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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섭섭 Mar 25. 2016

별들이 떨어지고 생긴 틈 사이로

바라나시 화장터

형체가 사라지기 시작한다.


몸에 불이 붙은 지 40분째,

한쪽 다리가 떨어졌고 한 시간쯤 얼굴이 사라졌다.


한 사내는 노키아 핸드폰으로 초저음질의 가요를 틀어놓고 있다.


개와 염소가 싸움을 한다.

염소가 일방적으로 달아나는 쪽이니, 싸운다고 할 수도 없다.


아이들이 갠지스 강에서 헤엄을 치고

아랫도리만 겨우 가린 아저씨들은 빨래를 한다.

커다란 불이 열기를 뿜는 화장터가 저들에게는 기막힌 빨래터인 셈이다.


할머니는 빨래를 널고,


어제 그 놈팡이는 또 나타나서

마이 프렌드, 지기지기, 마리화나 따위의 시비를 걸다 사라진다.

     

작은 배 12척이 한 곳에 모여 정박하고 있다.

화장을 함께 지켜보던 열댓 명의 서양인들은 어느새 사라졌다.     


그러는 사이,

한 사람의 삶을 한 줌 재로 바꾸어 놓은 벌건 불이 사그라든다.


또 한 구의 시신이 계단을 따라 화장터로 내려온다,

사라지기 위하여 이곳으로 내려온다.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장작 부스러기와 여화(餘火)만이 함께 소멸하고 있다.


한 인간의 평생을 담은 육신이 사라지는 데는 세 시간이 채 필요하지 않다.     


바라나시의 밤하늘엔 별이 3,000여 개 있었는데,

밤새 12개의 별이 머리 위로 떨어졌기 때문에

동이 틀 때 즈음에는 2,988여 개 정도가 남았다.


별들이 떨어지고 생긴 틈과 틈 사이로

희미하던 것들은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낸다.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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