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특성상 ‘화룡점정’에서 마지막 ‘점’을 찍는 역할을 많이 한다. 용을 열심히 그렸는데 마지막 점이 없어 용이 되지 못하거나 포기해야 하는 순간, 핵심을 짚어 막힌 곳을 뚫어주거나 가장 어렵고 번거로운 부분을 처리해 용이 훨훨 날아다닐 수 있도록 한다. 그냥 보기에는 쉬워 보여도 많은 경험과 집중력, 통찰이 필요한 고난이도 업무이자 가장 번거로운, 생사와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니 ‘방점’ 혹은 ‘마침표’라 부르지)
이 역할로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하고 정체되던 일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걸 보며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지만, ‘용은 내가 다 그렸고 넌 점만 찍었는데 한 게 뭐냐’며 결정적인 순간 그 노력과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물론 용을 그린 것 자체로 대단하고 훌륭한 일이지만 제대로 날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고 날고 싶어 나를 찾는 게 아닌가. 항상 무언가 잘 되는 시점이 되면 그 사람의 인격과 그릇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항상 중요한 일은 잘 보이지 않지만 보이지 않으면 대부분 알 수 없거나 믿지 않으니, 필연적으로 안고 가야 할 문제다. 그럼에도 이걸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실력자이자 휼륭한 인격 아닐까. 나 역시 보이지 않는 수많은 도움을 받아왔지만 이걸 제대로 알아보고 가치를 인정해 줬는지 반성해 본다. 한편으로 매번 이런 일을 겪으며 번민하고 고민하는 게 화나고 허탈하기도 하고. 오늘도 공덕 쌓는다는 마음으로 나보다는 (결과적으로) 남 좋은 일에 더욱 애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