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로운 이야기를 써가는 마음으로
매년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준비해온 〈포터블웨이브 오디오쇼〉가 어느덧 3회를 맞이했고, 올해도 다행히 무사히 마무리되었습니다. 행사 끝나고 밀린 본업 처리에, 각종 이벤트 정리, 영상 편집까지 하느냐 총괄 디렉터 겸 호스트로서 이제야 제대로 후기를 남겨보네요. 이번 행사를 돌아보고 그동안 이 행사를 만들어오며 있었던 일들까지 차분히 정리해 보자는 마음으로 적어봤습니다.
‘포터블웨이브 오디오쇼’는 제가 만든 유튜브 채널 ‘포터블웨이브’ 이름으로 개최하는 포터블/헤드파이 오디오 청음 행사입니다. 포터블/헤드파이 오디오는 휴대가 가능한 크기 혹은 혼자 즐기는 셋팅 수준의 오디오 기기를 통칭하는 분야인데 (이어폰, 헤드폰, 앰프, DAC, DAP 등) 가성비부터 고가의 하이엔드 제품까지 매년 100여개 이상 브랜드 제품을 들어볼 수 있는 자리입니다.
제가 이 행사를 만들게 된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코로나로 인해 국내 유일했던 대형 헤드파이 행사가 사라지면서 마니아로서 너무 아쉬웠고, 결정적인 계기는 2022년에 세계적인 오디오 페어 독일 <하이엔드 뮌헨>에 다녀와서였습니다. 오디오라는 마니악한 취향을 이런 스케일과 퀄리티로 풀어낼 수 있다는 걸 보고 정말 큰 자극을 받았습니다. 이 정도 수준은 아니어도 한국에도 괜찮은 헤드파이 행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막상 한국에 돌아와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니, 우리 채널의 인지도나 경험으로는 그 수준의 행사는 꿈 같은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동호회 청음 모임보다는 격식을 갖추되 작고 탄탄한 행사를 기획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마침 과거 큰 규모의 헤드파이 행사에서 사람이 많아 기기를 제대로 들어보지 못하고 사람 구경만 하고 나왔던 아쉬움이 떠오르더라고요.
어차피 행사를 크게 열 수도 없고, 헤드파이 오디오가 마니아의 영역인 만큼 규모는 작더라도 ‘소수의 마니아라도 확실히 만족시키는 방식’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신제품 출시 일정에 맞춘 행사 일정, 사전 신청자만 입장 가능한 저희 행사만의 전통(?)은 이런 고민에서 비롯된 결과였습니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행사 장소를 구하는 일이였습니다. 1회는 종각, 2회는 홍대, 올해는 대한민국 팝업의 성지 성수동에서 열게 되었는데, 비교적 소규모 행사를 준비하다 보니 공간도 한정적이고 예산도 아주 빠듯했습니다. 주차부터 부스 설치, 장비 이동까지 행사 공간마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들이 끊이지 않았고요.
하지만 회차를 거듭하며 힘들게 고생하다 보니 나름 경험도 생기고 공간을 보는 눈이 생기면서 올해는 가장 만족스러운 장소에서 행사를 열 수 있었습니다.
작년 행사가 헤드파이 오디오, 프로 오디오, 하이파이 오디오 브랜드들을 조화롭게 들어볼 수 있는 것이 컨셉이었다면 올해는 보다 다양한 브랜드는 물론 '성수동'이라는 공간의 장점을 살려 보다 다양한 분들도 즐길 수 있도록 3층에 LP, CD, 카세트 플리마켓을 추가해 보았습니다.
덕분에 LP 좋아하시는 여성분들, 성수동에 놀러 오신 일반 관객 혹은 외국 분들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플리마켓은 행사장 꼭대기 층에 자리해 있어 접근성이 비교적 낮았고, 예약제 행사 특성상 전체 관람객 수가 많지 않아 다소 관람 밀도는 아쉬웠습니다. 내년에는 이 부분을 좀 더 보완해서 기획해보려 합니다.
특히, 한국 오디오 브랜드의 자존심이자 저희 행사 초창기부터 함께해온 아스텔앤컨은 플래그십 모델 SP4000을 국내 최초로 공개했을 뿐만 아니라 독일 뮌헨 오디오쇼에 견줄 만한 압도적인 규모와 완성도의 부스를 직접 제작해 주셨습니다.
또한 국내 유일의 프로 오디오 수입사 기어라운지는 기존 오디오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고급 가구 페어를 연상케 하는 세련된 라운지 콘셉트로 부스를 꾸며 주셔서, 이번 행사의 전체적인 격조를 한층 더 끌어올려 주셨습니다.
이 행사를 준비하며 가장 뿌듯했던 건 비록 해외 쇼처럼 거대한 규모는 아니지만, 오디오를 좋아하는 마니아분들과 오디오를 직접 만들고 판매하는 브랜드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작은 놀이터'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저희가 아닌 더 큰 규모의 헤드파이 행사가 다시 등장할 수도 있겠지만, 유튜브를 계속하는 동안만큼은 오디오를 매개로 함께 즐기고 교류할 수 있는 소중한 장(場)을 꾸준히 만들어가고 싶네요.
항상 빠듯한 컨디션과 부족한 인프라 속에서 매년 정말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준비해 왔는데, 매년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는 마음으로 임해보려 합니다.
행사 현장과 준비 과정을 담은 영상을 함께 나누며 올해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내년에도 꼭, 또 놀러와 주세요. 피스 ✌️
최창규 (THINK TANK, Brand & Marketing Director, thinktank_c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