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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사.이(4242)]

장애 민감성과 존엄성을 갖춘 DWAT(25.10.29일자)

장애인신문 [에이블뉴스] 칼럼니스트로서 25년 1월부터 12월까지
사람·이야기·사회·이슈 등을 주제로 정기 연재 중인 칼럼입니다.

많은 관심과 공유 부탁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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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더 뜨거웠던 올해 여름. 강원도 강릉으로 모여드는 종사자와 장애 당사자들. 무슨 일일까? 바로 국내 최초 ‘장애인 친화형 복지친화형대피소 훈련’이 이틀간 실시되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든 겪을 수 있는 재난,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대비하면 좋을까? DWAT로 함께했던 지난 훈련 과정을 생생히 담았다.

225361_122756_3848.jpg 2025년 강원형 재난복지 대응 훈련이 진행된 한국여성수련원. ©조형준


장애인이 재난 상황을 맞이할 경우에는


재난 하면 떠오르는 것들, 무엇이 있을까? 폭염이나 수해도 있을 것이고 구호물품이나 체육관 혹은 마을회관을 거점으로 하는 대피소가 먼저 생각날 것이다. 혹은 인간의 부주의함과 사회 현상 등 인적 요인으로 인한 대규모 사고나 피해도 무시할 수 없다. 비장애인들도 갑작스러운 재난상황에 맞닥뜨리면 당황하기 마련인데 장애 당사자들은 어떨까?


대피부터 예기치 못한 변수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 전국 민방위 대피시설 1만 7천여 곳 중 장애 당사자가 접근 가능한 시설의 비율은 약 4.5%밖에 안 된다. 장애 당사자도 손쉽게 이용 가능한 대피 시설의 확충 및 개보수도 중요하다. 그런데 이번 훈련에 참여하면서 가장 생각이 바뀐 건, “대응 시스템과 매뉴얼 구축 및 전문 인력 양성”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225361_122763_5230.jpg 다른 DWAT와 부상을 입은 이재민을 이송 중인 필자. ©조형준

재난 복지 전문 인력 양성의 경우 이미 2022년부터 시범적으로 진행되어왔다. 이들을 다른 말로 DWAT(Disaster Welfare Assistance Team)으로도 불리는데, 여기에는 사회복지사 외 의사나 간호사, 소방관 등 전문 구호활동가들도 포함된다.


지진과 쓰나미 등 재난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본을 비롯한 미국 등 몇몇 나라에서는 이들 시스템이 잘 활성화되어있다. 그러나 한국은 제도화조차 되어 있지 못한 실정이다. DWAT에 대한 이해부터 재난현장의 수요조사 방법과 재난경험자 사례관리 등 실제 상황을 가정하여 워크숍으로 구성한 것이 본 훈련과정의 전체 프로세스다.

225361_122766_5642.jpg 접수 및 진행상황 점검 등을 하고 있는 DWAT. ©조형준

강원도의 경우 과거 인제와 고성 지역에 큰 산불이 난 것을 시작으로 최근 강릉 가뭄 사태까지,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고령 인구가 높은 비율로 거주하기도 있기도 하여 장애인을 비롯한 노인, 아동 및 여성 등 취약계층 대상 재난 대피체계의 지속적인 운용은 절대적이다. 이러한 사안의 중대함을 감안하여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의 지원 아래 강원특별자치도사회서비스원과 강원특별자치도사회복지협의회, 강원특별자치도사회복지사협회가 공동으로 본 훈련을 주관하였다.



신속한 협조 그리고 긴밀한 소통의 연결고리


한국시각장애인가족협회를 비롯한 강릉시이룸발달장애인주간활동센터, 강릉시자원봉사센터 등의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는 짧은 기간이지만 짜임새 있게 훈련을 준비하고 실시함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였다. 훈련 장소인 한국여성수련원에 도착하자 인력이나 규모 하며 현장 분위기 등 만만치 않음을 느꼈다. 대상자 또한 사정상 15가지 장애유형을 모두 상정할 수 없어 시각과 발달, 청각 및 지체장애인 중심으로 규정하였다. 그렇기에 더욱 세밀하게 당사자 특성 및 어떤 변수들이 발생할지 시뮬레이션을 그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225361_122758_443.jpg 현장 접수 중인 모습. ©조형준

훈련 당일, 이른 아침부터 수련원 1층 대강당에는 서울과 대구, 강원 DWAT들이 한 데 모여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곧 도착할 자원봉사자와 장애 당사자, 보호자 및 활동지원사까지 고려하면 100명 가까이 될 것이다. 그만큼 이 훈련에 대해 각별한 관심들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225361_122759_4439.jpg 훈련 브리핑 중인 김동훈 더 프라미스 대표. ©조형준

재난 상황은 슈퍼태풍으로 하였다. 장애유형별 맞춤 돌봄 서비스를 비롯한 심리·정서 지원 방안, 이동 및 안전 관리에 커뮤니티 프로그램 운영 등 4가지 형태로 압축하여 그룹이 나눠졌다. 내 역할은 장애인복지 전문가로서 강원 DWAT들이 이재민이 된 장애 당사자들을 어떻게 조력하는지 모니터링과 피드백을 주는 일이었다.

225361_122765_5510.jpg 각 팀 리더들에게 현 상황에 대한 피드백을 하고 있는 필자. ©조형준

훈련에 임하는 참여자 대부분이 경력은 차이가 있어도 기본적인 장애인에 대한 이해나 감수성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재난상황임을 감안하여 처음은 어수선할 수밖에 없었다. 제한된 시간임에도 각 팀 별 적극적인 의사소통 및 긴밀한 협조는 큰 사고 없이 무사히 훈련이 끝날 수 있게 하였다. 팀은 달라도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 자연스럽게 지원하며 빈자리를 메꾸는 DWAT들의 모습은 장애 당사자에게 큰 신뢰감을 주었을 것이다.

225361_122762_5044.jpg 팀별 자체 평가 중인 모습. ©조형준

이후 팀별 진행된 자체 평가에서도 잘 된 부분과 아쉬웠던 부분 등을 퍼실리테이션을 활용하여 상세히 나눴다. 대체로 이러한 훈련이 좀 더 길었으면 좋겠고 전국적으로 확대되었으면 하는 의견들이었다. 그러면서 기존 재난 대피훈련과의 차별성이라든지 실제 상황은 매뉴얼대로 움직이지 않기에 이를 맹신하거나 과하게 의존하면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표현은 조금씩들 달랐지만, 재난 상황은 특정 누군가만 겪는 게 아님을 모두들 다시금 깨달은 것이다.


11월 중순, 춘천에서 강원형 재난복지 대응체계 사업에 대한 성과 공유회가 열린다. 활동보고를 비롯한 당시 훈련 영상 등을 함께 감상하며 향후 개선점 등을 논의한다고 한다. 그래서 다음이 기대된다. 지역적 특색과 대상을 고려한 맞춤형 재난 복지 대응체계가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를.


225361_122764_5348.jpg 모든 훈련을 마치고 촬영한 단체사진. ©조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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