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 정 Oct 06. 2016

온 마음을 다해 잘할게

Track 03. 내가 더 잘 할게 - 트리탑스 (Tritops)

  그에게 가는 길이 너무나도 무겁다. 천근만근 무거워진 발 한 번, 한 번을 떼며 다가섰다. 오늘은 반드시 이 사랑에 종지부를 찍겠노라고 수백 번을 다짐한 것 같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 그녀는 다시 덜컥 겁이 났다. 차가운 공기를 인식한 듯 그의 눈동자가 불안한 움직임을 감추지 못하고 헤매고 있었다. 마음이 불편해서 눈도 마주치지 못했고 길을 잃어버린 손은 주머니 속에서 꿈틀거렸다. 점심도 소화가 되지 않았는데 그 위에 마지막 만찬이라는 생각으로 욱여넣은 밥은 역시나 목구멍에서 넘어가지 못하고 끙끙거렸다.


"괜찮아?"


  그녀는 애써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우리는 아직도 이렇게나 말짱한데, 바라보기만 해도 서로를 잘 아는데, 종지부 이후의 우리의 삶은 정말 나아질 것인지 의문스럽기까지 했다. 그래도 그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그를 대했다. 얼굴 보고 인사하지 못한다면 마지막 모습은 차라리 등만 보이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밥을 먹자마자 도망치듯 집에 가야겠다며 급하게 버스에 올라탔다. 그리고 한참 핸드폰 자판을 아무 생각 없이 두들겼다. 한 글자, 한 글자 그에게서 도망치겠다는 생각. 그러다 적기 시작한 몇 문장에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늘 소화제를 달고 사는 당신, 밥을 조금 천천히 먹어요.
술도 잘 못하는 당신, 이제 술 말고 더 맛있는 걸 먹는 건 어때요?
비염이 심해서 휴지를 코에 늘 끼고 사는 당신, 약 꼭 챙겨 먹어요.
힘들 때는 친구에게 기대기도 해요, 당신은 생각보다 여린 사람이니까.

  

  그녀는 어쩌다 이별이라는 잔인한 선택지를 택하고 말았을까. '보내기'를 누르고 그가 읽었다는 1이 사라졌을 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얼마 가지 않아 아까 그녀의 얼굴을 걱정하던 그의 목소리가 여전했다. 그녀는 울음을 참지 못해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던 찰나 그가 입을 먼저 뗐다.


"지금 갈게, 기다려."




택시에서 내린 그가 그녀를 한품에 안았다.

그의 품에 안겨 그녀는 몇 년동안의 긴 시간에도 꺼내지 못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얼마나 울었을까. 그가 품에 안긴 그녀를 보며 먼저 웃어 보였다. 


많이 힘들 때 내가 더 잘할게

다투기도 하지만 더 많이 이해해주고 

우리 함께 있음을 감사하자


어쩌면 사랑을 하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 작은 '잘할게'라는 한 마디가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트리탑스(Tritops), 내가 더 잘 할게 - Track.01 내가 더 잘 할게


작가의 이전글 고독과 외로움의 경계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