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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문 | 나는 왜 쓰는가

; Why I Write

by Architect Y


1936년부터 내가 쓴 심각한 작품은 어느 한 줄이든 직간접적으로 전체주의에 ‘맞서고’ 내가 아는 민주적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것들이다.

우리 시대 같은 때에 그런 주제를 피해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내가 보기에 난센스다.

(중략) 지난 10년을 통틀어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정치적인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일이었다.

- 나는 왜 쓰는가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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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훈은 그저 자신을 표현하는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러시아 작가 Romain Gary 로맹 가리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변신시키기 위해, Virginia Woolf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 의식의 흐름을 기록해 내면의 진실을 붙잡기 위해 글을 쓰며 자기표현(혹은 확인)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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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형성이 글을 쓰는 목적인 유시민처럼 MLK 마틴 루서 킹은 글로 ‘시민의 도덕적 상상력’을 흔들어 사회를 바꾸기 위해, 철학자 Hannah Arendt 한나 아렌트는 공적 공간을 열어 시민적 판단을 환기하기위해, 영국 정치가 John Stuart Mill 존 스튜어트 밀은 공공선·자유를 설득하고, 사회적 합리성을 확산시키기 위해 글 쓰며 여론을 만들고 사회적 영향을 구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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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통해 자기치유의 목적이라고 하는 むらかみはるき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Franz Kafka 프란츠 카프카는 불안을 ‘기록’함으로써 스스로를 정리하기 위해, 퓰리처상 수상 시인 실비아 플라스 Sylvia Plath는 감정의 폭발을 언어의 형태로 붙잡아 자기 자신을 구조하기 위해 글을 쓰며 스스로의 치유와 자기회복을 했습니다.

반지의 제왕 J.R.R. Tolkien 톨킨, 해리포터 J.K. Rowling 조앤 K. 롤링은 그저 자신의 어린시절 원했던 세계를 만들며 신화가 되기위해 글을쓰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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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나 철학적 사유, 혹은 사회문제의 목적이 아니더라도 상실을 쓴 Joan Didion 존 디디온, Albert Camus 알베르 카뮈는 Why I Write를 쓴 George Orwell 조지오웰(본명 Eric Arthur Blair)처럼 현실세계를 설명하기위함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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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은 대표작인 소설 동물농장과 1984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지만 오랜 세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서 생계를 꾸려가며 엄청난 분량의 에세이와 칼럼, 서평을 썼습니다.

삶에 맞닥드리는 순간, 정치적 입장, 현실을 마주하는 작가로서의 태도 등 인간 오웰을 면밀하고 입체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면 선택해야 할 책이 바로 「나는 왜 쓰는가」 입니다.

열 살 전후 무렵 부잣집 아이들만 다니는 예비기숙학교에 장학생 신분으로 입학했지만 심각한 차별을 경험했고, 명문 이튼스쿨을 졸업했으나 대학생 대신 피식민지 버마의 경찰간부가 되었으며, 죄책감에 짓눌린 채 유럽에 돌아와서는 런던과 파리를 떠돌며 부랑자 생활을 하는 등 전 생애에 걸쳐 항상 조금씩 비켜나 남들의 기대를 배반하는 선택을 감행했던 오웰의 모든 전환적 순간을 엿볼 수 있습니다.

책을 쓴다는 건 고통스러운 병을 오래 앓는 것처럼 끔찍하고 힘겨운 싸움이고 거역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어떤 귀신에게 끌려다니지 않는 한 절대 할 수 없는 작업이죠.


왜 쓰는가… 작가 겸 기자였던 조지 오웰의 고백.

똑똑해 보이고 싶은, 사람들의 얘깃거리가 되고 싶은, 사후에 기억되고 싶은, 어린 시절 나를 푸대접한 어른들에게 앙갚음을 하고 싶은, 그런 따위의 욕구.

치열한 작가이자, 위대한 기자였던 오웰이 고백하는, 글쓰기의 첫번째 동기는 이러한 이기적인 생각에서 부터 입니다.

이기심이 동기가 아닌 척하는 건 허위라고 오웰은 이야기 합니다.


어린아이는 유아기를 지나도 세상을 여전히 새로운 눈으로 보며, 경이로움 못지않게 혐오스러움에도 마음이 움직인다.

이를테면 코딱지와 침, 인도에 싸놓은 개똥, 구더기가 가득한 채로 죽어가는 두꺼비, 어른의 땀 냄새, 대머리에 주먹코인 노인의 흉한 몰골이 주는 혐오감에도 크게 끌리는 것이다.

- 나는 왜 쓰는가 p.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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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심에 이어지는 글을 쓰는 이유 두번째는 외부세계 혹은 언어의 아름다움에 대한 열정입니다.

미학적 열정은 외부 세계의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으로 낱말과 그것의 적절한 배열이 주는 묘미, 훌륭한 이야기의 리듬에서 찾는 기쁨이라 합니다.

글꼴이나 여백 따위에 대한 매혹일 수도 있고.

세번째 이유는 역사에 대한 내용으로 진실을 알아내고 그것을 후세에 보존하려는 욕구로 역사적 충동은 기록 욕망입니다.

영국 탄광지대 노동자의 밑바닥 삶을 기록한 르포 「The Road to Wigan Pier 위건 부두로 가는 길」 과 스페인 내전 참전기 「Homage to Catalonia 카탈루냐 찬가」 를 쓴 기자 오웰이 이야기하는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세상을 특정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어떤 사회를 지향하고 분투해야 하는지에 대한 남들의 생각을 바꾸려고 쓴, 영어판만 해도 4천만부 넘게 팔린 그의 베스트 셀러, 「동물농장」 과 「1984」 가 보여준거이 마지막 네번째 이유인 어떤 사회를 지향하며 분투해야 하는지에 대한 타인의 생각을 바꾸려는 정치적 욕구입니다.


어떤 책이든 정치적 편향으로부터 진정 자유로울 수는 없다.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 태도인 것이다.

- 조지 오웰


인간됨의 본질은 완벽을 추구하지 않는 것이고, 때로는 신의를 위해 ‘흔쾌히’ 죄를 저지르는 것이며, 정다운 육체관계를 불가능하게 만들 정도로 금욕주의를 강요하지 않는 것이고, 결국엔 생에 패배하여 부서질 각오가 되어 있는 것이다(이는 특정한 타인에게 사랑을 쏟자면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할 대가다).

- 나는 왜 쓰는가 p.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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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I Write 나는 왜 쓰는가」 는 조지 오웰이 맨 처음 발표한 글인 부랑생활 체험기 스파이크부터 마지막 집필 원고인 간디에 대한 소견까지 글을 쓴 순서대로 엮고 있습니다.

오웰의 글은 책상 앞에서 생산된 것이 아니라 그의 몸이 직접 세상을 통과함으로써 얻어진 것으로 그는 삶의 중요한 국면마다 남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길을 감으로써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특별한 눈을 가지게 됩니다.

타고난 영민함에 대비되는 밑바닥 삶, 극한의 전쟁 체험 등은 인간과 인간의 본성에 대한 남다른 통찰을 안겨주었습니다.

수록된 글들의 대부분은 자전적 요소를 띠고 있는데, 그렇게 극단적인 상황을 겪어내며 인간에 대한 남다른 깨달음을 얻게 된 사건, 오웰 스스로 삶의 전환적 순간이라 했던 사건들이 곳곳에 담겨 있습니다.


내가 글을 읽고 쓰는걸 멈추지 못하는 나의 이유는 省察성찰입니다.

20년전 믿고 의심치 않았던 모든것들에 대한 완벽한 배신을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때부터 하루하루를 돌아보기 위해 글을 씁니다.

陶淵明 도연명은 歸去來辭 귀거래사에서 지금이 옳고 지난날이 그른 줄을 깨달았다고(覺今是而昨非 각금시이작비) 이야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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