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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병선 May 07. 2017

Her에서 읽는 웨어러블의 미래

영화 그녀(Her)에서 읽는 웨어러블의 미래, 2014년에 작성한 글

아래 글은 2014년에 한 회사의 블로그에 송고했던 원본의 글로 여기에 다시 옮겨본다. 2017년에 다시 이 글을 찾게 된것은 기사 '히어러블'을 아시나요를 읽었기때문이다. 어쩌면 2014년에 영화 Her에서 만났던 사만다가 지금의 히어러블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미래는 꿈꾸는 사람이 있고 또한 이를 만들어가는 사람이 있다. 나는 꿈꾸는 사람으로 계속 글을 쓰는 것이 내가 제일 잘 하는 일인 것 같다. 


필자는 공상과학소설이나 SF 영화를 좋아한다. 어렸을 때는 신기한 이야기 때문이었겠지만, 철이 들고 미래에 대한 트렌드를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소설가의 상상력에 감탄하면서도 미래를 읽는 하나의 방법론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SF 영화에서 미래를 읽을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미국의 유명한 TV 드마라였던 스타트렉이다. 1960년대의 스타트렉 드라마에서는 아래 그림처럼 주인공인 커크 선장이 커뮤니케이터라는 일종의 휴대폰을 사용한다. 2000년대 모토롤라의 최고로 성공한 제품이었던 스타텍이 이름부터 디자인까지 모두 스타트렉의 그것과 유사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림1. 모토롤라의 스타텍과 스타트렉 드라마의 커뮤니케이터


하지만 최근 SF 영화를 보면 그다지 신선한 컨셉을 만나기 쉽지 않다. 워낙 많은 컨셉이 우리 곁에 현실화되었고, 오히려 킥스타터(Kickstarter) 같은 크라우드소싱 서비스에서 재미난 제품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에 영화 그녀(Her)에 대해서도 대략적인 스토리를 그다지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영화 자체로서는 그다지 대단하지 않다고 할 수는 있지만 웨어러블 기기의 미래를 예측하는 필자로서는 매우 흥미로운 장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림2. 영화 “그녀”의 주인공의 직업은 대필 작가(그림: 영화 “그녀”)


영화 “그녀”의 스토리는 매우 간단하다. 미래의 어느 시점, 다른 사람의 편지를 대신 써 주는 대필 작가인 주인공은 우연히 인공 지능 운영 체제인 “사만다”를 만나게 된다. 이 운영 체제는 스스로 생각하고 사용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으며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한 인공 지능을 갖고 있다. 최근에 전처와 이별한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사만다와 점차 사랑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어찌 보면 공상과학과 상관없는 매우 단순한 로맨스 스토리라고 볼 수 있다. 


사만다의 핵심은 음성 인터페이스이다


사실 영화에서는 소비자가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사만다를 운영 체제라고 호칭했지만 이는 오히려 최근에 출시한 애플의 음성 처리 기반의 전자 비서 서비스인 시리(Siri)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불가능한 수준의 인공 지능 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고객의 마음을 유추할 수 있고, 자유 자재로이 지식과 강점의 축적이 가능하며 또한 자연스러운 수준의 음성 인터페이스가 가능했기 때문에 주인공과의 애정 관계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림3. 사만다와 대화에 사용하는 제품은 “이어폰” (그림: 영화 “그녀”)


하지만 필자의 관심을 끌은 것은 아직은 시기 상조인 인공 지능의 수준이 아니었다. 오히려 영화에서 보여준 “사만다”라는 서비스와의 인터페이스에 있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영화 스토리에서 지속해서 나오는 사만다와 주인공이 만나는 방법은 컴퓨터도 스마트폰도 아닌 그림2에서 보듯이 대부분 “이어폰”이다. 


구글 글래스에서 카메라를 제거한다면


필자는 최근에 구글 글래스를 사용하면서 느꼈던 생각이 바로 “최고의 웨어러블 기기”가 이어폰이 되지 않을까였다. 그림 3에서 보듯이 구글 글래스는 분명히 안경 형태이지만 사실은 안경이라고 느낄 수 없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 부담스러운 제품 디자인을 갖고 있다.  


그림4. 구글 글래스의 착용 모습(그림: 구글 홈페이지)


구글 글래스는 출시된 후 새로운 트랜드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또한 다양한 사람에게 구글 글래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카메라 기능 때문에 사생활 침해 관점에서 걱정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즉 구글 글래스를 사용하는 사람이 손쉽게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해서 페이스북 같은 서비스에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개인 사생활이 침해될지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구글 글래스를 사용해 본 경험으로 구글 글래스의 최고의 혁신적인 기술은 바로 음성 인식 인터페이스라고 생각한다. 웨어러블 기기가 어떤 형태이든지 간에 터치 인터페이스를 내장할 수 없는 크기라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음성 인터페이스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스마트 글래스 제품 중에서 구글 글래스는 단연코 음성 인식 수준이 뛰어나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필자의 주장대로 음성 인터페이스가 웨어러블 기기에서 제일 중요하다면 구글 글래스의 카메라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따라서 필자는 음성 인터페이스가 구글 글래스 수준만큼만 제공된다면 차라리 이어폰이나 헤드폰 형태라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공적인 웨어러블 제품으로 이어폰이 될 수 있다


구글 글래스 수준으로 음성 인터페이스를 내장한 이어폰이 있고, 이 제품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구글 글래스에서 제공하려고 했던 초보적인 수준의 질문과 답을 제공해줄 수 있다면 이는 훌륭한 웨어러블 제품 기반의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림5. 사만다의 인터페이스, 카메라(그림: 영화 “그녀”)


재미있게도 영화에서 사만다는 그림 5에서 보듯이 주인공의 스마트폰에 내장된 카메라를 통해서 세상을 보고 주인공의 감정을 공유하고 이해한다. 물론 사만다는 특정한 웨어러블 제품이 아니라 네트워크 기반의 일종의 온라인 친구 서비스이다. 하지만 그러한 친구와 대화하는 방법이 구글 글래스와 같이 카메라와 이어폰이 일체형으로 되어있는 제품이 아닌 스마트폰과 이어폰으로 분리되어 있는 형태라는 점이 필자가 주목한 핵심이다.

 

그림6. 스마트 이어폰 제품 사례, The Dash (그림: Kickstarter.com)


그림 6에서 보듯이 이미 다양한 센서와 뛰어난 성능을 내장한 스마트 이어폰도 시제품이 나오고 있다. 영화에서 사만다를 실제로 구현한다면 이미 소비자의 심장 박동수나 체온 등을 측정 가능한 The Dash 같은 제품으로도 충분히 하드웨어는 구현이 가능하다. 문제는 역시 대화가 가능한 인공 지능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거부감 없는 웨어러블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미래의 사물인터넷과 웨어러블 제품을 많이들 얘기하고 있다. 필자의 믿음은 단순하다. 아무리 구글 글래스 같은 새로운 제품이 나온다 해도 그것을 사용하는 모습이 조금은 이상해 보인다면 소비자가 이를 수용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돌이켜보면 엘리베이터 안에서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혼자 얘기하는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게 된 것도 매우 최근일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필자가 영화 “그녀”에서 매우 동감한 것은 사람들에게 먼저 필요한 것은 두 손을 사용하지 않는 웨어러블 카메라가 아니라 항상 착용해도 부담이 없는 이어폰으로 만날 수 있는 “친구”라는 점이다.   


2014년 8월 5일 퓨처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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