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한 오빠는 20대 후반 무렵,
한 여행사에서 프리랜서 가이드로 일을 했었다.
국내에 관광 온 외국인들의 국내 가이드를
위주로 했었는데,
지금으로부터 약 8년 전쯤
한국에 놀러 온 홍콩 여자의 개인 가이드를 해주다
눈이 맞았다.
그녀가 홍콩에 돌아가고 나서도 종종 연락을 했고
직업 특성 상 한국과 홍콩을 오가며
장거리 연애를 할 수 있었다.
운명이었는지..그는 그녀와 결혼을 하게 되었고
지금 그녀와 함께 대만에 살고 있다.
얼마전 오빠가 한국에 잠깐 들어와 만나게 되었다.
아직도 아이가 없다는 말에 짐짓 걱정이 되어
일부러 안가지는 거냐고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을 들려준다.
"사실...나 이혼하고 싶어.
잘 지내왔는데..절대 극복하기 힘든
문화적 차이가 있어.
예를 들면 전날 회식으로 술을 잔뜩 먹고
집에 들어가면 다음날 정성스레 갖다주는게
양념통닭이야.."
"에이..그거야 말을 하면 되지 말을!
그것때문에 이혼한다는 게 말이 되냐?
그 정도는 각오하고 결혼한거 아니었어?"
"아니...이건 정말 사소하고 작은 사례구..
한두개가 아닌데 말로 표현을 못해.
이게 앞으로 절대 맞춰갈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이혼까지 생각한거야..
넌 이해못할껄.." 라며 오빠는 한숨을 내쉬었다.
똑똑하고 아름다운 외국여자와 결혼해
멋지게 대만에서 결혼생활을 누리고 있을 줄
알았던 오빠가 8년만에 와서 한 첫마디가
'이혼'일줄이야...
국내에 있는 한국인도 외국인들과 결혼하는
사례가 많고,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도
외국인과 결혼한 사례는 수두룩하다.
내 동생도 현재 외국에 꽤 오랫동안 거주 중인데,
그 보수적인 우리 아빠도
사람만 괜찮으면 외국 남자도 괜찮다...라고 하는 걸
듣고 세상이 많이 바뀌긴 바뀌었다 싶었다.
국제결혼.
서로 태어난 뿌리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문화와 정서가 다른 사람끼리
사랑을 하고 부부가 되는 것..
참 멋있는 일이면서도
쉽지 않은 선택...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지민 ㅣ 35세. 미국유학 4년 경험. 외국남자 연애 1회. 한국남자와 결혼한 기혼女
"난 완전 대찬성이지..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 남자들보다 외국 남자들은 여유가 있잖아.
인생의 철학이 아예 달라.
진정한 행복이나 내면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거에
친숙하기 때문에 문화가 달라도 가치관이 비슷하다면
훨씬 더 만족감을 줄꺼야
테라스에서 커피 한잔하며 대화하는 즐거움을
외국애들은 익숙하니까~~"
은주 ㅣ 39세. 미국유학 7년 경험. 한국남자 1번. 외국남자 1번 결혼경험 有
"야..그래도 한국 남자가 최고야.
나이 먹어봐라.
이상하게 나이가 들면 들수록 한국적인게 더 좋아.
외국인하고 결혼하면 젠틀해서 좋지..
근데 남자 다 똑같애.
이기적이고..자기 여자한테 보수적이고..
처음에는 사랑해서 생활하지만
나이먹으면 서로 이해하는 파트너십이 중요한데
공감대가 다르니까 나이 먹을수록 외로워진다니까.."
성혜 ㅣ 36세. 유학 경험 無. 외국남자와 결혼한 기혼女
"난 클럽에서 만난 독일 남자와 결혼했는데..
지금 너무 행복해.
내가 원래 활동적이고 개방적인 스타일이라..
한국남자들 너무 답답하고 사고방식
속터졌는데..
지금 남편은 양반인데다가..있는 그대로 나를
사랑해주니까 내가 너무너무 좋아.."
정민 ㅣ 31세. 독일 유학 5년차. 미혼男
" 난 한국 여자가 좋아.
언어도 언어지만 정서적으로 다 이해할 수 있을까?
나 아는 누나는 매 식사 때마다 상을 두번씩 차렸대.
남편이 한국음식 못먹어서..
사귈 때는 냉장고에 김치 넣어도 상관없다고 했는데
결혼하니까 냉장고에 김치 넣으면 냄새나니까 제발 넣지 말아달라는 경우도 많구.."
문석 ㅣ 29세. 중국 유학 7년차. 미혼男
"뭐..장단점이 있지.
너무 행복하게 잘 사는 사람은 못 본거 같구...
그렇다고 막 후회하는 사람도 못 본거 같애.
문화와 언어차이..이런 거 감당할 수 있다면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
정명 ㅣ 34세. 유학 경험 無. 미혼男
"서로 사랑하다면야..문제 될 거 없다고 생각해.
탕웨이 봐~!! 서로 국적은 다르지만
뭔가 영혼이 통하는 커플같아 보이지 않아?
그들은 국경.나이.상황..이 모든 걸 극복했잖아.
얼마나 멋지니??"
25살 무렵,
건대 Bar에서 내게 말을 걸어와
알게 된 영국인 Nick이
문득 생각난다.
그는 나보다 1살이 많은 영어강사.
나야말로 공감과 교감. 유머코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라..
이전까지 외국인들을 사귄다는 것은
상상도 해보지 않았다.
그냥 가볍게 친구나 하자- 했는데
어랏...생각보다 유머가 통하네..이쟈식..
Nick과 나는 서로의 멘트에
배를 잡고 깔깔 댈 정도로 잘 통했다.
신기하게도
나의 구린 영어발음과 전혀 글로벌스럽지 않은
매너를 극복하고
우린 꽤 오랜 시간을 사귀었다.
그때 난 외국인에 대한 선입견을 어느정도
깰 수 있었고..
사람은 다 똑같구나..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랑에 나이도 국경도 없다지만..
우리는 두려움 때문에..
또 한번 확률을 재게 되고
패턴을 찾고싶어 하는 것은 아닐까.
한국 남자든. 외국 남자든.
우리의 성공 확률을 미리 알고 싶어 하는 건
아닐까..
어떤 이는 외국 사람을 만나
자신의 행복감이 채워지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한국 사람을 만나도
대화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한국남자..
외국남자..
꼭 이래..라는 법칙은 없는 것 같다.
각자 감당하고 극복할 수 있는
그릇의 차이가 있을 뿐.
어떤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영혼의 교감을 찾으려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사랑하는 이로부터 안정적인 가정을.
또 어떤 사람은 편안한 동료애를.
그리고 어떤 사람은 사랑하는 이로부터 경제적 안정감을
원하기도 하는 게 세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과연..어떤 사람인가.
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가.
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엇을 해주길 바라는 사람인가.
이것에 대해 솔직해지고
나 자신을 잘 안다면
희미한 미래이지만
우리가 자꾸 따지게 되는 그 확률은 보다
성공 쪽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나는 사랑을 위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각자의 문화를 이해하려
용감한 선택을 한 사람들이 참 멋있다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을 응원한다.
다만 나는,
아직도 배가 덜 고팠는지..
아니면 촌스러운건지..
자상하고 젠틀하고 철학적이고...
뭐 이런 것보다는
함께 라디오스타를 보며 깔깔댈 수 있고.
우울할 때 매운닭발에 소주 한잔을 같이 할 수 있고.
속상할 때 괜히 짜증부리는 이상한 한국 여자의 습성을
이해해주는 멋이 있고,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면서 사과부터 하고 보는
단순한
한국남자가..
아직까지는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