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녕반짝 Oct 04. 2023

교습소를 열게 된 긴 과정!

작은 교습소를 오픈하기까지 1년 7개월이 걸렸다. 그 과정을 조금이나마 풀어서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시작한다. 9월에 교습소 오픈 준비를 하느라 너무 바빠 블로그를 못 한 원인이기도 해서 과정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집에서 논술 수업을 시작한 지는 올해로 6년째이다. 마지막 직장인 출판사 문학동네를 관두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서 아이를 키울 때 주변에서 논술 수업을 해보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다. 내가 책을 좋아하니 그렇게 추천해 주셨는데 아이를 키울 때는 귓등으로 듣다가 정말 뭔가를 하려고 하자 할 만한 게 없었다. 그래서 주변 지인들의 말처럼 논술을 알아보았고, 모든 걸 혼자 할 자신은 없어서 프랜차이즈 논술을 알아봤다. 둘째가 3살이 되어서 어린이집에 가자 공부를 시작했고, 필기 한 번, 실기 두 번을 보고, 1박 2일 교육을 받고 나서 비로소 집에서 논술 수업을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어린 내 아이들을 돌보면서 어차피 책이 가득한 방 한 칸을 빌려 소소하게 아이들을 가르쳐 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다. 첫 수업은 6살 딸아이였고, 그렇게 수업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왔다. 그때 살고 있던 집은 너무 작았고, 동네에서 수업을 원하는 아이들이 적었다. 그래서 신도시로 이사를 했고, 조금 더 넓어진 집에서 수업을 시작했지만 아이들은 크게 늘지 않았다. 그때가 2019년 3월이었고, 베란다에 플래카드를 3년째 걸어놓자 조금씩 동네에서 아이들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아이들을 키우면서, 수업 책을 읽고, 내 개인 책을 읽으면서 수업을 이어 나갔다. 그렇다 보니 어떤 때는 모든 게 엉망인 것처럼 느껴지는 날들이 있었다.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수업 책을 읽다 보면 내 책을 못 읽고, 내 책을 읽다 보면 수업에 소홀해지는 것 같았다. 그러다 3년째 되던 해에 권태기가 세게 왔다. 내가 수업을 잘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고, 나는 늘 부족한 사람 같았다. 책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럴 때 동료 선생님들에게 하소연을 많이 했고, 경험 많은 선생님들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권태기가 지나가고 작년 초에 우연히 동네를 지나다 상가 건물을 보게 되었다. 항상 같은 간판이었지만 불이 켜지지도 않고 비어 있는 느낌이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가가 비어 있는지, 월세는 얼마인지 물어보니 상가는 비어 있었고, 월세도 이리저리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래서 바로 들어가 보려고 알아봤는데, 복잡한 문제가 있었다. 그곳이 영어 학원이었는데, 공간이 세 칸이었다. 그런데 상가 주인은 그 공간의 한 곳에 이미 다른 교습소 월세를 준 상태였고, 교육청에 신고가 되어 있는 공간 세 칸이 다 하나의 교습소로 되어 있어서 내가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상가 주인에게 계속 이야기해서 내가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본 결과, 그 공간을 각각의 공간이 되도록 칸막이와 문을 새로 달고, 교습소로 재신고를 하면 되는 거였다. 그 과정은 금방 끝났는데, 누군가 화장실 앞 계단 문의 불편함을 민원을 제기해서 철거하지 않으면 허가를 내 줄 수 없다는 답변이 들어왔다.


그게 2022년 2월부터 8월까지의 과정이었다. 그 과정을 기다리는 게 쉬운 게 아니었다. 나는 당장 나가고 싶었는데, 상황이 받쳐주지 않으니 답답했다. 그러다 모든 과정이 정리되었다며 상가 주인에게 연락이 와서 평면도를 가지고 교육청에 상담받으러 갔다. 교습소를 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고 마지막에 준비할 서류를 받았는데, 최종학력 증명서가 문제였다. 교습소는 대학 2학년 과정의 자격이 되어야만 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교육청에서 암묵적으로 당연히 대졸이겠거니 생각했던 상황과 고졸이 문제가 되지 않겠다는 나의 안일함이 부딪히는 순간이었다.


교육청은 높은 언덕에 있었는데, 버스를 타고 걸어왔던 나는 그 내리막을 어떻게 내려왔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정신을 차리고 이런 상황을 주변에 알리고, 상가 주인에게도 이러이러해서 내가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렸다. 내가 문의하고 6개월을 기다려 상가 구조를 모두 바꿔놨는데, 문제는 내가 자격이 되지 않는 거였다.


3일을 끙끙 앓았다. 내가 고졸이라는 사실이 창피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창피하다는 생각보다 이런 조건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미리 준비하지 못한 내가 많이 아쉬웠다. 2월에 알아봤을 때 학력이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당연히 바로 준비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6개월을 허비했다는 사실과 2년을 다시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에 실망했다. 그렇게 코가 석 자나 빠져 있을 때, 이건 아니다 싶어서 최대한 학위를 빠르게 받는 방법을 알아봤다. 그러다 학점은행제를 알게 되었고, 바로 등록해 학위를 채워 나갔다.


이렇게 3일 만에 바로 방법을 찾을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준비가 안 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했고, 준비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준비해 놓으면 방법이 생길 거라고, 그다음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고 싶었다.


또 내가 상가를 나가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교육청에 문의해서 서류를 알아보지 않았더라면, 내가 학위를 채울 수 있는 기간은 더 늦어졌을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내가 문을 두드렸기에 방법을 알려준 것인데, 그 방법에 시간이 걸린다고 실망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가 주인에게는 내년 8월에 학위가 나와 교습소를 차릴 조건이 되지만 그사이에 누군가가 그 자리에 들어온다면 어쩔 수 없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매일 강의를 듣고, 중간고사, 기말고사, 과제, 쪽지 시험, 토론 등 자잘한 것들을 처리해 나갔다. 이 모든 게 아이를 키우면서, 수업하면서 하다 보니 정말 어떨 때는 땅으로 꺼지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미리 준비하지 못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중이었고, 모든 게 더 엉망진창이 된 기분이었다. 말은 내년 8월이지만 순탄하게 그 과정이 이어지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하루하루 불안함 속에서 일상을 채워 나가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거기다 학위에 필요한 자격증 2개를 취득해야 했는데, 자격증 취득을 인지했을 때는 모두 마지막 시험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그게 올해 4월이었고, 부랴부랴 접수하고 나니 5월 시험이었으며, 두 자격증이 하루 차이로 여기서 한 시간 반 떨어져 있는 대도시에서 시험을 봐야 했다. 자격증 2개를 준비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역시나 그사이에 강의는 들어야 했고, 기말고사와 과제도 맞물렸다. 어떻게 그 시간을 버텼는지 모르겠다. 수업이 저녁 9시에 끝나는 날이 대부분이라 스터디카페에 그 늦은 시간에 가서 새벽 2시까지 울면서 시험 준비를 했다. 포기해버리지 싶다가도, 이 시험에 떨어지면 내년을 기약해야 했기에 그건 더 싫어 정말 꾸역꾸역했다.


그렇게 5월에 자격증 시험을 두 개를 치렀고 강의도 5월 말에 마무리가 되어서 결과만 기다리면 되는 상황이었다. 정말 시험 발표를 한 날에는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이 시험을 떨어지면 나는 또 1년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자격증 모두 합격했고, 학위 신청을 하면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클릭 하나를 안 해 아찔했던 경험이 있었다. 궁금하면 전화로 물어보던 게 도움이 되어 고객센터 도움을 받아 무사히 학위 신청을 하고 드디어 8월 25일에 학위가 나왔다.


그리고 그때부터 상가로 나갈 준비를 했다.



1. 교육청 상담(평면도, 토지대장 필요)

2. 프랜차이즈 본사 계약 희망 알림

3.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제출 후 승인

4. 부동산 임대차 계약 진행

5. 교육청 서류 제출(임대차 계약서, 평면도, 토지대장, 최종학력 증명서, 증명사진 2장, 프랜차이즈 계약서)

6. 교육청 실사(냉난방기, 소화기, 비상등 설치, 책상 의자 배치, 4가지 확인)

7. 교육청에서 등록번호 받고 간판 제작 의뢰

8. 등록면허제 신청(시청. 7,500원), 학원 배상 책임보험 가입(1년, 2만 원)

9. 교육청에 서류 제출 후 승인

10. 세무서에서 사업자 등록번호 변경(임대차 계약서 필요)

11. 수업 시작!


<<*서류 확인은 꼼꼼히. 사업자등록증 변경할 때에는 꼭 임대차 계약서를 가져가야 한다. 안 가져와서 다시 집에 다녀왔다. 그리고 교육청 실사는 시마다 다른데, 내가 서류를 제출한 시기에 실사를 나가는 기간이어서 교육청 직원이 무척 바빴지만, 아침에 서류를 내자 오후에 실사를 나와서 등록이 빨라졌다. 어떤 곳은 일주일 후에 나오기도 한다고.

그리고 교습소장 교육이 있는데 허가를 받은 날로부터 일주일 뒤에 다른지역에서 교육이 있어 새벽에 버스를 타고 가 교육을 받고, 오후에는 다시 돌아와 수업하는 아주 바쁜 일정이었다. >>



2023년 9월 1일에 임대차 계약을 하고, 인테리어 기간을 고려해서 월세는 2주 뒤에 지불했다. 교육청 승인을 9/13일에 받아서 수업은 9/14일부터 가능했지만, 강의실에 필요한 물품을 옮기지 않아 학부모님들께 안내를 하고 9/18일부터 교습소에서 수업을 시작했다.


주말에 강의실에 필요한 가구와 책과 교재를 비가 오는 가운데 옮겼고, 간판은 제작 중이라 청소와 도배를 한 상태의 강의실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아이들이 강의실을 못 찾아서 헤매기도 했지만, 일주일이 지나서 알아서 잘 찾아왔고, 10/1일에 간판, 코팅, 배너 작업을 모두 끝냈다.


교습소 준비 과정은 꼭 2주가 걸렸고 간판 작업까지는 한 달이 걸렸다. 그리고 동네를 지나가다가 상가를 알아본 지 꼭 1년 7개월 만에 나올 수 있었다. 상가가 준비가 안 된 상황, 내가 준비가 안 된 상황들에 실망하고 절망할 때도 많았지만 확고한 의지가 있다면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방법이 막히면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준비해서 과정을 채우면 된다. 물론 그 상황이 되면 차분해지기는 힘들다. 원망과 불평불만이 먼저 나오고, 그냥 현재처럼 편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그런데도 집에서 하던 수업을 상가로 옮길 이유가 명확했기에 그 과정을 견딜 수 있었다.


1) 집과 수업 공간 분리하기

:아이들이 조금씩 늘어날수록 집에서 수업하는 건 우리 가족도, 수업하러 오는 아이들도 불편해서 공간을 분리하고 싶었다.


2) 감당할 수 있는 월세

:월세가 무리가 된다면 절대 나갈 수 없다. 월세가 감당이 된다면 해 볼 만 하다.


3) 집과 가까운 거리와 주변 상권

:같은 아파트 상가다 보니 집에서 3분 거리다. 길을 건너지 않아 안전하고 급한 일이 있을 때 집에 빠르게 오갈 수 있다.


4) 수업하는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나오기

:집과 상가가 멀지 않았기 때문에 집에서 수업하던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올 수 있었다. 내가 먼 곳으로 공간을 옮겼으면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나올 수 없었을 테고, 집에 있는 내 아이들과도 멀어져 불안했을 것이다.



물론 이 과정을 나 혼자 해낸 건 아니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용기 주고, 상가를 준비할 때 많은 분의 도움과 격려를 받았다. 나 혼자서 모든 걸 했다면 자만했을지도 모를 텐데, 여전히 너는 부족하니 겸손해지라는 가르침을 주는 과정이었다.


누군가는 쉽게 진행될 과정을 이렇게 힘들게 준비하고 막상 상가로 나와보니 너무 좋다. 출퇴근하는 느낌이 있어서 더 집중이 잘 되고, 가족들도 편안한 공간에서 쉴 수 있어서 안심된다. 첫날은 공간이 적응이 안 되어서 수업을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겠는데, 아이들의 인원수에 따라 책상 배치도 다르게 하고, 넓은 칠판에 자유롭게 필기하며 설명하니 나도 편하다. 퇴근할 때 미리 청소하고 가서 출근할 때 정리가 되어 있는 공간을 마주하면서 오늘도 열심히 수업하자는 생각이 든다.


이제 모든 상황이 정리 되었으니 현재 내가 맡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을 잘 감당해보고자 한다. 이 공간에 오는 아이들이 뭐라도 익히고 가는 시간이 되기를!


모든 상황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