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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드디렉터 김유경 Dec 15. 2021

대체육 시장의 성장과 원동력, 비거니즘

푸드디렉터 김유경이 바라보는 세상


약 4~5년 전, 인도 뭄바이로 출장을 다니곤 했었습니다. 식품 박람회에서 인도 바이어들에게 시식 서비스를 제공하며 한국 음식과 제품을 소개하는 일이었는데, 그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IS IT VEGGIE? (이거 베지테리언 음식인가요?)’ 였습니다. 약 3억 명 이상의 인구가 베지테리언이라는 사실을 알고 여러 음식을 준비해갔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고, 그때 가장 인기있었던 메뉴는 버섯 잡채였습니다. 돼지고기를 넣지 않고 오로지 버섯으로 깊은 맛을 내고, 참기름을 살짝 두른 버섯 잡채 말이죠. 

인도는 소를 우상시하는 힌두교 국가이기 때문에 소를 먹는 사람은 일부 상류층 말고는 거의 없었고, 돼지를 불결한 존재로 여겨 돼지고기도 먹지 않았기 때문에 주로 먹을 수 있는 고기는 닭고기나 양고기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시중에 있는 70~80%의 식당이 모두 베지테리언 식당이어서 어쩔 수 없이 들어갔는데, 콩과 버섯, 향신료, 식물성 버터 (Gee)를 활용한 요리들이 너무 맛있어서 ‘와, 나도 비건으로 살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든 적이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머쉬룸 미트볼, 레드빈 커리 등 고기 맛을 흉내낸 대체육들도 많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가 동물을 살생하지 않고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자연의 생태계에 해를 끼치지 않고 모두가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습니다

 

대체육 시장의 성장과 원동력, 비거니즘

대체육은 콩이나 버섯과 같은 식물에서 단백질을 얻어 만드는 식물성 대체육과 동물 세포를 배양해서 얻는 배양육으로 나뉩니다. 2000년대 초반에 서울의 어떤 부페에서 콩으로 만든 불고기를 먹은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콩고기 특유의 쿰쿰한 냄새가 너무 불쾌하게 느껴져 대체육은 맛없는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물 복지와 환경에 관심이 있는 MZ 세대가 이끄는 ‘비거니즘’과 더불어 기술력이 발달하면서 식물성 대체육의 품질이 개선되고, 제품이 다양해지며 선택지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대체육은 기본적으로 동물을 살생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고기이기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에서 벗어나는 대안책이 되기도 하고, 축산업이 야기하는 환경 문제 또한 해결할 수 있어 인류와 지구가 오랫동안 공존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죠. 

© fkaregan, 출처 Unsplash

빌 게이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유명인들이 투자한 미국의 한 대체육 브랜드는 건강한 식물성 재료 기반의 고기로 포지셔닝하고, 유명 패스트푸드 브랜드와 협업해 고기없는 햄버거, 고기없는 미트볼, 고기없는 타코 등을 선보였습니다. 실제 고기와 흡사하고 단백질 함량은 높은 반면에 대두, 글루텐, 환경호르몬, 항생제 등이 들어있지 않아 건강을 위해 육류를 섭취하지 않는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죠. 비거니즘은 환경이나 동물복지에 의식이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종교적인 이유, 건강상의 이유와 다이어트 등 하나의 식단으로 자리잡으며 비건에 대한 인식이 더 좋아졌습니다. 어떤 회사는 버섯 곰팡이류가 만들어내는 마이코프로틴을 기반으로 닭고기 대체육 생산에 주력하고 있고, 대두와 헤모글로빈의 헴 분자를 활용해 소고기 스테이크를 씹을 때 느껴지는 식감을 강화한 제품를 개발하는 곳도 있습니다.  



닭이 필요없는 계란, 소가 필요없는 우유

© briansuman, 출처 Unsplash

최근에는 유제품에 대한 연구도 가속화되며 녹두를 원료로 만든 달걀 대체 식품도 세계 최초로 개발되어 출시했습니다. 미국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 ‘잇저스트 (Eat Just)’는 2017년 대체육이 아닌 최초의 식물성 달걀을 노른자와 흰자를 섞은 모양의 액체가 담긴 병으로 선보이며 크게 주목을 받았죠. 녹두 단백질이 날계란처럼 겔을 형성해 응고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착안해 녹두를 주원료로 하고, 달걀의 노란색을 살리기 위해 커리의 재료인 강황을 포함한 10가지 재료를 혼합해 제조하였습니다. 잇저스트는 SPC삼립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지난 8월에 국내 런칭 소식을 밝혔습니다. 산란계를 기르기 위해 토지를 사용하고, 물과 사료를 주고, 닭과 농부들이 발생시키는 탄소들의 10% 내외로만 에너지를 사용해도 만들 수 있는 식물성 계란은 단백질 함량은 기존의 계란과 동일하지만, 콜레스테롤은 전혀 없기 때문에 건강 식품으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국내 소비자 유통 채널뿐만 아니라 파리바게트, 파리크라상 등 SPC 그룹 계열 브랜드들을 시작으로 B2B 시장에도 진출해 식물성 단백질의 저변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 lazizli, 출처 Unsplash

닭이 필요없는 계란처럼 소가 필요없는 우유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콩으로 만든 두유는 있었지만, 귀리, 아몬드, 다이거 너츠 등 견과류와 곡물로 만든 우유들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모으며 다양한 콘텐츠들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어느 회사에서는 ‘포스트 우유 세대 Post Milk Generation’, ‘우유, 그러나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우유 Milk but made for humans’ 라는 마케팅을 하며 쿨하고 재미있는 상품으로도 알리고 있죠. 또, 제품 겉면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명시하며 친환경 이미지를 부각하고, 플라스틱 병이 아닌 종이팩에 담아 비건 소비자에게 더욱 긍정적인 이미지를 어필하고 있습니다. 미국 네이처스핀드 (Nature’s Fynd) 는 미생물 발효를 통해 치즈도 개발해 대체 크림 치즈뿐만 아니라 대체육 기반 패티도 개발해 한정판매를 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식물성 대체육 시장이 성장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아직은 단가도 비싸고, 선택지가 넓지는 않지만 향후 10년 ~ 20년 뒤에는 ‘일상의 음식’ 으로 식탁에 오른 것으로 기대가 되는 만큼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기술이 발달하고 있는만큼 자연의 생태계를 더 안정화시키며 우리의 식생활과 라이프스타일이 더 행복으로 가득찬 나날이 도래하기를 기대합니다. 


글 | 푸드디렉터 김유경 (푸디안젤라)

이메일 | angelakim@tastykorea.kr  

*본 컬럼은 SPC 그룹 매거진에 기고한 컬럼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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