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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석 Jul 23. 2022

누구의 책임인가?

구조, 시스템, 프로세스, 사람

[윤석열이 이 정도로 무능하고 무책임한 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고?]    

 

■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 이래서는 안 된다.     


일단 성인이 되면,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자리가 바뀌면 사람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도 버려야 한다. 이명박과 박근혜를 보라. 평소에 하던 일을 그대로 청와대에서 했다. 1993년 귀국한 이후, 지금까지 이런 얘기를 가르쳐왔으나 이 과학적 사실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 명백한 사실을 왜 받아들이지 못할까? 2014년 은퇴한 이후 줄곧 이 원인을 고심해왔다. 소위 지식인들의 모임에도 찾아가 보았다.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교육학자, 정치학자, 사회학자, 행정학자, 경제학자, 경영학자가 모이는 장소에도 될 수 있으면 찾아가서 뭔 얘기를 하는지 들어보았다.      


내 잠정적인 결론은 이렇다. 한국 사회의 지식인 입네 하는 사람들이 인사조직론의 기본상식조차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대부분 조직을 분석하는 이론적 틀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표피적인 분석에 그치고 만다. 그러니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     


아무도 윤석열의 등장과 출현이라는 저 해괴한 사태에 대해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를 말하지 않는다. 이래서는 우리 사회가 발전할 수 없다.     


■ 인사조직론의 분석 틀     


조직 자체의 성공과 실패를 분석하려면 다음과 같은 4개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첫째, 구조(structure, S)의 문제가 있는가? 구조란 조직 내의 여러 요소가 제대로 분권화되어 있는가를 알아보는 질문이다. 분권화란 각 직무에 고유한 역할과 책임, 즉 어카운터빌리티(accountability)라는 성과책임이 배분된 상태를 말한다. 민주당이든 국힘당이든 우리 정당조직은 구조적인 문제가 심각하다. 피라미드형 조직구조에서 상층부의 사적 욕망대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곤 한다. 정당 자체의 구조가 엉망으로 설계되었다는 말이다.      


둘째, 시스템(system, S)의 문제가 있는가? 시스템이란 조직의 여러 요소(직무)가 서로 맞물려 상호작용함으로써 시너지를 일으키도록 설계된 상태를 말한다. 각 정당의 구조가 개판으로 짜였기 때문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리가 없다.      


셋째, 프로세스(process, P)에 문제가 있는가? 프로세스란 업무수행과정을 말하는 것인데, 특히 의사결정과정이 중요하다. 독단적으로 결정하는가? 아니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합리적으로 결정하는가? 프로세스의 효율성은 이 질문으로 짐작할 수 있다. 구조와 시스템이 엉망인데 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할 리가 있겠는가?     


넷째, 사람(people, P)의 문제가 있는가? 사람은 이미 설계되어 작동하는 조직의 구조, 시스템, 프로세스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그것의 잘못된 관행을 파악하여 어디서 문제를 일으키는지 찾아서 새롭게 조직을 설계해야 하는 것이 조직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의 성과책임(accountability)이기도 하다. 최종적으로는 사람이 문제다. 그러므로 어떤 직무를 맡았던 사람이 그 책임자인지를 찾아내야 한다.      


■ 원인분석의 질적 수준     


그러니까, 조직의 성패를 분석하려면, SSPP를 순서대로 질문해보아야 한다. 소위 지식인 입네 하는 사람들, 특히 민주연구원이 연구한 민주당 실패의 원인에 관한 분석보고서 내용을 보고 기겁했다. 온통 조국사태, 추윤갈등, 팬덤현상, 전략부재, 리더십 결핍, 반성과 성찰의 부족 등과 같은 겉으로 드러난 현상을 분석했다. 거듭 말하지만, 현상은 결과일 뿐, 원인이 아니다. 실패의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 엉터리 분석이니 그 결론은 뻔하다.     


성공과 실패의 첫 번째 원인은 언제나 구조적인 문제에서 시작된다. 잘못된 구조가 시스템에 영향을 주고, 시스템이 다시 프로세스를 엉키게 만든다. 지금 정당들이 모두 이런 상태에 직면해 있다. 이것은 기업이든 국가든 마찬가지다. 독일 바이마르공화국의 실패도 민주적인 국가조직의 운영구조를 잘못 설계했기 때문에 히틀러의 나치가 출현하게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독에서 바이마르공화국이 실패했던 원인을 살펴 국가운영의 구조와 시스템을 완전히 새롭게 설계했다.     


나는 민주당의 재보선, 대선, 지선의 패배 원인을 제대로 분석한 연구보고서를 아직 보지 못했다.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각종 데이터를 분석한 보고서는 있지만, 그래서 뭘, 어쩌라고? 아무런 영양가도 없는 분석이다.     


■ 최종책임은 언제나 사람에게     


구조, 시스템,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으면 그것을 개혁하라고 정당의 지도부에 권한을 준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구조에 구속받으면서 행동하지만, 정당을 책임지는 정치인이라면 그 구조와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잘 작동하도록 재설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문제의 최종책임자는 언제나 사람이다. 누가 그런 잘못된 구조, 시스템, 프로세스를 개혁 또는 개선하지 못했는지를 찾아내어 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내 분석 결과에 의하면, 민주당의 연속적인 실패의 최종책임은 전적으로 이낙연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럴 리도 없겠지만, 나에게 연구비를 충분히 지원해주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      


180석이라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얻고도 검찰개혁, 언론개혁, 교육개혁, 선거개혁, 노동 및 재벌개혁 등과 같은 수많은 민생개혁 과제를 하나도 처리하지 않았다. 왜 민주당은 개혁과제를 전혀 실현하지 못하고 국힘당에 질질 끌려다녔을까? 민주당에는 개혁과제를 실행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범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김경수, 조국, 추미애, 박원순 등의 대선주자급 인사들을 사지로 몰아넣었다. 이낙연과 그 추종자들은 심지어 이재명의 등 뒤에다 칼을 꽂기도 했다. 재보선, 대선, 지선에 패배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므로 최초의 서울·부산 재보선 참패에서 시작된 패배의 행진은 철저하게 이낙연과 그 추종자들에게 있다. 그 후의 선거는 민주당에 대한 민심의 배반으로 이어졌다.      


이런 이낙연과 윤석열을 임용한 사람이 바로 문재인이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되도록 이끈 책임은 궁극적으로 문재인에게 있다. 문재인은 이 상황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공직은 항상 결과로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의 ‘사람 보는 안목’이 없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막스 베버가 말한 정치인의 책임윤리(Verantwortungsethik)다.      


독일 기본법(헌법) 제65조에는 짧은 네 문장으로 연방총리와 연방장관들의 성과책임(accountability)이 명시되어 있는데, 여기에 두 번이나 책임(Verantwortung)이라는 말이 나온다. 나아가 내각은 하나의 팀이 되어야 한다는 준엄한 명령도 나온다. 조직의 성공과 실패는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지, 어떤 현상이나 조직구조와 시스템에다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된다.      


■ 이 책을 보라     


내가 쓴 책《성취예측모형: 인사실패의 원인은 무엇인가?》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이 책 안에 담긴 인사조직론의 사상과 철학, 나아가 그 학문적 뼈대를 잘 살펴보기를 바란다. 그러면 누가, 이 처참한 사태를 책임져야 할지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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