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리 Jan 02. 2017

밥상머리 편지

가족이 모이면

오랜만에 가족들이 밥상머리에 모여 앉았다.


두서없이 흘러나오는 서로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다들 오랫동안 꾹꾹 눌러쓴 편지를 꺼내 읽고 있는 모양이다. 그 편지는 분명 투박하게 찢은 종이 위에 마음껏 흘려 쓴 모양일 것이다. 어딘가 있을 내 편을 떠올릴 때마다 써 내려간 편지는 마치 오늘을 기다린 듯 소리 내어 읽히고 금세 사그라진다.

눈, 코, 입, 한 구석이라도 닮은 사람들끼리 모인 둥근 밥상머리에선 저마다 부끄러움 따윈 잊고 너덜너덜한 편지를 가슴속에서 꺼내고야 만다. 그 모습이 애달파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도 으레 큰소리로 타박을 준다. 아프게 한 것을 쥐어박듯이 아픈 그를 다그친다. 곁에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사람들은 늘 서로에게 무언가를 주지 못해 아파한다.


돌아오는 길에 삼촌이 급히 쥐어준 꼬깃한 지폐를 차마 택시비로 낼 수 없었다. 지난해 유독 아팠던 삼촌은 오늘 저녁 오래도록 부여 쥔 편지를 몇 번이고 반복하여 읽어냈다.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편지를 읽어주는 그가 있어 다행이다. 때론 그 소리가 서로에게 한 숨을 터트리게 할지라도, 우린 결국 그 소리를 듣기 위해 밥상머리에 둥글게 모여 앉은 것일테니까.

작가의 이전글 생각의 계절에 서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