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세요. 가자미와 콩비지.
아날로그롤링레터를 보낸 것이 2020년 가을쯤이었는데 3년이 흘렀다. 매 계절 롤링하려 했었지만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그간 나는 삶을 헤매었다. 실컷 헤매고 싶었는데 그러진 못했다. 여전히 삶을 헤매고 있다. 아날로그롤링레터는 그런 나를 오랜 시간 기다려주었다. 식지 않은 온기를 담고서.
2020년 과거에 써놓은 글들을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그때의 나는 엄마가 큰 사고를 겪을지도, 내가 결혼을 해서 새롭고 힘든 날들을 견뎌나갈지를 몰랐다. 그저 아롤의 벗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만들고 싶어 하는 꿈 많은 사람이었다.
아롤의 가족들도 몰랐을 것이다. 흘러간 2년이란 시간 동안 누군가는 퇴사를 하고, 누군가는 사업을 접고, 누군가는 꿈을 이루게 될 것이란 사실을. 삶은 알 수 없어서 아름답다.
변하지 않은 것은,
사랑하는 마음.
사랑하려는 마음.
사랑하고픈 마음.
삶보다 사랑이 우선인 것 같다.
가자미와 콩비지가 살아가는 것도 사랑 덕분이겠지.
태어난 김에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고 싶다.
그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사랑하다와 사랑받다는 사실 같은 말이다.
그러니 그냥 사랑하기만 하면 받을 수도 있다.
삶을 살아가는 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는 걸 깨닫는다.
다 알면서도 잘 되지 않는 게 인생이지만.
아날로그롤링레터를 다시 보내야겠다. 이번엔 '지윤'이라는 새로운 친구가 함께 한다. 장담컨대 아롤의 온도를 뜨겁게 올려 줄 귀인(귀한 사람)이다.
2018년 가을에 시작한 [아날로그롤링레터: analog rolling letter]는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람들과 매 해마다 우편 편지를 롤링하며, 마음의 친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날로그롤링레터 참여를 문의해 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가족이 되길 원한다면 참여 희망 메일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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