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비햐 세우세스뗏 하푸탈레 스리랑카”
카메라를 들고 하푸탈레의 오솔길을 산책하러 나간 길에, 아기를 품에 안은 아낙네가 사진을 한 장 찍어 달라 하여 한 장 찍었다. 뭐라고, 뭐라고 하는 게 찍은 사진을 보내 달라 하는 것 같다.
“어디로 보내면 되죠? 이메일?”
종이와 펜이 없었지만 스마트한 남자인 나는 아이폰의 메모장을 펴 내밀었지. 뭐라뭐라 말하는데 알파벳으로는 도저히 못 받아 적겠어서, 들리는 대로 받아 적었다.
‘암비햐 세우세스뗏 하푸탈레 스리랑카’
맞느냐고 보여줬더니, 맞댄다. 글쎄. 맞겠지 뭐.
시속 30km로 내달리는 현기증 나는 속도의 기차. 10분 달리고 30분 쉬는 버스. 길 잃은 여행자에게 택시를 잡아주고 택시기사에게 천원을 받아 챙기는 제복 입은 경찰. 우체국에 박스가 없고 테이프가 없고 볼펜이 없어 4번을 방문해야 했고, 컴퓨터가 없는데 먹지까지 없어 보내는 사람 받는 사람 주소를 일곱 군데에 일곱 번 써야 했던 경험. 순수하다기보다는 무지하고 미개한 것처럼 느껴지던 사람들….
이 모든 게 왜 이곳에서만 문제가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스리랑카는 나에게 썩 좋은 추억을 준 여행지는 아니다.
캔디 기차역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리다가 귤을 하나 까서 반쪽 먹고 나머지 반쪽을 먹으려 하다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는데, 멀리서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남자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아이도 웃고 나도 웃었지.
지금은 그 생각이 나서 다시 조금 웃었다.
스리랑카를 또 방문할 일이 생길까.
만약에 언젠가 다시 한 번 콜롬보 공항을 찾게 된다면, 입국 심사서의 주소를 묻는 란에 나는 뭐 이런 걸 다 묻고 그러나. 으스대며 '암비야 세우세스뗏 하푸탈레'를 적게 되겠다.
하푸탈레로의 묘한 향수가 싱그러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