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 블랙미러
* 이 글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블랙미러 시즌 5: 스트라이킹 바이퍼스>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철권 같은 격투 게임을 해본 적이 있는가? 이러한 격투 게임에는 다양한 캐릭터가 존재한다. 자신에 취향에 맞는 캐릭터를 선택하여 게임을 진행하고, 매 스테이지마다 상대 캐릭터가 등장한다. 캐릭터의 성별도 다양하다. 아름다운 외모에 가냘픈 몸매를 지닌 캐릭터가 상대로 나오면 주먹을 날리고 발차기를 하는 것이 조금 민망하기도 하다.
'스트라이킹 바이퍼스'는 스트리트 파이터, 철권 같은 격투 게임이다. 혈기 넘치는 흑인 남성인 주인공은 동성의 친구와 어릴 적부터 '스트라이킹 바이퍼스'를 하는 것을 즐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서 게임은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간다. 어느새 중년이 된 주인공의 생일, 친구가 찾아와 '스트라이킹 바이퍼스'를 선물한다. 새로운 에디션이다. VR 기기를 통해 작동한다고 한다.
고맙다는 인사를 했지만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일을 하느라 게임을 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거실에 앉아 있는 주인공에게 메시지가 도착한다. 친구의 메시지다.
"'스트라이킹 바이퍼스'에 접속해봐."
주인공은 다소 들뜬 얼굴로 VR 기기를 착용하고는 자신에게 익숙한 '남성' 캐릭터를 선택한다. 게임 속으로 접속한다. 게임은 정말 현실적으로 구현되어 있다. 가상이지만 실제라고 해도 누구든 믿을 정도다. 더 놀라운 것은 캐릭터다. 캐릭터가 자신의 몸으로 구현되어 있다. 아름다운 '여성' 캐릭터로 접속한 친구는 게임의 놀라움에 감탄하는 주인공을 놀리며 게임 방법을 알려준다. 실제 감각과 동일한 감각이 구현되어 있으며, 상처가 생겨도 스테이지가 끝나는 즉시 회복된다고.
신나게 격투를 즐기던 가운데 친구는 쓰러진 주인공을 깔아뭉개고 앉게 되고, 갑자기 묘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그들은 키스를 한다. 키스를 하고는 서로 깜짝 놀라 게임에서 빠져나오지만 이내 게임 속에서 다시 만나고 성관계를 맺는다. 만남의 횟수는 잦아져 주인공은 아내와의 관계보다 게임 속 친구와의 관계에서 훨씬 더 강렬한 쾌감을 얻는다.
아내는 갑자기 소홀해진 주인공에게 의문을 품는다. 둘은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주인공은 친구와의 관계를 정리하기로 한다. 그러나 친구의 집착이 시작된다. 깊은 고민 끝에 주인공과 친구는 실제로 키스를 해보기로 한다. 그러나 그것은 게임 속 키스와는 전혀 달랐다. 둘은 게이가 아님에 안도하지만 서로를 향한 요동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주먹다짐을 벌인다. 그들은 경찰서에 연행되었고 주인공의 신분을 보장하기 위해 아내가 경찰서를 방문한다.
경찰서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주인공은 아내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약속을 한다. 정기적으로 날짜를 정해서 주인공은 친구와 게임(?)을, 아내는 외도를 하기로.
무언가 매우 비정상인 것처럼 보인다. 격투 게임 속에서 성관계를 하는 것. 그것도 동성 친구와 하는 것. 동성 친구와 실제로도 키스를 해보는 것. 아내에게 이러한 사실을 인정받는 것. 모두 뭔가 꺼림칙하다. 한편으로 궁금해진다. 이성애자인 우리는 왜 동성애를 이상한 것으로 치부하는 것일까? 동성애에 대한 혐오감은 본능적인 것일까?
미셸 푸코(1926~1984)에 의하면 우리가 지닌 성의 개념들과 경험들은 문화적으로 체득되었거나 권력에 의해 만들어진 산물이다. 때문에 '성에 대한 관념'이라는 것은 사회 안에서만 존재할 수밖에 없다.
푸코는 <성과 역사>를 통해 우리가 생각하는 '성에 대한 관념'이라는 것이 문화적 인습과 권력에서부터 독립하여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불가능했지는 보여주었다. '성에 대한 관념'이 사회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정신병'이 사회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과 같다. 동성애가 정신병이라는 말은 아니다. 사회 속에서 작동하는 메커니즘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당신이 잘 아는 친구 A가 정신병에 걸렸다고 생각해보자. A의 행동은 보편적인 사람의 기준으로 이해할 수 없다. A는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하고, 침을 흘리기도 하며 생산적인 활동을 거의 하지 못한다. 때로는 갑자기 앞구르기를 하여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A는 자기 자신을 포함한 그 누구도 해치지 않는다. 다만 특이한 행동을 할 뿐이다. 이때 A는 병에 걸린 것인가? 그것이 만약 병이라면 A가 걸린 병과 감기, 피부병, 암, 협심증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A의 행동을 특이하게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병으로 보기는 쉽지 않다. 무언가 해를 끼쳐야 그것을 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신병에 걸린 A가 그 누구도 해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A의 병은 생물학적인 병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것은 사회규범적인 병이다. A는 생산 활동을 거의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산 수단을 가진 권력자의 입장에서 A는 병에 걸려 노동을 할 수 없는 사람과 동일한 존재다.
동성애자도 마찬가지다. 동성애자는 양성애자를 마구잡이로 강간하고 다니지 않는다. 그것은 동성에게 성적 호감을 느끼는 것이지 동성을 마구잡이로 강간하고 다니게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동성애자는 실제로 해가 되지 않는다. 동일하게 권력자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권력자의 입장에서 동성애자는 노동자의 생산에 방해가 된다. 노동자가 지속적으로 성교를 통해 노동자를 생산해주어야 하는 것인데, 동성애가 판을 치게 되면 새로운 노동자가 태어나지 못한다. 그로 인해 동성애는 법적으로 금지되었고, '동성애는 나쁜 것'이라는 생각이 우리의 인식 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니까 <스트라이킹 바이퍼스>의 불쾌감은 VR 게임 속 성행위여서는 안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VR에서 벗어난 현실 세계의 결혼이라는 약속, 약속에의 구속이 진정한 사랑을 방해하고 있지는 않은가? 마셜 맥루언의 말처럼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기술은 또다시 인간의 삶을 변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