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생의 연말은 보다 춥다
저번주 쯤이었나.
집에 오는 길에 지나쳐가는 카페 속 풍경들이 유난히 따뜻해보였다. 그날따라 진정 겨울다운 찬 바람이 불었고, 따뜻한 분위기의 조명으로 실내를 가꾼 이런 저런 카페들이 더욱 포근해보였다.
성냥팔이소녀는 이런 감정으로 쓰였겠구나.
밖이 차가울수록 따뜻한 온기가 맴도는 다른 공간을 부러워하면서. 그 속에서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상상하면서.
나야 언제든 저 카페 문을 열고 그 곳의 한 장면을 만들어낼 수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냥 밖에서만 따뜻함을 보고 싶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난 아직 준비도 안됐는데 연말의 한껏 들뜬 분위기가 불쑥 아파트 앞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으로 나타나서 괜히 피하고 싶은 심정과 같달까.
고시생활을 시작하고나서, 내게 연말은 한 해의 끝이라기보다 항상 1차시험 준비시즌으로 별 다른 큰 의미없는 (혹은 애써 의미를 부정하는) 기간이었다. 올 해도 역시 퍽이나 그러한 연말에 가깝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집에 다다르면서는 주먹을 꼭 쥐고, 내년엔 꼭 나도 연말의 의미를 꾹꾹 눌러담아서 가득 넘치게 온 몸으로 느껴봐야지 하고 다짐을 해본다. 가뜩이나 온수매트 고장으로 몸이 찬데, 마음만은 따뜻하게 연말을 잘 버텨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