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씨 한편에 드리우는 먹구름.
갑작스러운 소나기처럼 퍼부으며
내 온몸을 젖게 만드는 이가 있었다.
전신을 세차게 때리는 빗물에
몸을 떨 법도 했지만
그런 요란한 느낌이 마냥 좋았던 것 같다.
무거웠던 기운이 가라앉으며
온 세상이 씻겨 내려가는 것처럼
둔탁한 빗물 소리에
내 맘도 메아리치며 울렸는데
저 멀리 퍼져나가며 사라질 때쯤,
언제 그랬냐는 듯 소나기는 그쳤고
비에 젖은 얼굴을 닦으며
어두웠던 하늘을 올려다보니
어느새, 눈이 부실만큼 개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