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디자인의 정의, 경험의 유형과 속성
퍼실리테이터는 단순한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라 참여자와 함께 경험을 창조해가는 경험 디자이너입니다. 오늘은 다양한 UX, UI, 서비스 경험 디자인, 고객 경험 디자인 등 다방면으로 활용되고 있는 경험 디자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이 글은 고객을 사로잡는 경험 디자인의 기술, <팔리는 경험을 만드는 디자인> 책을 참고하여 요약, 정리하였습니다. 본 책은 경험에 관한 요소와 특성을 상세히 분석했을 뿐 아니라, 이론을 체계적으로 구조화시켰습니다. 경험 디자인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
목차
- 경험과 경험 디자인이란?
- 경험의 다섯 가지 유형과 특성
- 경험 유형 순서를 정하는 경험의 5가지 속성
경험과 경험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요즘 기업들은 고객 만족도 측정하는 가장 간편한 조사로 NPS(Net Promoter Score)를 많이 활용한다. 이는 브랜드의 고객 충성도를 알 수 있는 지표로, “우리 브랜드를 주변에 얼마나 추천하고 싶으신가요?”라는 문항 단 하나로 파악한다.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수 있을 정도로 고객의 마음을 얼마나 사로잡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제품의 기능과 성능만이 답일까? 그렇지 않다. 구매하기 위한 상세 페이지부터 고객센터 문의 응대 등 입장부터 추후 관리까지 고객은 끊임없이 기업과 만난다. 전반적인 경험이 좋은 경험으로 꾸준하게 이어져야 고객 충성도가 쌓이고 지속된다.
경험이란?
경험은 개인과 그 주변 환경 사이에 계속적인 상호작용에 의해 일어난다. 참여자는 다양한 경험 요소(공간, 사람, 사물 등)와 상호작용을 하고, 이로 인해 나타나는 다양한 인지 결과(생각, 감정, 태도, 행동 등)가 경험이다.
예를 들어, 한 여름에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먹고 싶어 카페에 들린 경우를 생각해 보자. 더운 날씨(환경)로 인해 시원한 음료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에 입장하자 시원한 공기(장소)에 기분이 좋아졌으나 복잡한 키오스크(사물) 조작이 어려워 종업원에게 가서 따로 주문을 한다(행동). 이와 같이 주변 환경 사이의 계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경험이 일어난다.
경험 디자인이란?
경험 디자인이란 경험 요소를 의도적으로 조율하여 참여자가 상호작용을 함께 만들고 지속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디자이너는 물론 참여자가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목적과 개입이다. 누군가가 목적을 가지고 개입해야 한다. 참여자로부터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 내고 싶은가? 그렇다면 목적을 가지고 다양한 경험 요소를 의도적으로 배치하고 조율하여 원하는 상호작용을 이끌어내야 한다.
Tip. 분야별 경험 디자인
- 사용자 경험 디자인 : 사람과 컴퓨터 간의 상호작용을 디자인하는 데 집중
- 고객 경험 디자인 : 고객과 기업 간의 상호작용을 디자인
- 서비스 경험 디자인 : 서비스를 효율적이고 긍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고민
각각 세부 분야의 경험 디자인 전문가가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분야별 단절되어서는 안된다. 다양한 분야별 전문가들이 소통하며, 통합적인 경험 디자인 만들어 가야 한다.
경험은 수동적인 경험과 적극적인 경험으로 나뉜다. 수동적인 경험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상호작용을 통해 경험에 참여한 개인이 의식적으로 그 안에 몰입하고 지속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런 경험은 사람을 몰입하고 관여하는 적극적인 경험을 낳는다. 고객이 나의 충성스러운 팬이 되게 만들고 싶은가? 그렇다면 고객을 몰입하고 참여하게 만드는 적극적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
좋은(훌륭한) 경험이란?
그렇다면 우리는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만들어 줘야 할까? 어떤 경험이 좋은, 훌륭한 경험일까?
첫째, ‘몰입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어떤 일에 재미를 느끼고 자연스럽게 몰입했던 적이 있는가? 사람의 시선을 끌고 이들이 관여하고 완전히 몰입한다면 그 사람은 그 경험을 꾸준히 지속적으로 찾는다.
두 번째, ‘참여, 관여’하게 만들어야 한다. 경험을 만들어내는 조직은 고객을 방관자를 넘어 ‘참여자’로 본다. 참여한다는 이야기는 ‘당신의 존재가 중요하고, 당신이 무엇을 듣거나 봤을 때 보이는 반응이 전체 과정의 일부로 들어온다는 뜻’이다. 경험하려면 끊임없이 관심을 쏟고, 관여하고 행동해야 한다. 즉 참여해야 한다. 경험하는 이로 하여금 ‘몰입’하고 ‘점차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들어야 한다.
※ 긍정적인 경험을 디자인하기 위한 유의사항
- 디자인 당사자의 목적에만 염두에 두면 안 된다. 참여자가 원하는 것, 필요와 욕구에 집중한다.
- 사람의 관심을 끌되, 너무 지나치거나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거나 혼돈에 빠지게 하지 않는 적정 지점을 찾아야 한다. (예 : 참여자의 지식, 기술 수준, 태도 등을 파악하여 적정 난이도를 제공하거나, 참여자의 가치관 생활 양식 등을 파악하여 불쾌할 요소를 제거한다 )
경험의 다섯 가지 유형과 특성
경험은 크게 5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평범한 경험, 기억에 남는 경험, 마음에 남는 경험, 뜻깊은 경험, 변혁적인 경험이다. 각 경험별 유형과 특성을 알아보고, 경험 디자이너로서 나는 어떤 경험을 만들어낼 것인지 목표를 설정해 보자.
평범한 경험
무의식적인 습관, 자동 운항 같은 특성을 가진다. 오늘 내가 어떻게 양치를 했는지 의식하고 기억하는 사람은 많이 없 듯, 평범한 경험은 ‘매일,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경험을 의미한다.
평범한 경험은 경험 디자인 요소 중 간과되면 안 되는 중요한 요소이다. 잘 디자인된 평범한 경험은 기억에 남는 부정적인 경험을 피하도록 해준다. 예를 들어, A는 치과 내원을 위해 치과 빌딩 주차장에 차를 주차했다. 해당 건물은 주차장 입구가 복잡하게 설계되어 있어 고객들이 자주 헷갈리는 것을 치과 의사는 알아채고, 주차장 입구부터 병원까지 오는 안내문을 알아보기 쉽게 배치하였다. 이로써 A는 불편함 없이 주차 후 병원을 방문하였다.
이와 같이 때로 우리는 때론 고객에게 부정적인 경험을 남기지 않고 기억에 사라지는 평범한 (혹은 편안한)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
의식적으로 기억에 남는 경험
(*책에는 '마음에 남는 경험'으로 번역되어 있지만, 미국-한국의 문화적 맥락 차이 상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고 느껴진다. 나는 맥락상 '의식적으로 기억에 남는 경험'이라 표현하고자 한다.)
무의식적인 습관과 행동에서 벗어나, 주의를 기울이고 의식적인 노력을 하는 경험이다. 예를 들면, 매일 걷던 출근길이 공사 때문에 막혀 있다면 새로운 길을 의도적으로 알아내는 것처럼, 공을 들여 머리를 움직이는 것이 기억에 남는 경험의 주요 특징이다.
이 경험을 위해서는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아야 한다. 예를 들어, 사우스웨스트 항공에서는 평범한 기내 안전 방송 시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기 위해 유머를 가미하거나, 재미는 동영상을 제작하는 등 인상을 남기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였다.
마음에 남는 경험
(*책에는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 번역되어 있지만, 감정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기에 나는 맥락상 '마음에 남는 경험'이라 표현하고자 한다.)
마음에 남는 경험의 주요한 요소는 ‘감정’이다. 사람들은 경험에 대한 기억을 회고할 때는 경험의 최고조, 위험, 결말을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피크 엔드 법칙(어떤 일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가장 절정을 이룬 감정과 최종 국면에서 느낀 감정의 평균으로 결정된다는 법칙)’이라고 한다.
댄과 칩 히스는 경험에 대해 “모든 상세 부분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라고 주장한다. 기억에 남는 최고조와 결말만 결합하면 된다.
경험 디자이너는 긍정적인 감정과 기억만 불러올 수 있도록 신호를 잘 다루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신호들이 부정적인 기억을 불러오지 않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 나쁜 경험은 완전히 없어지지 않고, 그런 일이 발생 시 어떻게 대응할 자기가 디자인에 포함된다. 예를 들어, 디즈니 테마파크에서 아이가 길을 잃었을 때의 계획을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한다. 스텝은 아이는 물론 부모를 안심시키고 진정시키도록 훈련받는다.
뜻깊은 경험
마음에 남는 경험과 뜻깊은 경험의 차이는 ‘발견’이다. 뜻깊은 경험은 자신에 대한 무언가를 가르쳐 주거나, 세상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확장시켜 준다. 또한 개인의 정체성이나 세계관을 형성시켜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새로운 통찰, 가치관 또는 신념, 기존의 관점에 대한 새로운 시각 등 중요한 깨달음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뜻깊은 경험이 발생하려면 참여자가 그 경험 속에서 능동적으로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경험이 뜻깊어지려면,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하면서 긍정적인 감정을 얻어 내야 한다. 참여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자신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를 되짚어 볼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경험을 다른 이와 나눈다면, 뜻깊은 경험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때 경험을 나누는 사람이 내게 소중한 사람이고, 이 경험 속에는 개인적으로 회고할 기회도 포함되어야 한다.
혁신적인 경험
(*원작에서는 ‘변혁적인 경험’으로 표현한다)
혁신적인 경험은 평범한 경험을 제외한 나머지 경험의 모든 특성인 회고, 감정, 발견을 모두 포함한다. 거기에 ‘상당한 변화’를 일으킨다. 이는 삶의 극적인 변화를 만들어주는 터닝 포인트와 비슷하다. 특정 경험으로 인해 관점, 태도, 행동이 달라졌다면 그 경험은 혁신 경험이다.
예를 들어, 심장 마비가 왔다가 극적으로 살아남아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고 건강을 챙기는 등 일상생활이 급격히 바뀌는 것과 같다.
혁신 경험을 자세히 살펴보면, 변화를 불러오는 한두 개의 뚜렷한 세부 경험이 있고 이로 인해 거시적 경험이 혁신 경험이 된다. 피크 엔드 법칙과 같다.
경험 유형 순서를 정하는 경험의 5가지 속성
5가지 속성은 '빈도와 영향, 참신함, 관여, 소모되는 에너지, 결과'로 나뉜다.
빈도와 영향
당연한 말이지만, 혁신보다 평범함을 경험하는 빈도수가 훨씬 많다. 그러므로 혁신적인 경험만을 디자인하겠다는 욕심은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비효율적이다.
사람들은 항상 혁신적인 경험만을 원하지 않는다. 마음에 남는, 뜻깊은, 혁신과 같은 고차원 경험일수록 참여자의 관여도 크고 소모되는 에너지도 크기 때문이다. 마음에 남는, 기억에 남는, 뜻깊은 경험 또는 평범한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도 괜찮다. 고차원 경험을 디자인할수록 그 부담도 같이 커진다. 고차원 경험으로 갈수록 실패할 위험도 커지며, 참여자가 단순한 관람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배우가 되게 만들어야 한다.
참신함
참신한 정도는 빈도수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평범한 경험은 혁신 경험보다 참신함이 덜하다. 자주 접할수록 관심도 줄어든다. 예로, 처음 전동 칫솔을 쓰면 신선함에 양치질이 기억이 남겠지만 오래가지 않는다. 이내 익숙해질 것이다.
이와 같이 참신함은 매우 중요한 수단이지만 남용하지 않고, 적절히 잘 활용해야 한다. 오직 참신함만을 활용한 경험으로 사람을 끌어모으려 한다면, 당신 스스로가 쾌락의 쳇바퀴에 빠지게 된다. 이벤트 디자이너처럼 처음에 놀랄만한 무언가를 집어넣으면, 다음에는 더 큰 이벤트를 집어넣어야 한다.
관여
참여자가 관여할지 말지는 3단계에 거쳐 일어난다. 접수(인지)- 프로세스 사고 및 계획 - 행동 단계로 관여가 일어난다.
첫 번째, 현재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접수한다. 두 번째, 이 경험에 대해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대한 프로세스를 인지하며, 다양한 선택지를 계획한다. (사고 프로세스 계획). 세 번째 단계에서는 그 경험이 지속되도록 행동한다.
예를 들어, 영화를 보다 곯아떨어졌으면 1단계조차 들어가지 못한 것이고 <해리 포터>를 보고 소설 원작을 사거나 할로윈 물품이 늘어났다면 3단계까지 도달한 것이다.
소모되는 에너지
모든 경험에는 감정적, 정신적, 육체적 가격표가 달려 있다. 경험에 참여하는 일종의 비용이다.
혁신적인 경험의 경우 평범한 경험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투자해야 한다. 이런 고차원적 경험을 한 뒤에 사람은 그 일을 소화할 여유 시간이 필요하다. 계속 고차원적 경험에 노출된다면, 그러한 시간을 갖지 못한다.
당신이 경험 디자이너로서 고차원적 경험을 기획하고 있다면 중간중간 여유 시간을 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청소년 해외 교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고 하자. 청소년 참여자에게는 낯설면서도 다양한 문화를 발견하는 뜻깊은 경험이 될 것이다. 이러한 경험에는 이를 회고할 시간이 필요하다.
경험 디자이너는 어떤 경험이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고, 어떤 경험이 에너지를 축적해 주는지를 알아야 한다.
2007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 “시간이 아니라 에너지를 관리하라”에서 직원들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효율적으로 직원들에게 에너지를 불어넣으려면, 직원을 최대한 이용하려고 하는 대신 그들에게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직원이 가장 뛰어난 수준으로 자신을 매일 끌어올리고 동기부여를 받는다."고 조언을 했다.
결과
우수한 경험 디자인은 의도적으로 바라는 구체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디자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험을 통해 어떤 유형의 결과를 원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 결과는 경험의 목표 대상자가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에서 나와야 한다. 결과의 유형은 위의 5가지 경험의 유형과 연결되어야 한다.
결과의 유형 (마틴 셀리그만의 긍정 심리학 기반)
육체적 쾌락 : 즉각적이고, 오감을 통해 발생하며 잠시 있다 사라진다
고차원적 쾌락 : 당사자가 인지해야 하고, 유체적 쾌락보다 경우의 수가 많으며 다채롭다. 정도에 따라 저강도(예 : 편안함, 조화)와 고강도 (예: 황홀감, 희열)로 구분된다
충족감 : 완전한 몰두, 자의식 실종, 몰입 등 숭고한 목적과 어우러지는 행동에 의해서만 얻을 수 있다. 쾌락이 감각과 감정에 대한 것이라면, 충족감은 개인의 강점과 덕목에 대한 것이다.
각각의 프레임과 유형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경험은 새롭게 탈바꿈할 수 있다. 아무리 혁신적인 경험도 반복되면 평범한 경험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평범한 일상을 가족과 이야기 나누고 글로 복기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통찰을 얻는 뜻깊은 경험이 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각 경험별 유형과 특성을 알고, 우리가 디자인하려는 결과를 위해 이를 적용하자.
각각 유형별로 어떤 속성과 특징이 있는지를 알면, 최종 사용자에게 제공하려는 미시적 경험을 디자인하고 스테이징 하는 데 유용할 것이다.이를 바탕으로 촘촘하게 경험을 설계하는 경험 디자이너가 되어보자.
참고도서 : 팔리는 경험을 만드는 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