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편소설
"분노거래소"

#9 - R9: 평가 - 목적, 나의 분노, 분노거래소(재업로드)

by 사회복지 스토리텔러 조형준
『복수하고 싶다. 나를 나락 밑바닥까지 끌어내린 그 놈들을.
그냥 놔두지 않을 거야. 반드시 철저하게 짓밟아 버릴 거야. 어떻게 해서든지.』




“평가를 해보도록 하죠. 파려고 하는 분노가 무엇입니까?”

“너무 많아서 어떤 것을 팔아야 할 지‥”

“제일 먼저 없애버리고 싶다거나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분노면 됩니다. 이미 상담을 통해 당신이 어떠한 분노를 가지고 있는 지 대강 파악되었습니다. 그래도 모르겠다 싶으면 이 샘플들을 보시고 결정하십시오.”


미스터 마가 한 뭉텅이의 서류들을 책상 위에 흩으려 놓는다. 그리고 그 중 하나를 집어 든다.


“규정상 판매자의 신원공개는 할 수 없지만 판 분노에 대해서는 언제든 열람이 가능하기에 가지고 왔습니다. 이 분노를 판 판매자의 기록을 보십시오. 그 사람의 분노의 유형은 일반형. 강도는 중, 현실가능성 30%, 목적은 『복수』였습니다. 급으로 치자면 3등급정도? 하도 안 팔리다 거의 다 죽어가는 늙은이에게 팔렸는데‥참.”


강도와 현실가능성이라는 게 분노의 평가 기준인건가. 일반형이 있다면 다른 형태도 있다는 소리인데?


“이것은 저희 거래소 역사상 가장 높은 금액에 판매된 분노입니다. 유형은 특수형, 강도는 최상, 현실가능성 80%, 목적은 『변화』였습니다. 역시 급으로 치자면 1등급이었죠. 올리자마자 한 중견기업의 CEO가 거액을 주고 사버렸는데 결국 얼마 안 되어 변을 당했답니다.”


“왜죠?”


“주 거래처였던 다른 계열사가 자기의 인수합병제의를 무시하고 도리어 유능한 직원들을 몰래 빼내갔었거든요. 그런데 본디 소심한 성격이라 있는 그대로 상대회사에게 화를 표출하지는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다 여기를 방문하게 된 거죠.


금액에 상관없이 자신의 성격 자체를 변화시켜줄 분노를 찾다 발견하게 되었고 그 결과 반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자신과 상대 계열사의 비리를 검찰에다 폭로하였거든요. 거기에 근거 없는 비방과 터무니없는 기사들을 날조하는 등 예전의 그로서는 감히 상상하지도 못할 일들을 하는 겁니다.


결국 상대 계열사는 폭삭 망해버리고 더불어 자신의 회사까지 송두리째 무너지면서 그의 처절한 복수극은 마무리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더군요.”


“다른 무언가가 있었나요?”


“넘지 말아야 할 도를 넘어 선거죠. 술이 한 잔 두 잔 넘어가게 되면서 취기가 올랐는지 자신의 친구에게 본인의 분노를 비롯하여 모든 일의 경위를 말하게 된 거죠. 주의사항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판매한 이후에는 절대로 자신의 분노를 타인에게 말해서는 안 됩니다.


친구와 헤어진 후 집으로 가던 도중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하였고 며칠 뒤 숨을 거두었습니다. 몇 달 후에 지역 경찰서로 범인이 자수를 하였다는데 알고 보니 상대회사의 CEO이었습니다. 자신을 배신하고 회사를 말아먹게 만든 장본인을 가만히 둘 수 없어 그가 자주 다니던 길목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차로 그냥 들이박았더군요. 몇 번이고. 역시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는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는가봅니다.”


“평가 기준이 뭡니까?”


“눈치 채셨겠지만 기준은 3가지입니다. 『강도, 현실가능성, 목적』. 분노의 유형 또한 크게 『일반형』『특수형』의 두 가지로 분류합니다. 일반형은 말 그대로 누구나 한 가지 이상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분노라 보시면 됩니다. 대표적으로 치밀어 오르는 화, 끓어오르는 슬픔, 참을 수 없는 욕정, 폭력, 강간, 살인 등이 이에 포함됩니다.


그런데 특수형 같은 경우 아주 특별한 계기나 원인으로 인하여 생긴 분노를 말합니다. 특징으로는 두 가지 분노가 복잡하게 얽혀있다거나 또는 그동안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롭고 희귀한 분노면 이에 해당됩니다.


솔직히 따로 구분할 필요가 없는 것이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시시때때로 변하는 것처럼, 분노 또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누그러지는 게 이치거든요. 일반형 같은 경우 그 시기가 매우 빠른 사람이 있는 반면에 드물게 오래가는 사람도 있지요.


하지만 그 둘의 공통점은 어찌됐건 분노가 시간에 비례하여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다만 특수형의 분노는 시간이 아무리 많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설사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죽었다거나 사라졌다 하더라도 죽을 때까지 트라우마로 작용하며 괴롭힐 것입니다. 그리고 범위를 점차 관련 없는 사람들까지 확대시켜 피해를 준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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