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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Oct 09. 2020

여행하기 전에 읽으면 좋은 세계사 책

도시로 보는 세계사


사회탐구에서 '세계사'를 택하지 않은 건 내 고등학교 때 아쉬움 중 하나다. 졸업 이후 세계사와 관련된 지식을 강제로라도 섭취할 기회가 없었기에, 내 세계사 지식은 0에 가깝다.


그래서 세계사와 관련된 책을 여럿 사모으고 있다. 다만, 세계사 책은 문자 그대로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한국에서 그렇게 잘 팔리는 분야도 아니고 훌륭한 저자를 물색하기도 어렵다. 팩트체크와 크로스체크가 어려운 분야인만큼, 훌륭한 저자가 중요한데 이런 저자는 외국인이고 그러면 번역도 중요하다. 다른 책 대비 구매에 들어가는 공수가 상당하다. 


이 책은... 그냥 샀다. 그래 호갱이다. '도시'와 얽힌 세계사 이야기를 풀어준다는 문구가 매력적이었다. 반은 만족했고, 반은 실망했다. 우선, 해당 도시와 관련된 역사를 풀어주는 서술 방식이 좋았다. 나라는 없어져도, 도시는 남아있기에 도시를 소재로 세계사를 말해주니 이해하기 쉬웠다. 내가 다녀본 도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 훨씬 재밌게 다가왔다. 교토아 중국 장안을 모티브 삼아 만들어진 도시고, 천년동안 수도였구나 등등. 다만, 아무래도 해당 도시와 관련된 세계사를 압축적으로 이야기하다보니 기본 지식이 없으면 알아듣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내용 자체가 절대적으로 어렵지는 않은데, 기초 지식이 있으면 훨씬 재밌게 읽을 만하다. 


여기에 꼽힐 정도로 세계사에 족적을 남긴 도시의 특징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개방성에 기반한 교류교 하나는 도시계획이다. 우선, 역사에 남을 만한 중흥기를 보냈다거나 지금도 유력한 영향력을 펼치는 도시는 대개 '입지'가 좋다. 이 입지가 좋아서 교류가 많다. 자연스레 인구가 정착하고, 문화가 꽃피운다. 물론, 여기서 그리스도교처럼 배타성이 강한 종교가 득세하면 전쟁인데, '우린 선교 안해요'라는 전략을 취한 암스테르담이나 '종교 전쟁하면 죽어' 싱가폴처럼 (강제)개방성을 취하면 평화와 번영의 시대다. 


지금 시대의 여러 플랫폼 사업자가 개방성과 다양성 그리고 교류를 중요시하는 맥락과 닿아있다. 사람들이 오고가는 플랫폼이 번성하기 위해선 1) 어드밴티지 (예전엔 물류 요충지로서 입지, 지금은 콘텐츠..?) 가 있어야 하고 2) 이에 오는 사람들을 막지 않는 개방성이 필요하다. 서울이 인천공항을 아시아의 허브 공항의 입지에 두고 발전시킨 것과 예전 노무현 대통령이 동북아 금융 허브를 꿈꿨던 것도 한국을 일종의 플랫폼형 도시 국가로 개발하고자 한 게 아닐까 싶다. 


강력한 도시 계획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정부가 개발하는 시대냐 묻겠지만, 도시는 자연발생하지 않았다. 강력한 중앙정부 내지 지방정부의 의지 하에 청사진이 펼쳐지고, 그에 따라 개발되며 사람들이 모여든다. 아! 테스형! 이 아니라 아~ 맑스형! 형의 구조론은 틀리지 않았어! 라는 말이 나와야. 서울은 그 점에서 매우 아쉽다. 1960~1980년대를 지나 지금의 서울에 도시 계획 비전이 있나 궁금하다. 단순히 아파트를 짓지마! 가 아니라 우리는 이렇게 발전시키자! 가 나와야 하는데,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비해 이런 비전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한강에 나무 짓고, 따릉이 설치하고, 녹지화한다고 블라블라는 구조 개혁이 아니다. 도시 인프라 발전 계획 없이 웅앵웅하는 거 꼴보기 싫다. 환경론자 아니가 개발주의자의 솔직한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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