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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바람 Jun 22. 2023

개그우먼이 된 그녀와의 재회

20년 전의 나와 만나다

  두근거리는 맘으로 인스타그램에서 '조승희'를 검색했다. 그때가 2002년이니까 벌써 20년이나 지났는데 언니가 나를 기억이나 할까? 심지어 겨우 한 학기 다니고 다른 학교로 떠났던 나를? 20년 동안 무수히 많은 일들이 있었을 터인데. 심지어 난 떠나온 사람이니까 언니를 기억하는 걸 지도 몰라. 언니가 누구냐고 하면 어쩌지. 흠,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정도면 언니가 나를 기억 못 할 정도는 아니야. 기억 못 하면 별수 없지 뭐. 


  내겐 용기가 필요했다. 연애하는 청춘 마냥 설레는 맘으로 언니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연락이 닿았다. 언니는 반갑게 내 연락을 받아주었고 심지어 공연 때 홍보강연도 안 듣게 해 주었으며 나 포함 내 지인들의 자리까지 마련해 주었다. 그것도 맨 앞자리로.....


  20년 전 내 추억의 한 페이지를 꺼내 다. 종합대 시절은 4개월 남짓의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젊은 시절 청춘의 집합소 같은 소중한 시간으로 내겐 기억되어 있다. 그리운 내 스무 살 시절. 2002년 월드컵 경기마다 붉은 티 입고 대학후문에서 응원하던 날들. 내 미래에 대한 고민들로 방황하고 고뇌하던 시간들. 노래패에 들어가 투쟁하고 노래하던 나날들. 센 말투에 놀랐었지만 그만큼이나 뼛속까지 따뜻하던 마음씨의 광주사람들.  따땃했던 인간미는 왜 광주에서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20년 전 언니와 나는 같은 자리에 있었다. 대학후문에서 함께 밥을 먹고 스티커 사진을 찍던 신입생 셋. 그랬던 우리가 이제는 교사, 개그우먼이 되었고  주영이는 아마도 간호사가 되었을게다. (내가 반수 해서 학교를 옮기자 다음 해 휴학 후 수능을 다시 보기가 유행처럼 번졌)


 불투명하고 불완전했지만 즐거웠던 그 시절. 나는 언니를 참 좋아했었다. 언니는 지금도 웃기고 말을 잘하지만 그때도 유쾌했고 긍정적이고 밝은 사람이었다. 난 반수 후 결국 다른 대학에 가게 되었지만 다른 친구를 통해 언니 소식을 묻곤 했었고, 개그우먼 공채에 합격한 언니와 통화를 마지막으로 연락도 없이 각자의 길에서 열심히 살았다,


언니를 만나기 전날,  선물로 줄 모주를 사고 주문제작한 피켓을 찾아오면서 어찌나 설레고 즐겁던지. 내가 연애할 때도 이런 기분이었나? 기억나지 않는 기분이었다. 밤엔 커피를 마신 것처럼 두근거려 잠도 잘 자지 못했다. 서랍 속에 있는 20년 전의 나를 꺼내보러 가는 기분이었달까.


  언니는 무대 위, 나는 관객이 되어 그 공연을 감상한다. 타임머신을 타고 20년 전을 되돌아갔다가 다시 현실로 온다. 꿈인가 싶기도 하다.


올해로 내 나이 마흔. 내  인생의 중간지점 스무 살에 인연이 닿았던 승희 언니. 그리고  그만큼 20년의 시간이 지났고 그녀의 공연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20년 동안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구나. 길이 정해진 특수학교와는 다르게 종합대를 졸업하면 삶의 모습은 참 다양하다는 . 대학동기들과 모두 같은 길을 걷고 있기에 생경한 느낌이었다.


  각자 다른 자리에서 열심히 살다 우리 20년 뒤에 다시 마주칠 수 있겠지. 언니가 유재석 같은 유명인사가 되어 나 따위 만나주지도 못할 만큼 바쁜 사람이 되어있다 하더라도 서운하지 않을 테다. 나 역시 그에 버금가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기에.


 언니의 자유롭고 열정적인 삶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심에 감사드린다. 삶의 모습은 다양하거늘. 그래 인생에 정답이 어디 있어? 난 오늘도 언니덕에 용기를 한 점 더 얻었다. 


조승희!! 분명  년 뒤엔 대스타가 될 것이야! 난 믿어 의심치 않아. 멀리 있지만 항상 응원할게!! 언니 화이팅♡나도 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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