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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설 퍼실리테이터 Mar 21. 2022

'낭만적 밥벌이'가 뭐 그리 힘든 일이라고


나의 평소 일과를 설명하면 종종 부러움이 쏟아진다. "오후 1시 출근해서 6시간만 일하면 된다고요? 자택 근무도 이렇게 자주 하고요? 좋아하는 글 쓸 시간도 많고 부럽네요. 회사에서 사람 구하면 연락 줘요, 저도 들어갈래요." 세상에 이런 꿀 직장이 존재하냐는 듯 부러워한다. 맞다. 나는 많은 이가 바라는 저녁이 있는 삶, 워라밸이 가능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 돈을 못 번다. 스타트업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한다. 나는 하고 싶은 일, 시간과 체력적 여유, 재미, 수평적 조직 문화를 선택하고 대신 돈을 포기했다.


얼마 전 김경희 작가 에세이 <비낭만적 밥벌이>를 접했다. 제목만으로도 '훅!'하고 강펀치를 맞았다. 현실적인 밥벌이는 전혀 낭만적이지 않다. 마냥 여유로울 수 없고 시간과 에너지를 통제하기도 쉽지 않고 하기 싫은 일도 자주 참고 견뎌야 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 글쓰기를 할 수 있는 시간과 체력을 비축하고 싶다, 병행 가능한 일을 하겠다’는 나의 꿈은 지극히 낭만적이고 이상적인 걸까? 월천을 벌겠다는 것도 몇십억 부자가 되겠다는 것도 아닌 별거 아닌 나의 희망은 그저 꿈같은 소리인 걸까?


나는 지금 이대로가 좋다. 무리하지 않아도 자기 돌봄과 글쓰기  하고 싶은 일이 병행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손쉬운 것이 9 to 6 회사원 당시엔 아등바등 애써야만 가능했다. 아무리 나를 위한 일일지라도, 퇴근 후 지친 몸과 마음속 바닥난 의지력을 억지로 이끌어내야 했다.


요즘 파이어족이 대세다. 많은 이가 경제적 자유를 얻어 조기 은퇴 후 하고 싶은 대로 살기를 꿈꾼다. 그들이 원하는 하루하루를 나는 지금 누리고 있다. 대신 나는 그들이 갖지 않는 ‘불안’을 가지고 있다.  언제까지 이 삶을 누릴 수 있을까. 나이 들면 취업도 어려울 거고, 행여 아프기라도 하면 치료조차 못하고, 가난에 비굴해지는 순간을 마주하고, 노년엔 쪽방 생활을 전전하게 될까 불안하다. 이대로 만족하면 한 달 살리는 가능하지만, 확장된 미래를 꿈꿀 수도 없고, 조그마한 변수에도 나를 지킬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최소한의 돈 없인 나를 지킬 수 없다.


내 꿈은 그렇게 크지 않다. 매일 6시간 정도 일하고 월 200만 원 정도만 벌어도 괜찮다. 이게 뭐 별거라고 그렇게 힘든가 모르겠다. 그저 좋아하는 일로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버는 일이 낭만적 밥벌이가 되어야 하는 현실이 야속하다. 조금은 억울하지만 지금은 내 한 몸조차 지켜낼 수 없기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미래를 꿈꾸기도 힘들기에 나는 비낭만적 밥벌이에 눈을 돌리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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