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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penciler Feb 01. 2021

월급, 얼마면 만족하시나요?

이 정도 벌면 인생이 바뀔 줄 알았습니다.

열심히 살았습니다.

작년에는 드디어 연봉 1억을 넘겼고, 최근에는 월 실 수령액 1천만 원도 넘겼습니다.


처음 일을 시작하던 때만 하더라도, 아니 작년 이맘때만 하더라도 억대 연봉이 되면 인생이 바뀔 줄 알았습니다. 월 1천만 원이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사실, 구체적으로 생각도 해보지 았던 상황이긴 합니다. 그런데 막상 닥쳐보니, 인생이 바뀌진 않더라고요. 아니, 바뀌긴 했는데 꿈꾸던 것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일단, 특별공급 아파트 청약을 취소당했습니다.

인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행운인데, 소득 구간이 넘었다고 당첨 취소를 당했고, 1년간 청약 금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제 아파도 휴가를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사정이 생겨 어쩔 수 없이 무급 휴가를 사용한 적이 있었는데, 이틀 쉬었더니 월급에서 백만 원 가까이 빠져나가는 걸 보고 다시는 쉬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피곤하고 아파도 코로나 증상만 아니라면 출근해서 열심히 일 했습니다.


또,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어도 참게 됩니다. 원래도 잘 참으며 살아왔는데 이제는 더 더 더 참게 됩니다. 그래서 화를 풀기 위해 쓰는 돈이 늘어납니다. 마트에서 장을 볼 때 공격적이 되기도 하고, 평소에 잘 안 하던 쇼핑이나 여행도 가게 됩니다. '내가 이 정도 버는데, 일을 더 잘하기 위한 리프레시는 필요하지 않겠어?'라는 자기 합리화가 더 쉽게 성사되다 보니, 많이 벌어도 많이 쓰게 됩니다.


자의식과 현실의 괴리로 조울 증상도 생겼습니다. 30대에 이 정도 소득이면 대단한 거라는 생각에 스스로 자부심을 갖다가도, 낡고 작은 전셋집을 나와 언제 또 갑자기 멈출지 모르는 오래된 차를 타고 출근하는 기분은 뭔가 애매합니다. 그렇다고 방법이 있진 않습니다. 소득이 높아진 건 1년도 안되었고, 그 전에는 매 달 마이너스로 버티던 외벌이 아빠라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가거나 멋진 차를 탈 상황은 아니니까요.


그래도 이제는 저축을 할 수 있으니 다행이지 않을까 싶다가도, 저축도 사치라는 현실을 깨닫고는 은행 어플을 켜서 신용대출을 조금 갚고 잠에 들곤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좋습니다. 이 만큼 벌기 전에는 청약 대출 이자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신청도 못했었고, 내 일당이 얼마인지 생각하기도 싫어했었고, 당당하게 리프레시도 제대로 못했었고, 스스로의 일과 역량에 대해 자부심도 크지 않았었으니까요.


지금은 그래도 아이들에게 필요한 걸 고민 없이 사줄 수 있고, 아내가 먹고 싶다는 것도 마음껏 먹게 해 줄 수 있거든요. 부모님께 용돈 드리는 것도 엄청나게 큰 즐거움입니다. 


어쨌든 돈은 최고고, 쓸수록 더 최고라고 느껴지니까

더 많이 많이 벌어야겠습니다.

우리 월급쟁이들 모두 모두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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