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주미 Nov 25. 2021

매거진 <B>: 브랜드를 다뤘더니, 브랜드가 되었다.

매거진 B 10년의 기록, <10 Years of Archive> 전시

매거진 <B>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건 2015년 쯤. 당시 같이 일하던 실장님이 '이 브랜드 디지털 채널에 매거진 <B> 컨셉 적용해보는 거 어때요?' 라고 제안하셨을 때다.


실제로 내 돈 주고 처음 산 <B>는 그러고도 한참 후 발행된 MUJI (무인양품) 편이었는데, 이게 이미 이들의 53호 에디션이었다. 그러니까 53권의 책을 발행하고 나서야 나는 이들의 실질적 고객이 된 것이다. 롱블랙에서 읽은 인터뷰 내용을 봐도, 무인양품 편은 <B>에 큰 분기점이 됐다고 한다. 경험해 보지 못한 판매량을 기록하며 대중들이 인지하는 브랜드가 되기 시작한 것.


2011년에 창간해 2017년 무인양품 편으로 메가히트를 치기까지, 이들에게 6년의 기간은 말 그대로 '존버'의 시기였다. 광고는 받지 않는데 해외 취재 등 매거진 제작에 드는 비용은 무시할 수 없었으니까. 매거진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동안, 제이오에이치(JOH)라는 회사 차원에서 진행한 다른 부가가치 높은 다른 사업들의 수익으로 지원을 받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매거진 <B>는 분명히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비즈니스였다. 무가지도 아니고, 돈 많은 대표의 취미 생활도 아니었다. 조수용 발행인은 “광고주에게 끌려다니지 않아야 우리의 관점이 뚜렷해지고 미디어적인 역할을 가질 수 있다. 어느 시점을 지나고 나면 우리가 미디어로서 주도할 수 있는 힘을 가질 것이고, 그때는 비즈니스가 안 될 수가 없다”고 봤다. 다만 긴 호흡으로 보고, 콘텐츠가 쌓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했단다.


피크닉에서 진행된 매거진 <B>의 10주년 기념 전시 <10 YEARS OF ARCHIVE: DOCUMENTED BY MAGAZINE B>는 바로 그들이 쌓아온 그 콘텐츠에 대한 기록이다.


조수용 발행인은 ‘돈을 넘치도록 많이 벌게 되면 그다음엔 뭘 하고 싶어?’라는 질문에 대한 내면의 답변이 잡지를 발행하는 거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 목표를 충분히 돈을 벌지 않았을 때 그냥 바로 실행에 옮긴 것일 뿐이라고. ‘돈 많이 벌면 뭐하고 싶지?’ 라는 질문은 그가 여전히 스스로에게 종종 던지는 질문이라고 한다.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고자 할 때, ‘몇 달 후에 죽는다면 지금 당장 뭘 하고 싶어?’라는 질문보다 더 유의미한 답변을 끌어내는 질문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10년이 쌓여 만들어진 매거진 <B>다움이란 뭘까. 대표적으로는 광고 없이 한 권에 한 브랜드만을 소개하는 방식, 감각적이고도 강렬한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표지 디자인 방식, 잡지라고 하지만 시의성 없고 과월호도 없이 꾸준히 찾게 되는 주제 선정 방식이 떠오른다. 거기다 그 브랜드의 철학과 사람들의 목소리를 기본적으로 긍정적으로 아름다운 시선으로 이야기하는 방식도 <B>만의 시그니처가 된 것 같다.


난 사실 <B>가 다룬 브랜드들 중 엄청난 팬심을 갖고 있는 곳들이 많지 않고, (그나마 내가 가장 많이 산 건 제품 브랜드보다 도시 편들이더라) 어느 시점부터인가 소비에 보수적이 되면서 브랜드를 많이 아는 것 자체를 자제하게 되는 마음도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B>가 소개한다면 그게 뭔가 한 번쯤 관심 가지고 들여보게 되는 건 있다. 이들이 진행한 팟캐스트도 내가 2017년 내내 가장 유익하게 들은 콘텐츠 중 하나였는데, 이 이후로 내가 어떤 기업이나 브랜드를 바라볼 때 <B>의 내러티브 방식이 꽤 많은 영향을 끼치는 걸 느끼곤 한다.


그러니까 난 <B>가 소개하는 브랜드보다 <B> 자체가 더 흥미로운 사람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확실히 느꼈다. 여러 브랜드들의 인터뷰 영상 중에서도 내가 가장 먼저 찾은 & 유일하게 다 본 인터뷰가 바로 조수용 발행인의 인터뷰였다. "오랜 기간 <B>만의 관점으로 브랜드를 소개했더니, 이제 <B>의 관점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라는 그의 말. 이번 전시에서 가장 마음에 오래 남는 문구이기도 하다.


나는 전시에서 매거진 <B>라는 브랜드를 보고 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