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날의여행 Jun 24. 2020

'성공가도'에 친구를 추천할 수 있는 '찐우정'

사기 인물 이야기(4) - '관포지교'의 주인공 포숙아

오랜만에 친구들과 모임을 가졌다.

마흔이 넘어가니 화제는 자연스럽게 직장, 재테크로 채워졌다. 그 중 한 친구가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다고 해 다들 노하우를 물어보기 바빴다. 모임에서는 친구를 축하해줬는데, 집에 가는 길 왠지 묘한 감정이 들었다.  

'대학 땐 내가 더 스펙이 좋았는데..'

그 친구의 성공에 드러낼 수 없는 질투심이 슬금슬금 몰려왔다.

나는 어려움은 함께 해도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없는 옹졸한 친구인가.




어린시절 함께 자란 절친한 친구 - 죽마고우 竹馬故友
물과 고기와 같이 인연이 깊은 친구 - 수어지교 水魚之交
무쇠나 돌처럼 단단한 친구 - 금석지교 金石之交
서로의 뜻이 통해 편안한 친구 - 막역지교 莫逆之交
죽음을 함께 할 정도의 친구 - 문경지우 刎頸之友
무엇을 해도 허물없이 받아들여지는 친구 - 관포지교管鮑之交

이 가운데 어느 하나의 친구라도 있으면 성공한 인생이라는데, 나이들 수록 참으로 어려운게 친구관계인 듯 하다.


특히 관포지교는 쉽게 이룰 수 없는 우정의 표본으로 불리운다.  

관포지교의 주인공은 춘추시대 관중과 포숙아다.

관중은 제나라 환공을 춘추시대 첫번째 패자로 만든 재상이었지만, 포숙아의 우정이 없었다면 능력도 펼쳐보기도 전에 죽음을 당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춘추 첫 번째 패자 또한 다른 이에게 넘어갔겠지만.


관포지교의 관중과 포숙아


관중과 포숙아는 어릴때부터 친구였다.

나이가 들어 함께 장사를 했는데 버는 돈은 늘 관중이 더 많이 가져갔다. 포숙아는 이렇게 얘기했다.

"관중이 가난하기 때문에 더 많이 가져가야 한다"


관중이 관리가 되었으나 실수를 해서 사람들의 비웃음거리가 됐다.  포숙아는 이렇게 얘기했다.

"관중이 무능한게 아니라 때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함께 전쟁에 나갔는데 관중이 세번이나 도망쳐 사람들이 비겁하다 욕했다. 포숙아는 이렇게 얘기했다.

"집에 연로한 어머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포숙아는 늘 관중의 허물을 감싸안고 이해했다. 

관중이 말한 것처럼 자신을 낳아준 사람은 부모님이지만, 자신을 알아준 사람은 포숙아인 셈이다.



기원전 698년 제 양공이 즉위를 했다.

그에게는 소백이라는 두 동생이 있었다.

관중은 규의 스승이었고, 포숙아는 소백의 스승이었다.

양공의 사촌형인 공손무지가 양공을 살해하고 왕위에 앉아 폭정을 일삼자, 목숨을 지키기 위해 두 동생은 각각 노나라와 거나라로 도망쳤다.


그러던 중 공손무지 또한 살해되자 두 공자는 동시에 제나라로 향했다. 먼저 도착한 사람이 왕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속도로 제나라에 입성하던 중 관중은 소백을 제지하기 위해 독화살을 쏘았다.

화살은 다행히 소백의 허리띠에 맞았지만 소백은 거짓으로 화살에 넘어지는 계책을 썼다.

소백이 죽었다고 방심한 규와 관중은 천천히 제나라에 들어왔더니 놀랍게도 이미 규가 왕위를 차지한 뒤였다(기원전 685년).

바로 제 환공이다.






환공은 자신을 암살하려한 관중을 이려고 했다.

하지만 포숙아가 극구 말린다.

그리고 오히려 재상으로 추천한다.

"제나라의 주인이 되고자 한다면 신 한사람이면 됩니다. 하지만 천하의 주인이 되고자 한다면 관중을 꼭 등용하셔야 합니다"

환공은 즉시 포숙아의 추천을 받아들인다. 환공의 배포 또한 남다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실 포숙아는 환공의 스승이기에 출세가도는 따논 당상이었다. 하지만 그 자리를 친구에게 넘기고 그 밑으로 들어간다는 건 어지간한 포용력과 신의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덕분에 관중은 '창고가 차야 예절을 안다'며 작은 제나라를 부유하고 풍유로운 나라로 만들었다. 환공과 관중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제나라는 제후들을 규합하며 춘추시대 첫 패자로 성장했다.  




시간이 흘러 관중이 병이 나됐다. 환공이 찾아왔다.

"그대의 후계자로 포숙아를 재상으로 삼는것이 어떠한가?

그러나 관중의 대답은 뜻밖이다. 일면으로는 매정하리만큼 냉정하다.

"안됩니다. 포숙아의 사람됨은 강직하고 괴팍하고 사납습니다.

강직하면 백성을 난폭하게 다스리고, 괴팍하면 인심을 잃게 되며, 사나우면 아래사람을 부리지 못할 것입니다"


평생 포숙아의 신세를 지고, 포숙아 덕분에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갔으면서 그 은혜도 모르고 마지막까지 친구를 추천하지 않다니!


우리 시각으로 보면 관중은 참으로 모질고 의리없는 사람이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배은망덕한 친구'라고 욕 한바가지를 날릴일이다.


하지만 국가의 인사는 개인적인 감정을 벗어나 그 자리에 맞는 능력자가 가야 한다는 포숙아의 원칙을 알기에 관중은 그를 추천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포숙아도 그런 관중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화를 내지 않았으며 죽는 순간까지도 우정을 이어갔다.














매거진의 이전글 호탕함까지 갖춘 리더라면 따를 만하지 않겠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