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깊은 가을 땅끝을 그리며
很久很久以前,他们航海,来到了一个地方叫‘天涯海角’,从此他们就在那生根。
A long, long time ago, they sailed and reached a place called ‘the ends of the earth’ — from then on, they took root there.
아주 오래 전, 그들은 항해를 해서 ‘천애해각’이라 불리는 곳에 도달했지. 거기서 그들은 뿌리를 내렸어.
- 영화 천애해각 중 1996
가을이 깊습니다.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는 옛 사람을 문득 떠올리게 하는 계절입니다.
생각지도 않던 전화 한통에도 흔들리기도 하고 술 한잔에 무너져 내일이면 후회할 넋두리를 늘어놓기도 합니다.
그리움이 더욱 사무치는 계절, 잠시 머리를 들고 주변을 봅니다.
도저히 카메라 앵글에 담아낼수 없는 모습들이 집 근처에 오가는 이들을 무심한듯 내려다 보네요.
아림 齊琳(Kelly Chen 진혜림 분)이라는 부유한 선박 재벌의 딸로, 백혈병(또는 혈암) 진단을 받습니다.
그녀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혼란스러워하고, 자기 삶의 의미와 사랑을 찾고 싶어 합니다.
어느 날 그녀는 스코틀랜드의 선원 아덕 德(De)라는 남자를 만나고, 그가 고향에 대해 말해준 천애 海角(끝의 세상)이야기에서 깊은 인연을 느끼게 됩니다.
나구충 那口蟲(아충, 금성무 분)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는 무엇이든 잃어버린것을 찾아주는 일을 한다고 합니다.
아림은 아충(에게 아덕을 찾아달라고 부탁합니다.
아충과 치린은 사람들의 삶 속에서 많은 상실과 희망을 목격하고, Worm의 꾸준한 헌신적인 태도에 그녀는 감명을 받습니다.
치린은 자신이 죽음이 가까움을 알면서도 책임감 없이 사랑을 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느끼고, 아충과의 관계를 망설입니다.
결국 치린은 천애해각天涯海角이라는 장소로 떠나고, 그곳에서 德를 다시 만납니다.
아충과 아림은 각자 자신의 ‘진정으로 잃어버린 것’을 찾는 여정 속에서 서로에게 중요한 존재가 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며 홍콩 영화가 검열·규제로 창작의 자유가 위축되어 몰락의 길을 걷기 전 1996년 금성무 주연의 영화 제목이 천애해각 天涯海角이죠.
영화는 멜로 영화의 클리셰를 서서히 따라가지만, 또 한편으로 성장을 이야기하면서 환상과 도피를 끼워 넣어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진혜림을 바라보며 턱을 괴고 천진난만하게 웃는 금성무의 얼굴을 보는 일만으로도 언젠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기적을 믿어보고 싶어집니다.
天涯海角 천애해각은 하늘의 끝, 바다의 모퉁이라는 뜻의 중국어 사자성어입니다.
이는 아득히 멀고 구석진 곳을 비유하거나, 서로 멀리 떨어져 있음을 의미합니다.
중국 하이난에 있는 유명한 명소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티엔야 하이자오(天涯海角 tian ya hai jiao 천애해각 remote places)는 해남도 남쪽 끝에 있으며, 삼아시에서 20여 km 떨어져있고, 면적은 10.4㎢로 하이난에서도 거의 제일의 휴양지의 모습이고 중국스럽지 않은 동남아 느낌의 장소로 위치 자체가 베트남 바로 옆입니다.
중국 화폐 2위안의 그림이기도 합니다.
고대에는 귀문관(鬼门关)이라 불렸는데, 관리들이 이곳으로 좌천되었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입니다.
남조시대 진나라 사람 서릉徐陵이 쓴 ‘무황제작상시여영남추호서武皇帝作相時與嶺南酋豪書’의 ‘막막한 하늘가, 멀고먼 땅 끝(涯藐藐,地角悠悠)’이라는 구절에서 처음 사용되었다고합니다.
당나라 덕종때인 781년 이곳으로 좌천된 양염은 ‘한번 가면 만리 길이요, 가기만 하면 돌아온 이 없다네. 애주가 어디 있냐고? 살아서 넘는 귀문관일세(一去一万里, 千之千不还. 崖州在何处? 生度鬼门关)’라고 땅끝으로 쫓겨난 심회를 토로하였습니다.
여기서 애주는 곧 지금의 해남도를 가리킵니다.
당나라 817년 백거이의 시 가운데 심양춘 尋陽春 3수 중 ‘춘생’에 ‘해각천애海角天涯’라는 시구가 나옵니다.
봄은 어드메에서 생겨나셨는지 소리 소문 없이 떠도시다,
바다 모퉁이 하늘가에 이르러서야 쉬시네.
온화한 바람 먼저 보내 소식을 전하고,
우는 새 보내 연유를 설명하시네.……
春生何處暗周遊 춘생하처암주유
海角天涯遍始休 해각천애편시휴
先遣和風報消息 선견화풍보소식
續叫啼鳥說來由 속규제조설내유
동시대의 한유韓愈가 가족과 어린 시절의 애틋한 정과 이별의 슬픔을 진솔하게 표현하며 조카 한노성의 죽음을 애도하며 쓴 제문(祭文)인 ‘제십이랑문祭十二郞文’에 나오는 “한 명은 하늘 끝에 있고, 다른 한 명은 땅 끝에 있다(一在天之涯,一在地之角)”는구절에서도 ‘천애해각’이란 말이 아득 멀고 먼, 그리하여 더 이상 나아갈 곳이 없는 곳에 이른 이의 심정, 서로 멀리 떨어져 만날 수 없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대변합니다.
한 사람은 하늘 끝에 있고 한 사람은 땅 끝에 있으니
살아서 그대의 그림자가 나의 몸과 더불어 서로 의지하지 못하고
죽어서도 혼이 나의 꿈과 더불어 서로 만나지 못하는구나.
내가 진실로 그렇게 했으니 그 또한 무엇을 탓 하리오.
푸르고 푸른 하늘이시여 어떻게 그 끝이 있으리오.
一在天之涯 一在地之角 일재천지애 일재지지각
生而影不與吾形相依 생이영불여오형상의
死而魂不與吾夢相接 사이혼불여오몽상접
吾實爲之 其又何尤 오실위지 기우하우
彼蒼蒼者天 曷其有極 피창창자천 갈기유극
- 韓愈, 祭十二郞 한유, 제십이랑
청나라 옹정제때인 1733년 당시 애주의 지부였던 정철이 하늘 높이 솟은 돌에 '천애天涯'라는 두 글자를 새겼고, 청나라 말기에 또 다른 돌에 '해각海角'이라는 두 글자가 새겨져 이로부터 '천애해각天涯海角'이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사실 ‘천애’나 ‘해각’은 말 그대로 하늘가나 하늘 끝, 바다 모퉁이나 바다 끝이란 뜻이니 언제든지 누구든지 쓸 수 있는 말이죠.
또 다른 우뚝 솟은 돌기둥에는 '남천일주南天一柱)라는 네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백사장, 돌숲을 이루는 기암괴석과 끝이 보이지 않는 푸른 바다 등 아름다운 경치로 인해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으며, 천애해각과 아룡만 등은 전형적인 아열대 기후를 나타내는 해변입니다.
천애해각을 가장 절절하게 느낀 이들은 멀고 황무하며 덥고 풍토병이 있는 하이난섬으로 귀양 온 이들일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함경도와 제주가 그러했던 것처럼 헤이룽장성 닝구타가 북방 최악의 귀양지라면 하이난섬은 남방에서 가장 멀고 험한 유배지였습니다.
깊어가는 계절의 끝에서 닿기 어려운 이들을 떠올리니 그리움이 사무칩니다.
영화 天涯海角 (Lost and Found)의 진혜림이 부른 주제가, '風花雪 풍화설’도 한 몫합니다.
其实,我并不要保守什么秘密,反而我觉得每个人都好像知道一个大秘密又没有人肯告诉我。
Actually, it's not that I want to keep some secret. I feel as though everyone knows a big secret, but no one is willing to tell me.
사실, 난 어떤 비밀을 숨기고 싶은 게 아니야. 오히려 모든 사람이 어떤 큰 비밀을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아무도 말해 주려 하지 않아.
- 영화 천애해각 중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