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문제의식에 그 뿌리를 둔다. 적어도 내가 이 공간 안에 멋대로 펼쳐 놓은 녀석들은 그렇다.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문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이다. 이 공간에서 자유롭게 놀고 있는 녀석들이 우리의 문제의식을 살짝 건드리기라도 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나는 도서관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학생 신분으로 살아가는 내내 그랬다. 책장 넘기는 소리 말고는 다른 그 어떤 소리도 용납되지 않는 고요하고 갑갑한 공간. 그 공간 안의 무겁고 어색한 공기가 나에게 무언가를 말없이 강요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그곳은 분명 나로 하여금 무언가 할 수밖에 없도록 무겁고 날카롭게 강요했다. 숨막히게시리.
숨막히게시리…
그곳이 강요하는 무엇은 내가 원하는 무언가는 분명 아니었다. 그곳은 내 의견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계속 강요했다. 마치 그것이 정답인 양, 그것이 절대 진리인 양.
계속 강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