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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설 퍼실리테이터 Nov 01. 2023

민주주의의 혁신, 참여·직접·숙의 민주주의 이론 분석

참여·직접·숙의 민주주의 이론 정의 및 차이 분석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는 현대 사회,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실천적 노력으로 새로운 민주주의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민주주의의 혁신이라 불리는 3가지 민주주의 모델 '참여·직접·숙의 민주주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본 글은 「지방정부연구」지에 실린 '지방정부 정책과정에서의 참여・직접・숙의 민주주의 결합 모색: 광역시・도 조례를 중심으로'(2021, 김정희) 논문을 참고하여 정리한 글입니다.




민주주의의 위협과 위기들

오늘날 한국사회를 포함한 지구촌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 주로 현대 대의 민주주의 체제에서 나타나는 유권자들의 ‘합리적 무지’ 즉 정치적 무관심이 민주주의 위기로 작용하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온라인과 SNS의 영향력이 증대하면서 정치적 이분법과 이념적 양극화를 확산시키는 포퓰리즘(populism)이 민주주의에 새로운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의 포퓰리즘은 조직된 시민이 여론을 무기로 정치권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정치권이 이들에게 영합하면서 선동, 분열, 혐오 등을 확대 재생산한다.



민주주의의 혁신이라 불리는 새로운 민주주의의 등장

현재의 대의 민주주의가 직면한 이런 도전들에 대응하려 서구에서는 2000년대 이후 ‘민주주의의 혁신(democratic innovations)’이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여러 방식으로 재해석하거나 재구성하는 실험을 시도해 왔다. 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이 참여 민주주의(participatory democracy), 직접 민주주의(direct democracy), 숙의 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이다. 이 새로운 민주주의는 현재의 대의 민주주의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변용, 혁신, 심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가장 활발한 이론적 논의의 주제이자 실천적 모델이 되고 있다.



참여, 직접, 숙의 민주주의의 유사성과 차이점


이 3가지 민주주의는 대의 민주주의와 달리 시민들의 공적 목소리(public voice)가 중요하다고 여기며 공적 의지(public will) 형성의 집단적 과정에 시민들이 기여할 것은 요청한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다. 그러나 각 이론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는 일치하지 않는다.   


[ 이론별 핵심 가치]

참여 민주주의 : 시민의 정치 참여와 정치적 평등

직접 민주주의 : 시민의 자기 결정권

숙의 민주주의 : 숙고(deliberation)와 성찰적 태도(reflective attitude)



3가지 민주주의가 가진 결함들


이러한 차이는 각자의 결함을 반증한다. 예를 들어, 시민 참여의 중요성과 표로 계산되는 선호의 등가성에 주목하는 참여 민주주의와 직접 민주주의는 숙고를 통해 형성되는 ‘정제된(refined) 여론’에는 무관심하다. 반면, 시민들의 선호 형성 조건으로 ‘숙의를 통한 신중한 판단’을 중시하는 숙의 민주주의 모델은 참가자들의 의사결정에 공식적 권한이 부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제한성을 갖는다.




세 가지 민주주의 모델에 관한 이론적 논의와 정의들


참여 민주주의


    대표적인 참여 민주주의 이론가 Barber(2003)에 따르면 대의 민주주의가 대표자나 주창자 및 전문가의 역할에 중점을 두는 반면 참여 민주주의는 모든 시민들이 중재자 없이 다른 시민들과 접하게 한다. 따라서 정치는 집합행동을 계획・조정・실현하는 예술로 간주된다(Barber, 2003: 152– 153).  


경쟁적 민주주의 모델과 대조적으로 시민이 무엇을 할 것인가의 실질적 내용에 대한 협의와 공적 의지 형성(public will formation)을 강조한다(Fishkin, 2011: 76)는 점에서, 참여 민주주의는 보통 사람들이 그들의 삶이 이루어지는 사회적 형태와 영역을 통제해 동등한 조건을 보장할 수 있는 ‘조건에 대한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Floridia, 2017; O’Flynn, 2019: 40에서 재인용). 그렇기에 참여 민주주의에서는 성별, 지역, 나이 등에 상관없이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을 강조한다.


또한 대부분의 참여 민주주의자들은 시민들의 정책이나 공적 이슈에 대해 직접적인 의사 결정에 관여하는 것보다 **시민들의 정치적인 권력을 강화(political empowerment)**하는 범주와 참여 민주주의를 이해하고 있다.


또한 참여 민주주의의 시민 교육적 기능에 관심을 보였다. 참여 민주주의 모델의 개념을 논의한 Pateman(2012)에 따르면 참여 민주주의의 중심에는 ‘정치적으로 능동적인 시민들’이 있다(Pateman, 2012: 7). 참여하는 시민들은 참여를 통해 어떻게 시민이 되는가를 배움으로써 더 큰 효능감을 갖게 되고, 공적 이슈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며, 공공 정신(public spirit)의 감각을 획득하게 된다.


(비판적 시각) 참여가 토론을 포함하지 못하거나 현대 사회의 비밀투표처럼 침묵과 익명으로만 진행된다면, 참여 행위 그 자체가 교육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지 분명치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Fishkin, 2011: 79).



직접 민주주의   


(전제) 현대의 직접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져 여러 정책들에 대해 합당한 선택을 할 능력이 있다는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 관련 정보에 대한 광범위한 접근 가능성 및 활용 능력의 증대와 결합된 높은 수준의 시민교육이야말로, 중요한 정부 발의들이 법으로 제정되기 전에 국민투표에 회부돼야 한다는 시각을 정당화하고 실행이 가능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Saward, 2003: 125).


현대의 대표적인 학자 Budge(1996)는 대의제적 입법부를 통과한 중요한 정책 제안이나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고 특정 기준에 따라 국민투표를 통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시민을 사실상 국가의 제3 입법부가 되게 할 것을 주장하였다.


(불평등 자원 및 잘못된 정보 우려) 직접 민주주의의 대표적 도구인 시민발안 시민투표의 경우 불평등한 자원으로 인해 조작될 수 있는 상황에서 비성찰적이고 (non-reflective), 비숙의적인(non-deliberative), 그리고 종종 잘못된 정보로 형성된 선호를 토대로 투표하는 의사결정 방식이라는 것이다.


(선동 우려) 특히 다수의 주(州)에 시민발안 및 투표제가 도입된 미국에서 직접 민주주의가 특수 이익이나 선동꾼들에 의한 조작에 취약하다는 비판이 많이 제기되어 왔다. 이는 직접 민주주의가 다수의 폭정과 소수자 권리의 훼손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집단적 의사 결정의 모순과 불안정성) 또한 집단적 의사 결정의 모순과 불안정성을 초래한다는 문제제기가 있는데, 단적인 예로 의료 서비스에 대한 공공지출 확대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그러한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과세 수준에는 반대하는 투표에서 이런 현상이 잘 드러난다(Saward, 2001: 3).


(하향식 투표제의 수단화 및 한계) 그런가 하면 대다수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행되는 정부 주도의 하향식 투표제의 경우, 정부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또는 정부 연합이나 정당 분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된다. 따라서 일정 수 이상의 시민들이 법 제정과 개정을 위해 제안하고 이에 대해 투표로 결정하는 상향식 직접민주제와 달리, 정부나 의회가 발의하는 투표제는 시민이 의제를 선정하는 정치적 주체가 될 수 없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숙의 민주주의   


숙의 민주주의 모델은 무엇보다도 현대 민주주의에 지배적인 ‘집계적(aggregative)’ 개념 즉, 투표와 선거에 초점을 맞추며 본질적으로는 머릿수를 세는 방식이 매우 부적절하다는 우려로부터 발생하였다. 대신 민주주의는 평등하고 포괄적인 토대 위에서의 토론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토론은 이슈 관련 지식과 타인의 이익에 대한 인식을 심화시켜야 하고, 참여자들에게 공적인 사안에서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야 한다. 나아가 불충분한 정보에 근거한 시민 개개인의 선호들을 공개적이고 포괄적인 토론을 통해 ‘변형’시킬 것을 기대한다(Saward, 2003: 121). 따라서 숙의 민주주의자들은 민주주의 이론에서 직접 민주주의 對 대의 민주주의 논쟁의 중요성을 축소시킨다. 양자 모두 숙의가 충분치 않다면 민주적 목적에 비추어서 적절치 못하기 때문이다.


(기준 합의 및 목표의 모호함) 누가 숙의에 참여해야 하는지, 숙의의 장(場)이 고도로 다원화된 탈근대 사회의 문화적 차이를 포용할 만큼 유연하고 포괄적일 수 있는지, 토론을 지배하는 일정한 합리성의 기준이 무엇인지 등 여러 쟁점들이 제기된다. 무엇이 합리적 논의로 간주되는지는 집단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누군가에게는 숙의의 장이 배타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숙의의 목표가 합의 도달인지 잠정적 동의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제한적 권한 부여 및 정책 수용성 한계) 최근에는 숙의 민주주의의 실천 제도들이 시민들에게 참여 기회는 제공하지만 결정권은 주지 않는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Baiocchi & Ganuza(2017)는 행정 관료들이 설정한 한도 내에서만 시민들에게 제공되는 ‘제한적 권한 부여’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으며(Baiocchi & Ganuza, 2017: 50), Dryzek(2010)도 “정책 입안자들은 숙의형 포럼의 투표 결과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정책 수용성의 한계를 지적하였다(Dryzek, 2010: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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