면서 다른 공통점을 만들어야지 다짐했다. 그녀 같은 글을 써야지. 짧으면서 힘이 있고, 잘 읽히는데 마음속 어딘가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킨다. 그리고 카피라이터 출신답게, 문장이 사람을 끌어당긴다. 최근 브런치는 물론 여행 에세이, 블로그, 여행잡지 등 많은 여행 관련 글을 읽고 있는데, 당장 비행기표를 끊어서 달려가고 싶은 글은 <힘 빼기의 기술>이 처음이었다. 그녀의 글을 따라 나는 아르헨티나로 브라질로 하염없이 떠돌았다.
표지에 유영하는 사람들처럼 온몸에 힘을 쫙 빼고 그저 빛이 좋은 야외수영장 위에 둥둥 떠다니고 싶어 졌다. 나는 각이 잡힌 사람이다. 새해면 손가락이 힘을 잔뜩 주고 1부터 10까지 새해 계획을 빽빽하게 새겨야 마음이 편하다.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복직하고 등 일렬의 과정을 쉼 없이 달려온 사람이 바로 나다. 승모근이 여기서 더 발달하기 전에 어깨에 힘을 좀 빼야겠다. 그렇게 물 위에 힘을 빼고 떠 있으면,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내 인생이 좀 더 재밌어지지 않을까?
꿈을 크게 가지고 항상 꿈을 향해 도전하라고도 한다. 꿈은 꼭 그렇게 거창해야만 하는 걸까? '가만히 파도와 푸른 잎사귀와 고양이를 바라보며 맥주를 마시는 것'을 꿈꾸면 안 되는 걸까?
게다가 조금 더 생각해보니 '내가 해봤다'는 건 결국 별로 소용없는 일이었다. 후배는 내가 아니며, 그 관계가 나의 경험과는 다르게 전개될지 누가 안단 말인가? 그래, 이게 바로 꼰대 짓이구나. 내 경험에 비추어 미리 다른 이의 경험을 재단하려는 마음.
니 도토리가 왜 동그란지 아나? 상수리나무 밑에선 상수리나무가 못 자란단다. 그래서 엄마 나무에서 떨어지면 되도록 멀리까지 굴러갈라꼬 동그랗게 생깄다 카네.
무슨 일을 하든, 어떤 처지에서든,
나도 나의 일에 눈이 아닌 정신을 다하여
기품을 기르는 생활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