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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하수 Dec 09. 2023

단점 3가지

제주 한달살기(23년 늦여름~)

제주 4일 차.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단점 3가지 정도가 있는데..


첫 번째는, 제주 한달살기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남편과 끊임없이 싸웠다는 것이다. 마치 커플들이 결혼 준비하면서 엄청 싸우는 것처럼.

제주도에 도착했을 때는 싸움이 절정에 달해서 결국 짐이 가득 찬 차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는 동안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말싸움을 했다.

첫째는 뒷좌석에서 듣고 있다가 “엄마 아빠 싸우지 마! 싸우면 ㅇㅇ가 이놈~ 할 거야!!"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 둘은 침묵을 유지했다.


/*

나는 그 와중에 이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 부모가 싸울 때 기죽거나 우울해하지 않고 소리 지를 수 있는 첫째의 순수함이 참 다행이다. 하루빨리 애들 앞에서 싸우지 않는 사이로 발전해야지..’

*/


두 번째 단점은, 숙소가 아무래도 전원주택이다 보니 벌레가 많다는 점. 나는 정말 공포증 수준으로 벌레를 심하게 싫어하는데.. (무서워하는 건가) 그나마 며칠 사이에 적응하기는 했다. 특히나 많은 집거미(?)를 보았을 때 나오는 비명의 볼륨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내게는 너무 큰 단점이다.

(항상 꿈꾸는 전원주택 라이프... 너무 좋은데 정말 이 단점 때문에 항상 꿈만 꾼다.)


세 번째는, 집에서 지낼 때 보다 개인 시간이 더 안 난다는 것이다. 나름 오기 전에는 책도 읽고, 명상도 하고 운동도 하고, 글도 쓰려고 계획을 세웠는데 거의

못하고 있다. 운동을 일단 1순위로 하는 중이고 책은 거의 손도 못 대고 있다. 매일이 애들 둘 가정 보육이다 보니 체력이 많이 들어간다.

더군다나 제주도에서 맞는 육퇴는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술 한잔을 안 하는 것이 힘들다. 그러다 보면 또 아침이 피곤해지고.. 아무래도 술은 좀 자제해야 앞으로 남은 시간을 더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첫째가 매일 아침마다 “오늘은 어디 놀러 가?” 하는 소리가 너무 듣기 좋다. 평소보다 더 신이 나있다.


아침마다 내복차림으로 밖에 나가서는 별거 없이 마당 구경만으로 재밌게 놀고, 층간 소음 없는 집에서도 신나게 뛰어다닌다.


차를 타면 첫째가 큰 소리로 “출발~!!!”을 외친다.


가족과의 추억을 만들러 온 거니깐.

개인 시간이 잘 안 나더라도 괜찮고, 남편과 자주 싸우더라도 또 풍경이 좋고 애들이 너무 귀여워서 특별한 화해 없이 웃으며 얘기하니 괜찮다.


좋든 나쁘든, 모든 경험이 우리 가족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겠지. 더욱 진한 추억으로 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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