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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 Apr 08. 2023

MZ가 주적인가요

20대를 공격하는 사회


출처 - KBS 뉴스(2023. 03. 13)


근래에 본 기사 중에 가장 뇌리에 남는 기사가 있었어. 최근 한국의 MZ세대가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오마카세를 먹는 것이 유행이라는 일본 어느 잡지의 기사를 우리나라에서 인용해서 보도하더라고. 허영과 사치, 쾌락에 빠진 한국의 MZ...라는 식의 논조였어. 요즘 이런 류의 기사는 정말 자주 볼 수 있는 것 같아. 


기사 뿐만 아니라 숏츠와 같은 컨텐츠에서도 MZ에 대한 비아냥은 빠지질 않아. 상술한 것처럼 플렉스에 젖은 MZ, 자기만 아는 MZ,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MZ...이렇게만 보면 MZ는 우리 사회의 주적으로 몰고가는 것 같아.


며칠전에 회사에서 새로 들어온 분을 두고 뒤에서, "요즘 MZ친구라서요. (이 프로젝트) 하려고 할지 모르겠어요"라는 얘기를 들은 적 있어. 들어오신지 일주일도 안된 분인데, 이미 우리 지근거리에 MZ라는 프레임이 깊게 자리잡아버렸다는 느낌을 받았어.


이처럼 우린 지금 20대와 사회초년생에 대해서 MZ란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 심해. 사람들은 의외로 프레임을 끼고 보는 것에 익숙해하고, 도리어 그 프레임에 맞추어 사고하면 그 속에서 더 빠르게 (제 입맛에 맞게)이해하는 것 같아. 그래서 각지에서 일어난 초년생의 일탈, 의도치 않은 실수를 마치 일련의 패턴으로 묶고는 '이기적이고 자의적인' 세대로 통칭하는 것 같아. 여기에 어느 세대에나 있을법한 과소비 문화행태라고 살짝 호도해주면, '우리땐 없었고, 우리의 계도가 시급한' MZ가 되는 것 같아.


출처 - 1996. 05. 27 조선일보 기사(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그런데 MZ를 보는 지금의 시선은 과거 90년대의 소위 'X세대', '신세대'를 보는 시선과 닮은 구석이 많아. 

94년 3월 동아일보에선 

'18세에서 29세까지인 X세대의 특징은 자기중심주의, 기존의 가치관에 대한 부정, 전문가에 대한 맹종, 감각지상주의, 패션성, 실용적인소비패턴등으로 요약된다.' 라고 정의를 내렸어. 

이건 주어를 MZ세대로 바꿔서 읽고, 전문가를 인플루언서 정도로 바꿔읽어도 크게 위화감이 들지 않아.


하나 더 읽어줄까? 96년 5월 조선일보에서는 

"갈수록 늘어나는 X세대사원들.개성과 능력은 뛰어나지만,상대적으로 생활속에서의 예절과매너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있다.조직과 단체생활에서도 다소 이기적이란 말을 듣고 있다. 그래서 상사의 명령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라고 써놓았어. 

이렇게 보니, 이쯤되니 한국사회는 젊은 세대에게는 자비가 없고, 박한 사회가 아닐까 싶어.


사실 MZ건 X세대건 다 판촉용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야. 무언가를 팔기 위해서, 타겟과 특징을 잡아야 하는데, 그 타겟을 지칭하기 위해서 주로 쓰이는거지. 무엇이든 X세대, MZ가 붙으면 트렌디 해질 수 있기 때문이야. 


상술에도 불구하고 나는 과거의 X세대보다 현재의 MZ(라고 지칭되는 20대)가 더 많은 공격을 받는다고 생각해. 이는 미디어를 통해서 예전보다 더 많은 컨텐츠로, 담론들이 이해하려는 노력보다 더 빠르게 퍼지고 공고해지기 때문이야. 그래서 필요 이상으로 경계하고, 공격하는 경향이 생기는 것으로 보여. 정치권에서도 틈만 나면 '20대 개새끼'를 들먹이곤 해. 자신의 역량을 살피지 않고, 자기들이 투표하지 않은 것을 두고 '큰 사회문제'인 것 처럼 말해. 여러모로 이 사회에선 20대는 만만한 동네 북과 다를 바 없는 것 같아.  동생, 조카 뻘 되는 애들한테 그런 에너지 소모를 한다는 것이 참 쓸데 없는 짓이야.


출처 - (좌) 중앙일보 기사(22.06.30)  (우) 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폭력은 대물림 된다고 하는데, 우리는 초년생 시절 욕먹는 것보다 MZ에게 더 많은 폭력을 가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이제는 이들에 대한 조롱과 뒷담은 접어두고, 젊은 친구들의 개개인의 일탈 혹은 이기적 행동은 그 개개인의 문제로 한정짓는 것이 어떨까 싶어. 어느 책에서 '90년대생이 온다'고 낀 세대인 80년대생이 이들을 이해하고 계도해야한다는 주장은 진정 구태의연한 '꼰대'로 머무는 일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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