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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다 Oct 08. 2015

누구에게나 관절염은 올 수 있다

마리오의 후일담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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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천당 사의 미국지부는 곧 *후속작 제작에 착수했다.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모험기를 만들기로 결심한 그들의 모토는 이러했다. 


“점프해서 밟으면 죽는다고? 밟히고 싶냐?” 


그들에겐 원조 점프맨이 있었고 두둑한 돈을 챙겨 귀국한 피치 공주도 있었다.

키 작은 거지를 데려다 토드(미국판 키노피오)로 만들었다. 귀천을 아우르는 인류애를 보여주기로 한 모양이었다.


한편 동생 *루이지는 불만에 가득 차 있었다. 


“그 마리오 놈은 내 행새도 한다며? 진짜가 뭔지 보여주지.” 


사실 일본에서 있었던 마리오의 모험에는 점프맨과 함께 과음했던 루이지 또한 배제되었다.

어쩔 수 없이 마리오는 녹색 모자를 쓰고 루이지 흉내를 내는 1인 2역을 해내야 했다. 색깔만 다르지 똑같은 모습이었다.

덕분에 사람들은 지금도 루이지를 마리오의 아류 정도로만 생각한다. 


어쨌든 이 4인방은 그들의 모토대로 적을 밟아 죽이지 않았다.

주적은 헤이호라는 이름의 병사였다.

헤이호들은 공통적으로 방독면을 쓰고 비밀스럽게 행동했으며, 간혹 폭탄을 쏘기도 했다.

4인방은 해맑게 웃으며 가벼운 그들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동족에게 집어던져 둘을 한꺼번에 죽였다.

그 광경을 보고 몇몇 미국인이 이렇게 외치며 환호를 올렸다는 소문이 있다. 


“카미카제다, 성교할 똥구멍아(It's a KAMIKASE, fucking asshole)!” 



어쨌든 새로이 결성된 4인방의 모험기는 Spectacle하고 Fantastic했다.

문제는 그들의 눈에만 그렇다는 점이었다. 전 세계를 아우르는 마리오의 모험만한 성과는 없었다. 





그들의 흥행 실패로 기수는 다시 일본에 돌아갔다. 마리오의 위대한 모험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는 너구리 꼬리 하나로 하늘을 가르고, 우스꽝스러운 개구리 슈트를 입고도 적들을 농락하는 활약상을 보여주었다. *

한때 빽빽한 재고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던 마리오는 하늘을 가르며 용기를 얻었다.

이런 기세라면 사랑도 쟁취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웃기시네.” 


피치 공주(어느새 일본으로 돌아왔다)는 마리오의 관심에 콧방귀를 뀌었다. 


“찌질한 옐로 따위가. 저 하늘의 별이라도 따 와 보시지?” 


한창 물 오른 마리오는 기세 좋게 외쳤다. 오키-도키! 

마리오는 별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별을 찾아 버섯왕국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마리오는 많은 것을 보고 익혔다.

강한 적들 앞에서는 하르방으로 변신해 위기를 모면하는 기지를 보여주었다.

자신의 가죽 구두로는 도저히 지나갈 수 없는 가시밭길을 지나기 위해 적의 두꺼운 구두를 빼돌리기도 했다.

이제 물음표 상자도 점잖게 주먹으로 때려서 열 만큼 여유가 생겼다. 안타깝게도 팔이 짧기 때문에 여전히 사람들은 그가 머리로 상자를 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저런 역경을 헤쳐나가며 마리오는 점점 버섯왕국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말하자면 버섯왕국의 진정한 영웅이었다. 이제 어느 지역에서든 그는 강력한 점프를 할 수 있었고, 약간의 조건만 갖추어지면 하늘을 가를 수 있었다. 


드디어 별을 찾았다.

그러나 그것은 순식간에 손아귀 사이로 흩어져 버렸다. 마리오는 세상의 어느 별도 공주에게 가져다줄 수 없었다. 사람들은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을 죽을 때까지 망가지지 않을 보석으로 증명하곤 한다.

하지만 버섯왕국에는 보석이 없었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돌아온 마리오를 보고 피치 공주는 웃었다.

비웃음은 아니었다. 피치 공주는 처음으로 마리오에게 다가가 키스했다.

그 뒤로 수천 개의 부서진 별가루들이 흩날리고 있었다.

꿈에 그리던 피치 공주의 키스를 받은 마리오의 얼굴은 용암보다도 뜨거워졌다. 거대한 폭죽이 터졌고 온 세상이 둘을 축하해 주었다. 피치 공주로서도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돈은 나올 데가 따로 있고. 이런 남자도 한 번쯤은 괜찮겠지.’ 


우연한 기회에 버섯왕국에 입성해 마리오라는 이름으로 새 인생을 시작한 창고지기는 모든 것을 얻었다.

명예와 지위, 사랑을 쟁취한 그는 자신이 더없이 자랑스럽고 행복했다.

그 무렵이었다. 무릎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의 나이 마흔에 너무 잦은 도약은 무리가 되었던 것이다. 

마리오는 불안했다. 점프를 할 수 없다면 모든 것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상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는 것이다.




*1 게임 : Super Mario USA (1992)
*2 명칭 : 사람들이 말한다. “루즈?” 그의 존재감은 이 정도이다.
*3 게임 : Super Mario 3 (1988)

타이틀 이미지 출처: nintendo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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