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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이끼 Sep 09. 2015

맛 보기 전에

이것은 앞으로 등장할 그녀들을 이해하기 위한 간단 설명서 

이제는 언제 그런 날이 있었는지 조차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2000년 어느 여름 날


4살박이 큰 애와 1살의 어린 둘째를 겨우 재우고 내가 컴퓨터 앞에 앉아 시작한 것은 '일하는 여성의 집'에서 배우던 컴퓨터 강좌의 숙제 - 포털사이트에 가입하고 동호회를 적어도 1개 이상 가입하기-였다.

'난생 처음'이란 말이 날마다 튀어나올 정도로 매일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며 세상이 이렇게 빠르게 돌아가는  데 어린 두 자식을 옆구리에 끼고 이제나 저제나 두레박이 내려오기만을 기다리며 하늘만 쳐다보는 선녀의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뭐라도 배우자는 심정으로 시작한 컴퓨터 강좌가 그 후 내 인생을 180도 바꿀 줄은 꿈에도 몰랐다. 


미용실 잡지책을 뒤적이다 발견한 주부들이 많이 간다는 사이트에서 동호회를 검색해보았다. 띠별 동호회가 가장 활발했고 요리, 글쓰기 등 취미 동호회도 있었지만 마음에 쏙 드는 곳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왕 동호회 가입하는 거 내가 한 번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콘셉트를 정해보았다.

주말이 더 바쁜 남편 덕에 아이들과 주말 나들이는 꿈도 못 꾸고 운전도 못하니 대중교통으로 어디를 나선다는 것은 시작부터 고생이었다. 게다가 어린 애들 둘을 옆에 이고 지고 다니면 동정의 눈길을 받기가 더 십상인지라 웬만하면 집에 있자고 나를 다독였었다. 그러나 하늘은 점점 푸르러 지고 살살 서늘한 바람이 유혹하는 계절이 다가오니 이대로 집에만 있기엔 너무 아까운 시간들이었다.  '그래, 나처럼 어디론가 가까운 곳으로 아이들과 나서고 싶은 엄마들이 있을 거야. 단지 혼자서 용기가 안  날뿐이지'

그래서 엄마들과 아이들의 추억 만들기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용기 백배하여 만든 동호회가 바로 인터넷 교육공동체라는 모토를 달고 시작한 [마음에 드는 학교]였다.


처음엔 가까운 지인들에게 소문도 내고 옆 동호회들을 방문하여 홍보도 하고 친구들에게 강제로 회원가입을 시키기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회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덕분에 나이 30을 넘기면 새로운 친구를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했던 말이 무색하게 나는 지금까지 우정을 나눌 멋진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행운을 갖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체험학습이란 단어도, 나들이라는 말도 낯설었고 엄마들끼리만 아이들과 45인승 버스로 놀러 다닌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때라 주말마다 재미와 교육을  함께할 수 있는 나들이 장소를 섭외하고 진행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뭔가에 홀린 듯 그 후로 5년 동안 미친 듯이 그 속에 빠져 든 것 같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그로부터 지금까지 '호의'와 '환대'라는 이름으로 기꺼이 우정을 나누고 서로의 인생에 거름이 되어 주고자 했던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어떤 음식을 먹을 때면 특별히 떠오르는 사람, 추억이 있지 않은가?

그런 음식을 만날 때면 특별히 맛과 별도로 마음은 벌써 저 멀리 추억 속으로 달려가고 있다.

냄새만 맡아도 그리워지는 친구의 얼굴이, 한 숟갈의 맛에 한 숟갈의 우정이 더해지는 그런 음식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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