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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노트 수현 Dec 04. 2015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 출판 문학동네 | 발매 2015.10.08.

                      

1985년에 첫 출간 되어 200만 부 이상 판매된 이 책은 여자들의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체르노빌의 목소리>의 저자이다. 


가장 참혹했던 전쟁,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백만 명이 넘는 소련 여성, 10대 소녀들까지 전쟁의 한가운데로 내몰렸다. 전쟁터에서 키가 자란 여성들도 있다. 여성들은 간호는 물론, 남자들과 같이 총칼을 들고 싸웠다. 또 그만큼의 여성들이 빨치산으로, 지하공작원으로 저항활동을 했다. 


여자의 전쟁은 전쟁에 대한 우리의 통념을 깨뜨린다. 우리가 알던 전쟁보다 더 현실적이고 더 잔혹하며 더 실제적이다. 저자는 책 앞부분에 출판 검열 당국이 삭제한 내용을 따로 모아서 보여줬다. 

독일군 포로를 잡아 총을 꽂을 수 있는 만큼 마구 꽂고 조각조각 썰어버렸던 것, 포탄 상자를 실은 운전병이 죽은 독일군의 두개골이 차바퀴에 깔려 부서지는 소리를 듣고 너무 행복했다는 것, 포위망에 갇혀 굶주릴 때 앳된 소년 병사를 일부러 데리고 온 이유가 사람고기를 먹기 위해서라는 것 등이다.

인간은 '적'이라고 여겨지는 '사람'에게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가. 책에 구술한 한 여성에 의하면, "전쟁에 나갔던 사람들은, 평범한 시민이 진짜 군인이 되는 데는 3일이면 충분했다"고 회상했다.


그녀들은 승리를 바랐다. 전쟁이 끝나면 행복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들은 참전한 것을 숨기며 살고 있다. 여자들은 전후 다른 시선을 받게 되었고 승리는 평범한 여자의 행복과 맞바꾼 것이었다.남자들은 훈장을 자랑으로 여겼고 전쟁에서 승리한 영웅이 되었는데도 말이다.


"이른 아침에 엄마가 나를 깨우더라고. '딸아, 네 짐은 내가 싸놨다. 집에서 나가주렴, ... 너한텐 아직 어린 여동생이 둘이나 있잖아. 네 동생들을 누가 며느리로 데려가겠니? 네가 4년이나 전쟁터에서 남자들이랑 있었던 걸 온 마을이 다 아는데...' 내 영혼을 위로할 생각은 마.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내가 받은 포상에 대해서만 써..."



"내가 전쟁터에 나갔다는 사실이 슬퍼. 내가 전쟁을 안다는 사실이..."

"행복이 뭐냐고 한번 물어봐주겠어? 행복... 그건 죽은 사람들 사이에서 기적처럼 산 사람을 발견하는 일이야..."

"사람은 참으로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지나온 세월이 바로 자신의 삶이었으며, 이제 그 삶을 받아들이고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는 여자에게는 죽는 것보다 생명을 죽이는 일이 훨씬 더 가혹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저 편안하게 살기를 원하지. 고통스러운 이야기 따위는 들으려고 하지 않아..."

"하느님은 총을 쏘라고 사람을 창조하신 게 아니야. 서로 사랑하라고 만드셨지. 어떻게 생각해?"


책 중간 정도에 보면 "낮에는 독일군과 독일군 앞잡이 때문에, 밤에는 빨치산 때문에 우리는 늘 두려움에 떨었어"라는 말이 나온다. 한국전쟁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우리는 한국전쟁으로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았다. 군인보다 민간인이 더 많이 죽었다. 피해자 중 절대다수가 어린이와 여성이었다. 

몇 년 전에 읽었던 <벙어리새>의 류춘도 선생님처럼, 한국전쟁 깊숙한 곳에 있었던 여성들이 벙어리처럼 말도 못하고 아직까지 살아있을 수 있다. 우리 역사를 위해 그녀들의 고통도 알리는 작업이 시급히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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