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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바람 Jul 24. 2023

나는 당신입니다

서이초 선생님께 바칩니다

 같은 선생님이 떠나던 날 나도 함께 죽었습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 모든 것을 내주었을 당신

목숨만은 내주지 말지.

왜 그마저도 내주었나요..


잊고 살았습니다.

잊고 싶었습니다.

내가 숨쉬기 위해

그 모든 기억들 아픔들

 덮어두어야만 했습니다.


매일 아침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같았던

 그날들을 기억합니다.

아이의 빈자리를 보며 신고당했을까 봐 두려움에 떨던

그날들을 기억합니다.

노력을 폭언으로 보상받던

그날들을 기억합니다.

숨이 조여와 잠 못 들고 밤을 지새우던

그날들을 기억합니다.

차라리 암에 걸려서라도 쉬고 싶은 마음이던

그날들을 기억합니다.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나요.

우리가 범죄자인가요?


그래요.

교사라는 이름으 아이들 잘 되라고 교육한 죄

우리는 모두 죄인입니다


모든 걸 버텨내라고 강요받던 우리들

당신도 그랬겠지요. 

당신은 나였고 나는 당신이었습니다.


잘 가요. 어여쁜 사람

그곳에선 부디 편히 쉬세요


당신이 뿌린 꽃씨가 희망의 꽃이 되어 피어나기를

나는 그 꽃씨에 물을 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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